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투쟁의 구심을 세우는 일이다.

지난 정기대대를 참석하고 나서 정말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대회장 입구쪽에서 집회를 하면서 민주노총 상층관료들을 질타하는 연사들의 선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용은 한결같이 ‘민주노총을 혁신해야 하고 상층관료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민주노총의 위기는 바로 이런 거짓선동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있는 그 순간 상층관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짐들을 나르고 있었고 대의원대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가다를 하고 있었다. 한국합섬 조합원들이 배달해 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상층관료들은 차가운 우유와 빵으로 허기를 때우고 있었고, 도시락쓰레기를 아무 데나 처박아두고 떠났을 때 상층관료들은 다 손으로 주어야 했다. 그리고 덕분에 그 장소는 다시는 민주노총에 빌려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뿐만 아니다. 코오롱노동조합은 사측의 노조와해공작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하면서 이번 대대에서 불매운동을 힘있게 조직하는 것을 마지막 희망으로 하고 왔다. 그러나 대대가 정식 안건으로 들어가지도 못하자 힘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부천 세종병원도 마찬가지이다. 비정규법안은 어떤가? 국회는 금방이라도 처리하려고 하고 있는데 마냥 혁신이라는 이유로 선거를 유보하자는 주장이 도대체 무슨 명분이 있는가? 비대위 체제로는 힘있게 사업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파업은 사실상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조합원들은 점점 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루빨리 정상적인 지도부를 세워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장수도 없고 지휘체계도 없이 무슨 전투를 할 수가 있겠는가? 투쟁 지도부를 꾸리지 못하고 무슨 수로 당면한 현장투쟁과 각종 로드맵을 막아낼 것인가?

2. 직선제 주장에 대해

공공연맹의 한 대의원이 나와서 장황하게 선거연기와 직선제 주장을 하였다. 그 주장을 하는 지역은 바로 그 직선제 때문에 1년 가까이 마비 상태에 빠져버렸다. 단위노조의 선거관리를 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없는데 무슨 수로 직선제를 하자는 것인가?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단 한곳이라도 부정시비가 나면 이제 궤멸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일 정권과 자본이 이것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개입하기라도 하면 민주노총은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직선제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진정성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 조직의 현실을 부정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는 어차피 혁신과제에서 다루기로 되어 있고 실무적 준비와 병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하자는 주장은 대대 무산을 노리는 무책임한 선동일 뿐이다. 그리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선거를 장기간 연기해서 직선제를 하자는 주장은 현실의 급박함을 무시한 참으로 무책임한 주장이다.

3. KT노조에 대한 폭력에 대해

정당한 절차로 구성된 민주노총 대의원을 1번 진영에서는 어용이라면서 아예 입장을 원천봉쇄하고 심지어 끌어내기까지 하였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중집 전체가 입장을 막는 행위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의장이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하였음에도 여전히 회의장을 봉쇄하고 있었다. KT노조측은 물리적 충돌 시 또 보수언론에 의해 민주노총이 난도질당하는 사태를 우려하여 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의적으로 물리력을 쓴다면 민주노총은 제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민주적인 이유는 자체 규약을 스스로 존중하고 상호의견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이 언제부터인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이제 어거지로 밀어붙이는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작풍이야말로 바로 혁신의 대상이다. 지금 각 후보들이 혁신을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당사자들이 바로 혁신의 대상이다.

기호1번 이정훈 후보는 2005년 10월 화섬노조 임원 직선제 방침을 거부하고 아예 선거에 불참하도록 조합원을 선동하여 징계위에 상정되어 있다. 기호3번 이경수 후보 역시 지난해 대의원대회에서 용지를 찢고 물리력으로 저지했다는 문제제기로 인해 진상조사위에 제소된 바가 있다.

선거에 이르러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는 일은 왕왕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혼탁한 적은 없었다.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없이 상대를 어용으로 몰아부치며 입장조차 막는 행위는 선거판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대대를 파행으로 몰아가기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가 이미 작성되어 참가자들이 휴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열사람이 한명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의도적으로 판을 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막는 것은 사실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고 예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미 지지를 상실해가고 있는 정파조직들은 이것을 역전시키기 위한 무리한 선전선동에 매달리고 이것이 다시 분열로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4. 지금 민주노총은 조직적 횡포로 인해 무기력에 빠져 있다

생각해보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언제 정상적으로 치러졌는지 가물거린다. 회의규정에 따라 표결을 할라치면 다수의 횡포라고 몰아부친다. 실컷 토론을 하고도 부족하다고 똑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주장한다. 의도는 뻔히 보이는데 다양한 논리로 갖다붙이면서 정당화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많은 대의원들이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바로잡는 것이 의장이지만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에는 속수무책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노총을 혁신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풍부터 바로세우는 것이다. 사전에 충분히 안건을 숙지해 오고 대대에서는 효율적으로 회의가 진행되어 참가자들이 힘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그런 회의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갈수록 힘 빠지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조직은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당면한 투쟁이나 현안문제관련해서 대대를 유회시키거나 힘있는 결정을 못하게 되는 것은 엄중한 잘못이다. 따라서 집행부는 원만한 회의를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것이 의무이다. 불순한 의도가 명백한 상태에서 고의로 회의를 질질 끄는 모든 발언에 대해 경고하고 그런 행위들이 스스로 고립되도록 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전투 중에 내부의 혼란은 치명적이다. 지금 민주노총은 내부 혼란을 방치할 여유가 없다. 지금 조합원들은 강력한 그리고 책임있는 지도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5. 혁신의 이름을 건 분열주의

누구나 혁신하자고 한다. 직선제 하자고 한다. 상식을 지키자고 하고 이게 민주노총이냐고 한다. 그 말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 의도를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지난해를 보내면서 대대의 3차례 파행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통해 과연 누가 진정한 운동가이고 누가 분파행위에 몰두하여 대중조직을 말아먹고 있는지 확인한 바 있다.

소위 사회적 교섭을 사회적 합의주의로 매도하면서 대대를 폭력으로 난장판을 만든 세력이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이 또 선거에 나왔다. 그저 조직된 자신들의 표만 믿고서 전혀 이질적인 세력들이 연합을 통해 집권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2번 진영은 상대진영의 무차별적인 마타도어에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흑색선전 속에 민주노총은 갈가리 찢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혼탁으로 인한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 혁신하고자한다면 바로 선거에서 이런 풍토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현장의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의 간부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최악의 폭력사태, 비리사태로 민주노총의 위상은 땅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이런 문제들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는커녕 온갖 정치적 공세로 민주노총을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제 민주노총 선거까지 무력화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핑계거리는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대중조직이 완전무결할 수 있는가?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조합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판 자체를 깨나간다면 민주노총은 그 기능을 유지할 수가 없다. 조합원들은 이런 식의 논의구조에 염증과 환멸을 느끼고 있다. 목소리만 높이고 정작 자신의 사업장, 지역에서는 전혀 책임지지 않은 이런 풍토야말로 민주노총의 치명적 바이러스이다.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하려는 이 시점에서도 아무런 책임도 없이 선거연기를 주장하면서 비대위체제를 주장하는 것은 민주노총을 뇌사 상태로 두자는 주장과 같다. 지난번 비대위가 실질적인 기능을 못한 채 오히려 인사 문제만 야기한 채 조직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교훈을 보면서도 계속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제 민주노총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분열주의적 집단의 횡포를 막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책임은 이제 민주노총 조합원 모두가 느끼고 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맨입에 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참여 속에서 가능함을 다시 확인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