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한 근로자와 상담을 하였다. 그 근로자는 자신이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를 하였는데 퇴직금을 지급받고자 여러 곳에 상담을 하였으나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다고 했다. 그 이유는 임금을 100% 영업성과에 따라 지급을 받기로 하고 대부분의 근무시간을 회사 밖에서 영업활동으로 보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으로서의 부당함은 둘째 치고 성공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수임이 꺼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의지가 강하여 함께 사례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사건을 맡게 되었다.

먼저 근로자의 취업과정부터 조사를 시작하였다. 몇년 전 신문광고를 찾아 사용자가 채용공고에는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한다는 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입사 시에 근로계약서에 해당하는 계약서를 작성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근로형태를 살펴보니 회사 외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나 매일 아침 9시와 오후 6시에 출근과 퇴근 및 그날의 업무내용과 실적에 대해서 회사에 팩스로 보고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근로자성 판단에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인 징계규정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는데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없으나 과거에 업무착오로 시말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하였다.

처음에 담당 감독관도 상당히 난감한 태도였으나 위에서 말한 내용에 대한 증거를 첨부하여 제출하고 노동부의 질의회시(1988.2.19, 근기 01254-2731, 즉 형식적으로는 도급의 형태를 취하였으나 실체에 있어서 도급공들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장비 및 자재를 가지고 회사가 제공하는 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그 수급인은 도급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를 제시하자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게 되었고 감독관의 추가조사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컴퓨터 등을 제공하는 등 근로자로서 근로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다.

힘들게 근로자임을 밝혀냈는데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근로자가 원했던 것이 퇴직금이었는데 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해서 평균임금을 산정해 보니 근로자가 퇴직하기 2달 전부터 성과가 없어 사실상 평균임금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거의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도급근로자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산정한다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고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고민 중에 근로기준법 제46조가 생각이 났다. 즉 사용자는 도급 기타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그래서 이 규정에 의해 최저임금법에도 동일한 규정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찾아보니 최저임금법시행령 제5조 제2항에 "생산고에 따른 임금지급제 기타 도급제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임금산정기간(임금마감일 있는 경우에는 임금마감기간을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의 임금총액을 그 임금산정기간 동안의 총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을 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재산정하여 퇴직금을 계산하게 되었고 노동사무소의 지급지시에 의하여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이 되었다. 비록 최저임금으로 계산하여 많지 않는 퇴직금이었으나 근로자는 우리의 노력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결과에 만족하였다.

요즘 회사들이 점점 직원들의 관리를 편리하게 하고 노동법의 준수를 피할 목적으로 도급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근무하면서 임금만을 성과급을 한다던지 하여 노동법의 적용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사례는 근로자로서 인정이 된 사례지만 많은 경우는 증거의 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보호입법 논의를 보면 이 문제는 논의 자체도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빠른 시일 내에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보호입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담문의 : 이석진공인노무사사무소  02)742-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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