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탈북자들은 한마디로 "놀랍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95년 귀순한 북한군 상좌 출신의 최주활 탈북자 동지회 사무총장, 최근 북한 인기가요 앨범 「통일소녀」를 기획한 안혁씨, 지난해 귀순한 평양시 체육단 축구감독이었던 윤명찬씨, 최근 `오마니 식품'을 창설해 대표로 있는 정성산씨, 지난해 3월 이종찬 전 안기부장의 주례로 남한 처녀와 가정을 꾸민 탁영철(인하대 4년)씨 등은 이같이 밝히고 "남북 정상회담이 지속적으로 열려 통일의 기초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최주활씨는 "TV를 통해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준비를 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를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교류와 협력의 원칙아래 남북 정상회담을 풀어나간다면 남북한간의 오해와 불신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김대통령이 단번에 통일을 이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속적으로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정상회담에 임한다면 통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의 서신. 상봉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이러한 것들이 해결된다면 민족의 분열로 생긴 가슴아픈 일들이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혁씨는 "김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 대통령을 만난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면서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김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이`민족의 화해'를 진심으로 바라는 심정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를 바란다"고기대감을 보였다.

안씨는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간의 만남이 통일의 기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윤명찬씨는 "연못동을 비롯한 평양시 연도에 평양시민들이 나와 김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것은 북한이 대단한 성의를 보인 것"이라면서 "일단시작이 좋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북 정상회담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면서 "더 빨리 이뤄졌어야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전력이 비슷한 종목의 남북 체육교류는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나 "월드컵 분산개최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성산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모습을 TV로 보면서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한 것은 파격적이고 대담한 것이었다"면서 "김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나온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정씨는 "북한체제의 급변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또 "실향민, 탈북자 등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이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일해 북한에 투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탁영철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도착 장면을 보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면서 "우리는 실향민과 달리 고향에 있는 가족과의 서신교환과 상봉을 기대도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탁씨는 또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적대적이던 두 체제의 정상이 만나는 모습은 그동안 상상도 못했다"면서"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대통령이 당장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점진적으로 모든 일을 해나가면 통일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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