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감은 채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고 절규하던 네팔노동자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시위는 우리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흐른 지난 19일 같은 장소에서`외국인 노동자 인권보고대회'가 열렸다.

인도·파키스탄·베트남 등 외국인 노동자 450명이 참석한 대회에서는 한국인 사업주의 폭행, 임금체불, 강제노동, 장시간 저임금 노동 등 인권침해사례들이 발표됐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탄압국가'라는 오명이 5년이라는 긴 세월속에서도 씻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로 부끄럽고 유감스럽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작태가 계속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편법과 불법에 의존하는 외국인 노동자정책 때문이다. 1991년 시행된 산업연수생 제도는 실제로는 노동인력인 연수생에게 노동자 신분을 인정치 않고 있어 노동력 착취 등 인권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 26만명 중 64%에 달하는16만6천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산업연수생제를 폐지하고 외국인에게 `노동자'신분을 부여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내외적인 비난에 밀려 마지못해 나선 꼴이지만, 근본적인 제도 수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점은 중요한 진일보된 조처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큰 틀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인권과 불법취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그러나 중소업계가 임금부담 증가 등을 내세워 고용허가제 도입에 반대하자 당초 취지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임금착취로 버티겠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당초 방안에서 후퇴해 고용허가제의도입시기를 내년 1월에서 6개월 미루고, 지나치게 사용자 위주로 내용을 변경한 정부방침은 재고돼야 한다. 제도 도입 전이라도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근로감독을 강화해 인권침해를 막아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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