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파행’으로 치달았던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이후 열흘만인 21일 다시 소집된 임시대의원대회. 회의 예정시간인 오후 2시경, 대회장인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 대강당으로 대의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기호1번 "오늘은 안 막는다"…성원되는 데 2시간30분

열흘 전의 살벌한 풍경과는 많이 달랐다. 지난 10일 대의원대회에서 KT 노조 소속 대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던 기호1번 진영 관계자들은 대회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임원 및 대의원 직선제 실시의 건 △KT노조 징계의 건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징계의 건 등 3개 안건에 대한 대의원 서명을 받고 있다. "오늘은 안건 처리과정에서 투쟁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

열흘 전 대의원 참석 접수를 받으며,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에게 ‘모진 고초’를 당했던 총연맹 사무총국 관계자들은, 이날 얼굴 붉힐 일 없이 순조롭게 접수를 받고 있었다.

마침 날도 따뜻했고, 몇몇 대의원들은 대강당 앞 잔디밭에 앉아 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모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예정시간을 2시간30분 넘긴 오후 4시30분 제37차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개회를 선언했다. 총 대의원 893명(미선출 제외) 중 611명의 대의원이 참석했다.

남궁현 비대위원장 "함께 해결하는 대대 돼야"

넓은 대강당에 대의원들이 꽉 찼다. 남궁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회사. “할 말이 많지만 자료집에 있으니 읽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노동자의 희망을 만드는 데 동지들이 함께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대의원대회가 돼야 합니다.”


또한 연대사를 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초대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직이 점검되고, 잘못된 것 고치고, 잘못한 사람은 당당히 징계해야 하지만, 그것은 대의원대회의 틀 안에서 풀어가야 한다”면서 “대의원대회를 당당히 성사시켜 고난을 뚫고, 자랑스럽게 다시 힘차게 출발하자”고 당부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대의원대회장은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예정된 안건인 결산과 사업평가, 임원보궐선거 및 조직혁신안 이외에도 남궁현 비대위원장이 “25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조합원 3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중투쟁을 결의하자”는 안건을 제출했다. 또한 정규법 및 로드맵 투쟁을 위한 대의원 단위노조 대표자 구속결단 특별결의안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KT노조 제명해야"…"적반하장"

그러나 임원 및 대의원 직선제를 논의하자는 안건은 “이후 조직혁신안을 다룰 때 함께 논의하면 되고, 새로 선출될 지도부가 처리할 문제”라는 주장이 더 많아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몇몇 대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영구제명의 건을 논의할 것을 결정했다.


KT노조에 대한 ‘제명 건’을 안건으로 다룰지를 두고, 오랜시간 논란이 벌어졌다. 안건을 발의한 이찬배 대의원은 ‘부정선거’와 ‘투쟁에 결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제명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재식 대의원(KT노조 위원장)은 “적반하장”이라며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이 징계를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격론이 벌어졌고, 회순통과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오후6시 현재, 욕설도 폭력도 없었다. 민주노총 37차 대의원대회는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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