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됨으로서 그 계약도 역시 종료된다는 것이 주류의 입장이다. 다만 장기간 반복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 왔다든가 혹은 양 당사자 간에 계약갱신에 관한 기대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이에 반한 계약갱신 거절은 부당한 해고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이러한 판단기준 역시 사용자가 갱신결정에 있어 “평가”를 통해 일정점수에 미달하는 경우 재계약을 거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일정정도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든지 기대가 형성되어 있다든지 하는 다른 조건들이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사용자가 계약종료시점에 임박해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를 시도해 그 평가가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판단요소는 무시되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평가제도가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따라서 평가제도에 기반한 갱신결정제도의 법률적 문제에 대해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래의 두 판례는 최근 평가제도기반 갱신결정제도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 판례1
참가인 근로자는 원고조합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였고 계약기간의 만료를 계약해지 사유로 정하였으며, 계약기간 만료 시 근무성적평정 등의 갱신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근무성적평정을 한 평정자들이 하나같이 근무태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자의적으로 근무성적평정을 함으로써 참가인은 근로계약 갱신 가능점수인 70점을 획득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같이 근무한 동료직원들이 참가인의 근무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점, 종전의 평가점수가 70점을 훨씬 상회했던 점 등을 볼 때 참가인에 대한 근무성적평정은 공정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조합이 참가인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2005.09.01, 서울행법제12부 2004구합39273)

#판례2
참가인 공사는 개정된 계약직원운용규정을 근거로 삼아 종합근무성적평정규정에 의하여 참가인공사가 제시한 인원운용비율에 해당하는 원고들을 계약만료대상자로 분류한 후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고 고용관계를 종료시킨 점, 종합근무평정규정은 근무성적평점과 가감점평점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점, 참가인 공사는 계약직원운용규정의 제정과 개정을 하는 등 재계약 등에 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설정을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원고들을 비롯한 계약직원들이 계약만료대상자로 분류된 후 계약갱신이 거절된 경우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구제된 사례가 있는 점, 계약직원의 정원에 비하여 현존하는 계약직원이 더 많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중략) 참가인 공사가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갱신거절통보에 의한 고용관계의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2005.06.30, 서울행법2005구합 1541)

즉, 법원은 제도에 있어 최소한의 객관성이 확보되어 있다면 그 평가과정을 통해 나온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함정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가제도가 평가자의 주관에 의해 사실상 지배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인원에 대해 평가를 시행하는 경우 1차평가자들이 비교적 관대하게 평가를 시행하지만, 2차 혹은 3차 평가자의 경우 평가점수를 조정하는 권한을 가짐으로서 결과적으로 평가제로를 빌려 사용자의 주관에 의해 낮은 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특정 기간제근로자를 부당하게 처분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법원이나 현행제도가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각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기간제에 대한 평가제도 전체를 일반화 해 논평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제도가 다양하고,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가능한 방법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제도의 적합성과 오류발생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사용자에게 그 부분의 해결을 촉구하는 방법이 우선 제기될 수 있다. 두번째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평가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거나 평가가 재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오류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낮추는 방법들이 고려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시적 업무에 사용되는 비정규직에게 최대한의 고용안정이 보장되도록 하고 평가제도가 고용안정을 저해하는 영향력이 정규직에 비해 높은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더 요구된다고 하겠다.

상담문의 : 노무법인 참터 02)839-6503 www.cham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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