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KT노동조합의 상황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노동조합집행부는 민주노총 가맹조직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은폐하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얼마 전 KT노조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몰려가서 “깽판세력 몰아내고 민주노조 사수하자”를 외치며 ‘대의원대회를 파행으로 몰아간 세력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불행의 씨앗, KT노동조합 12대 선거

지난해 12월 9대 노동조합선거에서 온갖 불법과 부정이 자행되었다. 물론 그 징조는 몇년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해 7월 MBC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경영진의 블랙리스트 작성, 조합원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통제, 노동조합에 부당개입 등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자주적 선거권 침해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이에 민동회와 조정택 선거운동본부는 이를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시민사회단체에 ‘공정선거 감시단’ 구성을 제안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통합개표 실시와 외부참관인 도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거부했다. 11월8일 투개표 결과 1번 지재식 후보는 90%의 지지율을 보였고 경영진은 선거결과에 대해 각 기관과 전화국에 노고를 치하하는 메일을 발송했다. KT 사용자들의 ‘90% 이상 1번 지지’라는 노동조합 선거대응 기조는 100% 관철되었다. 선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고 경영진의 시나리오대로 마무리 된 것이다.

계속 드러난 부정선거의 사례

9대 선거는 후보등록과정에서부터 사측의 노골적 개입이 시작되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익명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각종 사측의 개입 사례가 공정선거 감시단과 조정택 선대본에 접수되었다.

사례를 보면 우선 후보등록과정이다. 후보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규모의 조합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2번 조정택 선거대책본부 소속의 후보자들은 '2번후보 추천서명 불가'라는 벽에 부딪혀야 했다. KT경영진은 인사권을 악용하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고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2번후보 추천서명을 해놓고도 후보자에게 간곡하게 ‘추천서명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합원들은 눈물을 훔치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오지로 발령날 수 있다. 지난번에도 선거가 끝난 후 회사에 비우호적 후보 추천을 하거나 지지한 조합원들은 비연고지 발령을 받았다’는 사측의 경고를 말하며 ‘미안하다. 추천서명에서 내 이름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진 사측 개입기조는 ‘90% 1번 지지’였다. 지점장과 지부장이 주최한 각종 회식자리에서 ‘1번 후보를 지지하라’는 강요와 과·부장을 통해 ‘지부할당이 있으니 90% 지지할당을 채우자’는 등의 기막힌 사례들이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유세방해, 유인물 빼돌리기, 관리자들의 조합원 면담 등 사용자의 부당개입은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노사 담합이다. 자주적 투표권과 공정선거를 보장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임무를 망각한 채 사용자의 부당개입과 탄압을 눈감았다. 또한 상대후보는 각종 방법을 통해 회사의 선거개입을 활용하면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심지어 현 집행부로 있는 한 간부는 2번후보들의 성향과 활동경력을 분석한 자료를 각 지부장들에게 보내고 ‘부정시비에 휘말리면 다된 밥에 재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사례도 있다. 사용자와 노조가 결탁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규율위원회 제소,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

민동회와 조정택선거운동본부는 9대 선거에 발생한 노사담합과 불법부정선거에 대한 진상조사를 민주노총 규율위원회에 정식사건으로 접수했다. 그리고 노사 담합과 불법부정선거 사례와 증거들을 민주노총 중집회의, 중앙위원회를 쫓아다니며 알려냈다. 그 결과 민주노총에서 규율위원회가 구성되고 진상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조사는커녕 규율위원회 활동 자체가 없었다. 우리는 또 한번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강승규비리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계기로 ‘조직혁신’ 문제가 전면적으로 제기된 상황이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 민주성,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사건으로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혁신은 사람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어야 할 문제이고 기풍을 바꿔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본 지난 3개월의 민주노총은 ‘혁신’은커녕 ‘변화’조차도 정파 간의 문제로 몰아가면서 용납하지 않았다. 비리는 여전히 은폐되어 있고 KT 노사 담합과 부정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선거에서도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T노동조합 집행부는 버젓이 민주노총을 들락거리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깽판세력을 몰아내고 민주노조 사수하자’는 구호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외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까지 치달은 일차적 책임은 규율위원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고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현재 구성된 규율위원회로는 어떤 진상조사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직접 ‘진상조사단’을 구성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이다.

본질을 비껴간 대의원 자격과 파행의 책임 논란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민주노총 차원의 진상조를 통해 짓밟혀진 KT노동자들의 권리와 자주적-민주적 노동조합활동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KT노동조합 선거에서 자행된 사용자의 부당개입과 탄압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노사간의 결탁과 담합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투명하게 밝혀내고 노동조합을 혁신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민주성, 자주성을 복원하고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는 당면한 민주노총의 조직혁신과도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KT노동자들에게는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이 자행되는 현장을 바꾸기 위한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와 투쟁이 절실하다. KT경영진의 현장통제와 노사담합을 통한 반민주적 노동조합 운영은 KT노동자들의 숨을 죄어오고 있다. 노사 담합 문제는 비단 KT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선거를 통해 불거진 'KT 노사 담합과 부정선거'를 한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밝혀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은 뒤로 한 채 대의원 자격 논란과 파행책임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없으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KT 노사 담합과 부정선거' 진상조사가 진작에 되었더라면 아쉬움을 갖고 있다. 아니 안타깝다. 민주노총조차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요구는 전면적 진상조사!!

우리는 중집, 중앙위원회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구성되는 규율위원회에 반대한다. 오히려 규율위원회에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한 것에는 규율위원회에 책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의원대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KT 노사 담합과 부정선거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전체 조합원들에게 숨김없이 공개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것이 바로 KT노동자들의 절실한 바램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