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1

전국공무원노조합이 조직된 지자체에서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따른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은 노조가 있는 곳은 아직 광명시 한 곳. 설립신고된 조합의 조합원수는 11명이다. 광명시지부의 조합원이 700명 가량되고, 지부는 조직력을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내 복수노조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노조쪽에선 “시쪽의 탈퇴 종용으로 인해 50명 정도가 탈퇴를 했지만 조직력에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법외노조 적응을 위한 변화들은 시작됐다. 시 회계과에서 맡아 하던 조합비 원천징수를 거부하고 CMS(자금관리서비스) 방식으로 조합비를 걷기 시작했다. 시쪽으로 조합원의 명단이 넘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고정민 광명지부 사무국장은 “일단 지부의 조직력이 살아 있는 만큼 시쪽의 와해공작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특별법 발효 이후 첫 ‘복수노조’의 형태로 운영될 게 거의 확실한 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당장 시와 노조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루한 싸움이 벌어질 것은 확실하다.

# 장면2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는 이종만 지부장의 12일에 걸친 단식끝에, 6일 시쪽의 ‘항복’을 받아냈다. 지난 2월10일 부천시쪽에서 조합비 원천징수 거부방침을 밝히고, 2월14일 시 공보실을 통해 노조 집단탈퇴서가 접수 된 이후, 근 한달만의 분쟁은 일단락을 맺었다.

노조로 접수된 500여명의 탈퇴서는 모두 무효로 처리됐고, 시쪽은 “조합의 CMS를 통한 조합비 징수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벌어진 상황에 대해 부천시장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상황 정리까지 쉽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졌다.

이종만 지부장의 단식 농성장이 직원들과 청원경찰들에 의해 철거될 위협을 받았고, 권승복 신임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난 2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부천시청을 찾아야 했다.

“걸어보지 못했던 험로”

14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거대 노동조합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따른 설립신고를 거부하고, 법외노조로 남을 것을 결정했다. 2일 취임한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특별법 거부’를 전면에 내걸었고, 노조 내부적으로도 “노동3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명분에 토를 달지 않는다. 한 노동관계 전문가의 말처럼, “민주노조운동이 일찍이 걸어보지 못했던 법외노조의 험한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7만여 조합원을 가진 전국공무원노조총연맹 역시 단결권 확보와 가입범위 확대를 요구하며, 설립신고 가입 신고를 ‘유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설립신고 필증을 받은 공무원노조는 13곳뿐. 설립신고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을 합쳐도 15곳뿐이다.<표 참조>

공무원노조특별법에 따른 설립신고 현황2006년 3월6일 현재, 출처 노동부
명칭설립신고일조합원수비고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06.1.3133명교부(2.2)
서초구청노동조합 ‘06.1.3123명교부(2.6)
충청북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06.1.31119명교부(2.23)
충청남도교육청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06.2.127명교부(2.9)
전국교육기관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 ‘06.2.138명교부(2.24)
광명시공무원노동조합‘06.2.911명교부(3.3)
충청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06.2.133,015명교부(2.15)
대구광역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06.2.13450명교부(2.28)
인천광역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06.2.15110명교부(2.17)
서울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06.2.16405명반려 후 재접수
군산시공무원노동조합 ‘06.2.16867명교부(2.20)
경상북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06.2.174,419명보완
서울시 강서구청공무원노동조합 ‘06.2.1780명교부(2.23)
전라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06.2.2131명교부(2.24)
경상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06.2.2728명교부(3.3)

지난 1월28일 공무원노조특별법이 발효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특별법은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노조의 충돌이 벌어진 곳은 앞에 소개한 부천과 광명 정도.

노동부, 행정자치부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8일 합동 담화문을 통해 ‘엄정한 법집행’을 호언했지만 법대로 되진 않고 있다. 3개 부처 장관은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단체는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일체 불허할 것 △노조 전임자 인정, 조합비 일괄공제, 사무실 제공 및 기타 편의제공 일절 불허 △자진탈퇴 유도 불법 집단행동 엄정대처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정당 및 후보자지지 금지 △정부방침을 위배한 자치단체에 대해서, 특별교부세 삭감 및 각종 국책사업 선정 배제 등 행정적·재정적 불이익 조치 등을 공언했다.


“선거 앞두고 단체장 압박하긴 어렵다”

정부의 방침대로 전임자 문제, 조합비 일괄공제 거부, 사무실 폐쇄 등의 조치가 각 지자체에 일어날 경우, 부천의 경우에서 보이듯, 당장 노조는 농성장 마련하고, 단식, 집회 등의 단체행동을 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5월31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시청과 구청의 로비에서 투쟁가가 울려 퍼지는 것을 반길 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또한 특별교부세 삭감 및 국책사업 선정 배제 등의 압박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약발’ 먹힐 조치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백현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예결산담당)은 “2004년의 경우, 5월 이전에 집행된 특별교부금이 10%가 안 되는 사례에서 보이듯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이 돼 왔다”면서 “일단 5월말로 예정된 지방선거 전에 중앙정부가 특별교부금을 이용해 지방정부를 압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사업 선정 등의 문제도, 각 당의 선거 전략을 중심으로 되는 만큼 정부가 ‘공무원노조 문제’로 함부로 충돌지점을 만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는 격발이 되지 않았을 뿐 상존하고 있다. 전선은 노정간에 대립이 되겠지만 ‘전투’는 각 지역별 국지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이후 대규모 압박 있을 것”

‘달력’을 보면 대략 갈등이 촉발될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4월초로 예정된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민주노동당 지지와 관련한 노조의 입장이 재확인되거나, 재천명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각 지역별 민주노동당 선거본부와 공무원노조 지부·지회가 함께 선본을 꾸릴 경우, 선거법 위반 및 특별법 위반과 관련한 마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가 끝나고 난 후, 중앙정부는 조합비를 원천징수 하거나,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는 지자체를 압박하며, 그 수단으로 특별교부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4년의 경우, 인천과 강원지역의 지자체에 대해 전임자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3억원 정도의 특별교부금이 삭감된 바 있다. 2004년 공무원노조 파업 당시 징계를 거부한 울산 동구와 북구에 대해 중앙정부는 특별교부금과 국책사업을 무기로 압박을 했고, 울산 내 여론이 실제로 움직였던 적도 있다. 5월 지방선거 이후에는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실사와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별교부금 없이는 각 지자체가 아예 사업을 벌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공무원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단체장이 나설 경우, 당장 일상적 조합활동과 물적 토대를 지키는 것부터 투쟁의 대상이 되는 만큼 조직력이 약한 공무원노조 지역조직부터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정부, 노정관계 시각 후퇴됐다”

일단 정부는 현재의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는 스스로를 ‘법외노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것이 맞을까.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제실장(변호사)는 “이 문제는 법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 초기를 생각해보자. 당시에도 실정법 자체보단 노정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중심으로 정부가 생각했다. 실존하는 총연맹을 무조건 거부하면서 노정관계를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존중과 인정 없이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게 10년 전 이야기다. 무려 14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공무원노조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세우고, 탈퇴를 종용하고 와해하려면서, 입을 막고 손을 막으면 일선 공무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민주노총 합법화 이후 10년이 됐지만 정부의 노정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명백히 후퇴했다.”

뻔히 그려질 여러 상황을 예상하며 답을 알기 어려운 질문 하나. 공무원노조가 실제 조직력과 집행력을 가진 실체임을 감안하면, 단체행동을 막은 특별법이 혹, 단체행동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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