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사학법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립학교들은 학교를 폐교한다며 철없는 아이들의 교육권을 볼모로 죽기살기로 투쟁을 하고 있고, 집권을 꿈꾼다는 제1 야당은 사립학교법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며 그 존귀하신 의원들이 몸소 찬바람 부는 거리를 헤매며 한 달째 원외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종교계의 거룩하신 목사님과 신부님들은 사립학교법이 신앙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며 순교를 각오로 싸우겠단다.

사립학교법 논쟁에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가 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법인 이사 4분의 1은 학교구성원 곧 학생 혹은 학부모와 교사, 직원들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이사회가 선임한 이사를 말한다.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한 배경은 이렇다. 우선 개방형 이사제는 선진국 사립학교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지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공립학교를 보면 국민을 대표해서 학교운영위원들이 뽑은 교육감이 학교업무를 집행하고, 역시 학교운영위원들이 뽑은 교육위원들이 이를 감시, 견제하고 있다. 이것은 국공립학교가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자기 재산을 들여 세웠기 때문에 설립자 재산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사립학교 운영에 학교 운영 법인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1994년 당시 사립대학이 가진 총자산은 10조 9,312억 원이었다. 10년 뒤인 2003년도에는 이 자산이 31조 7,796억 원으로 늘어나 총 20조 8,483억 원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 20조 원 중 설립자가 도움을 준 비율은 겨우 8.8%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1.2%는 국고 보조와 학생의 등록금 그리고 사회에서 낸 기부금이 모아진 것이다. 때문에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개인 재산을 냈기 때문에 그 운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주장에 따른다면 오히려 사립학교 설립자에게는 10분의 1의 권한만 주는 것이 옳다. 또 해마다 학교 운영을 위하여 쓰는 비용에서 학교 법인이 내는 비용은 초·중등학교는 2% 안팎, 대학교는 6% 안팎일 뿐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 사립학교는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교육부가 전체 299개 대학 가운데 38개 대학을 감사한 결과 이들 대학에서 횡령 혹은 부당한 운영으로 손실된 국고가 2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 359개의 사립대학에서 문을 연 뒤로 단 한 번도 교육부의 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이 222개 학교로 전체 사립대학의 61.8%나 된다. 또 부정과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립학교가 전체 사립학교의 53%나 되고 또 17.4%의 사립학교는 이사장 친인척이 학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 곧 개방형 이사제는 전교조가 학교를 손에 쥐도록 하려는 정권의 음모라는 주장은 과연 가능한가? 이들의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가장 커다란 전제 조건은 단 한 사람이라도 전교조 교사 혹은 전교조가 추천한 인사가 개방형 이사로 선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대개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의사 결정은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할 수 있는 이사회의 의결권을 움켜쥘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그 어떤 조건도 실현 가능성이 애초에 없다.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개정 사립학교법이 정하고 있고, 교사가 사립학교의 이사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교장이 전교조 교사가 다른 사립학교의 이사로 취임하는 것을 허락하겠는지 생각해보라. 또 학부모대표 40~50%, 교원대표 30~40%, 지역사회대표 10~20%로 구성되고 사립학교는 교원대표를 교원들이 직접선거하여 2, 3배수를 학교장에게 추천하면 여기에서 학교장이 원칙없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어 전교조 교사는 학교운영위원회 되는 것 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국회 협상 과정에서 자립형 사립고를 법에 제도화하는 조건으로 개방형 이사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여당에게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또 이런 주장은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내놓았다. 때문에 개방형 이사제가 위헌이고 사립학교를 전교조의 손 안에 넣게 하는 수단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판에 박힌 정치 선동이며, 매카시즘이다. 이런 주장을 버젓이 하고 있는 정당이 정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개정사립학교법의 개방형 이사제가 설립학교의 종교의 자유를 망가뜨린다는 종교계의 주장은 마땅한가? 이것도 역시 아니다. 사립학교에서 하는 종교교육은 사립학교법과 전혀 상관이 없다. 개방형 이사가 학교의 종교교육과 종교행위에 끼어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학교의 교무, 학사업무는 학교장의 권한으로 법인이 이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사립학교법에 정해져 있다. 곧 이사가 학교의 교무학사행정에 끼어들어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이사 승인 취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현행법에 종단이 설립한 학교라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의무로 종교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특정한 종교교육을 강제로 시키는 것은 사립학교법과 상관없이 헌법과 교육기본법, 그리고 교육부의 교육과정고시에 어긋난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시행령에서 종단쪽 설립학교에서 동일 종교인만이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도록 보완하겠다는 주장을 밝히고 있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해 왔던 교육시민단체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는데도 종교계가 순교 어쩌느니 하는 것은 종교인답지도 어른스럽지도 못한 짓이다.

우리 사회는 1990년에 한나라당이었던, 민자당이 사립학교법을 개악한 뒤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한 논쟁을 15년 가까이 해 왔다. 그리고 어렵게 그 결론을 맺었다. 그렇다면 이제 논란을 그치고 개정 사립학교법이 본래 뜻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만일사학법인과 한나라당 그리고 일부 종교계의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들 스스로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요구했으므로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할 경우 당연히 국회는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법개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갈등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학교폐쇄, 원외투쟁, 순교 어쩌느니 하는 것은, 거꾸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이 자기 주장에 자신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더욱이 어린 학생들을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립학교들의 행태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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