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는 미화원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나 보다. 반짝반짝하게 청소를 해놓고 강의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미화원들이 좀 얄미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낮에 수업이 끝나는 강의실을 짬짬이 청소하는데 커피 깡통, 음료수 깡통을 그대로 놓고 나가는 학생들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쁜 학생들도 많다. 휴지 한 조각이라도 꼭 휴지통을 찾아 버리는 학생들이다. 또 아줌마 수고하신다고 한마디씩 해 주는 학생들 참 예쁘다.


작년에 우리 미화원 아줌마들한테 우리 학교를 졸업했다는 아가씨가 우리가 쉬고 있는 데로 찾아왔다. 이쁘장하면서 야물딱지게 생긴 모습이었는데 우리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니까 왠지 남같지 않게 느껴졌다. 무슨 조사를 한다면서 종이를 여러 장 보여주었다. 하루에 몇 시간 일을 하는지, 월급은 얼만지 물어보면서 월급 명세서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최저 임금이라고 한 달에 641,850원은 꼭 주라고 법에서 그렇게 정한 게 있단다. 근데 그게 우리가 받는 월급을 다 합해서 그런 게 아니라 뭐 통상임금이라는 게 그렇단다. 일을 더 했다고 받거나 이런 돈은 빼고 말하는 거란다. 다달이 꼬박꼬박 받는 돈만 쳐야 된다나.

그래서 우리 월급이 잘못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저 임금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말이다. 혼자는 용기가 안 났는데 학생들이 와서 힘내라고 하고, 뭐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 알려주고 그러면서 조금씩 용기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는 일은 대학교에서 하지만 대학교 직원이 아니다. ㅅ개발이라는 회사 소속이다. 그걸 용역회사라고 한단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 바로 얘기를 하지 않고 ㅅ개발에서 나온 감독님한테 얘기해야 한다. 여기 학교에서 일하는 미화원들한테는 이 감독님이 사장이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학생들이 많이 도와주고 그동안 가입한 노조에서도 많이 도와주어 회사 쪽하고 교섭이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 꼭 그 이상 주게 되어 있다는 최저임금법도 알게 되고, 우리가 최저 임금이라는 것에서도 모자라는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덜 받은 그 돈을 받게 되었다. 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최저 임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또 그냥 알기만 한 게 아니라 그걸 안 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는 게, 그게 얼마나 가슴 벅차던지. 또 도움을 받긴 했지만 우리가 그걸 해냈다는 게 진짜 사실이기는 한 건지.


그동안 우리가 노동조합이라는 데를 가입하고 한 달에 두 번 교육을 받으며 보이지 않는 압력과 가입한 사람, 안 한 사람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도 있었다. 또 여러 가지 헛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노조를 탈퇴 시키려고, 조합비를 자동 이체한 통장 계좌를 바꾸라는 압력이 많았고 다음 재계약 때 조합원은 해고시키고 비조합원만 고용하겠다는 말을 내놓고 퍼뜨리기도 했다. 그러다 조합원 여러 명이 해고가 두려워서 또는 괴롭힘에 통장을 바꾸고 나가기도 했고, 꿋꿋하게 괴롭힘을 이겨낸 이들도 있다.

그리고 긴 세월은 아니지만 지난 5월 이 대학교에서 미화원이라는 힘든 일을 시작하며 노조가 결성되기 전 나 역시, 가입 권유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필요성은 알면서도 두려움에 선뜻 나서지를 못 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하는 일이 너무 많아 노조로 찾아가 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조합이 결성되기까지 학생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난 1년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지냈다. 조합원이기에 더 잘하여 해고당할 거리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 가운데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편 ㅈ조합원이 첫 번째 해고 대상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만두더라도 재계약이 성사되고 그만두자는 다짐과 결의를 하고 문자메시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래서 이제는 재계약도 되었다. 얼마 전에 이걸 축하하는 자리는 정말 마음이 뿌듯했다.

그동안 변화도 생겼다. 나이가 많은 감독이 그만두고 새로운 감독이 왔다.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던 것을 잘 알고 있는 신임 감독은 도리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뒤에서 많은 도움을 준 학생들, 자그마한 몸집 어디서 그런 힘과 열정이 샘솟는지 모르는 노조 식구들, 늦게나마 최저 임금이라도 챙겨주겠다고 교섭에 나온 회사도 고맙다.

물론 해마다 재계약을 하는 불안한 마음은 늘 있다. 그리고 어떤 나라는 청소하는 사람들 월급이 의사 월급이랑 같다든가 뭐 이런 비슷한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데 왜 가장 적은 월급을 받아야 되는지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그래서 우리 아줌마들이랑 또 수다를 시작한다.

“그 최저 임금이라는 거 말이지, 시간당 월급은 늘어났다는데 주5일제 되면서 우리 월급은 더 깎이게 되었는데 그거 고쳐야 되는 거 아냐?”

“사람들이 이런 걸 다 알게 해서 한번 고치게 해 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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