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주장대로 사유제한을 도입하면 중소영세기업을 중심으로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사유에 맞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내보내면 정규직의 노동강도가 강해질 것이고, 일부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다. 현실에 맞지 않다.” 사유제한 도입에 반대하는 여당의 논리다.

듣기만 해도 충격적이다. 정말 여당 주장대로 사유제한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당 주장은 그 자체로 ‘궤변’이거니와 솔직하지도 않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싼 임금으로 일을 시키고도 언제든지 손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결된 ‘차별금지’ 조항대로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더이상 정규직에 비해 ‘싼 임금’을 줘서는 안 된다. 사유제한을 도입하더라도 기업들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버리면 그만이다. 어차피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은 별 차이가 없으니, 크게 부담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은 대부분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보다 비정규직을 해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여당은 대량해고의 이유를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정규직은 해고가 쉽기 때문에 ‘차별시정’ 조치가 도입되더라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계속 쓸 것이지만, 사유제한이 도입되면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이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여당이 비정규직 보호조치라고 자랑하는 '차별시정'조차도 빛이 바래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첫째는 ‘고용불안’이다. 언제든 ‘합법적’으로 해고될 수 있는 마당에, 사업주나 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자신의 차별시정을 요구할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당은 말끝마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말하면서도, 이같은 진짜 고통과 현실은 애써 눈 감고 있다. 이같은 ‘고통’들은 사유제한을 도입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대부분 해소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입법이 목전에 이른 분위기이다. 그런 만큼 여당은 이제 솔직히 말해야 한다. 비정규직 입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보다, 기업들이 비록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해고가 쉬운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고. 그리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치가 이렇게 비겁해서야 되겠는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