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2005년 10월 발족한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는 최근 정부발표를 통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의료기관을 두어 미흡한 건강보험을 보완하겠다는 의료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뿐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료불평등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시행돼선 안 된다. 특히, 의료관련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결정과정이 신중하여야 하며 정부차원의 엄격한 규제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의료행위를 상품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재벌 보험회사와 외국보험회사 등 민간보험회사들이 민간의료보험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와 제도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가 제도화 된다면 기업은 의료시장에서 엄청난 이윤을 얻겠지만 국민들은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여야 한다.

예컨대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고급 첨단의료 활성화를 위한 광고 등 의료사업 비용증가와 사치성 의료이용을 가져와 국민의료비의 부담증가 및 공공의료의 축소로 가계와 국가재정 부담을 증가시키고 의료보장에서 사각지대가 확대되어 국민건강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의료에 대한 보장성이 80%를 넘고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중 70%~90%를 차지하는 반면, 보장성이 60%선이며 공공의료기관 또한 10%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공적의료환경에서 2005년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의료보험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현 정부가 논의하는 방향으로 의료정책이 진행될 경우 점차적으로 공적의료보험 체계가 붕괴될 뿐 아니라 의료양극화로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어 대다수의 국민이 의료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게 된다.

그 예는 외국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민간의료보험이 가장 활성화되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미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가 14.2%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국민의 건강수준은 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그리고 공적보건의료체계로 출발하였으나 민간의존 부분을 확대하여 의료시스템을 이원화시킨 멕시코는 농어촌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만 국가보건의료에 의존하는 심각한 의료양극화가 초래되어 OECD국가 중 본인부담비율이 52.5%로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국가보건서비스방식으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가 1981년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으로 공보험과 민간보험으로 이원화 한 칠레의 경우는 민간보험의 가입자 고르기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70% 이상이 40세 이하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고, 65세 이상 노인은 2%만이 가입되어 그 결과 공보험은 의료수요가 많은 노인들로 이루어져 보험재정이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었고, WHO는 칠레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전세계 191개국 중 168위로 평가하였다.

각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의료를 공공영역에 두지 않고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맡긴 결과 전체 국민의료비는 세계 최고수준이나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와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가 발생되었으며 국가보건의료의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여 공보험 붕괴 현상을 심화시킴으로써 의료의 양극화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의료산업화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좋은 의도는 결과적으로 공적의료보험체계를 붕괴시켜 서민의 건강와 경제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이를 추진하여 공적의료보험체계가 붕괴되면 다시 회복하기는 더욱더 어렵다. 미 클린턴 정부는 민간중심의 의료체계를 공적의료체계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국민 89%의 여론을 등에 업고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보장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 이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장의 기득권세력인 의사, 제약사 등의 반대로 좌절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암 진단을 받은 한 노인이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치료를 포기한 채 망연자실한 부인의 손을 잡고 병원 문을 나서는 장면을 담은 기록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장면은 안타깝게도 주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존중받아야 할 생명의 문제가 시장경제에 맡겨져 돈이 없어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정책방향을 선회하여 공보험의 보장성확대와 공적의료시설확충으로 의료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 모두의 생명과 건강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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