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이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다. 지난 9일 감사원이 전국 자치단체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중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과시성 사업의 예산집행이 가장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지방자치제가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고, 이례적으로 ‘지방행정 발전의 7대 저해요인’을 적시해 과감한 개선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런 10년의 미비한 과정과 평가 속에서 보다 나은 지방자치를 위한 여성들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언젠가 초등학생들이 국회 견학을 위해 둘러보던 중 국회 본청을 가리키며 "아! 저기가 싸우는 데군요?"하던 말이 생각난다. 7살짜리 우리 아이는 뉴스를 보다가 국회 장면이 나오면 엄마가 일하는 곳이라면서 기뻐하다가 금세 엄마를 쳐다보며 "엄마…, 나쁜 짓 하지?" 한다.

왜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들을 갖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정치 문화 구조를 어떻게 하면 바르게 만들 것인가? 또한 여성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 차별성과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지방자치와 여성일 것이다. 아직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지방자치의 발전이 미비한 만큼이나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양적인 것이 아니다. 작은 수라도 진정 우리 한국정치의 판을 갈아치울 수 있는 새로운 싹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남성형 정치와 별 차별이 없다면 구태여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각 정당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여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또, 여성후보들의 숫자 늘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없다면 단지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일 뿐 진정한 새싹으로서의 의미는 찾기 어렵게 된다. 또, 선심성 예산집행으로 언제까지 '여심(女心)잡기'를 위해 따라다닐 것인가?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것은 무엇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해온 새로운 정치의 의미에 적합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는 지배하고 이권을 챙기고 거만을 떠는 그런 것이 아니다. 21세기의 정치는 생활의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이며 봉사의 정치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성의 정치 세력화는 이런 새로운 싹을 내밀며 기존의 남성중심의 정치를 부정하며 올라와야 한다. 생활의 정치인이 되려면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지역주민의 자율과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각 정당 내부의 혁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여성할당제나 여성후보 숫자 늘이기에 앞서 평등하고 여성친화적인 각 정당의 내부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기혼여성들이 활동하기 좋은 공간을 먼저 만들어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당내 여성들이 남몰래 삼키는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친여성정책들을 쏟아내면서 당 지지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실생활에 대한 반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성정치 참여는 남성정치의 틈에 나도 좀 끼어보자는 주장이 아니다. 또, 얼마나 많은 수의 여성 정치인을 배출하는가 하는 것도 주된 관심사는 더더욱 아니다. 새로운 주장과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는 참여여야 하며 진정한 진보정치로 한걸음 더 다가설 때 가능할 것이다.

*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여성칼럼 <여성과노동>은 이번달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여성과노동>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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