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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 부명숙 전 산재의료관리원노조 위원장
  • 승인 2006.02.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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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거리엔 사랑의 초콜렛 행사로 시끌벅적 하기만 하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는 재활병동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하다.

재활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추락사고 등으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오는 경추마비, 하반신 마비 등 중증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하루도 물리치료를 하지 않으면 강직이 심해 견디기 힘든 경우도 많고 대소변을 잘 보지 못해 정상인이 소변보는 횟수보다 많은 횟수를 도뇨관을 이용해서 빼내야 한다. 하루하루 부지런하지 않으면 소리 없이 다가오는 합병증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 부명숙 전 산재의료관리원노조 위원장.
이런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퇴원의 압박이라도 받게 되면 심리적 불안은 극에 달하게 된다. 예전에는 5년 이상 입원한 장기 환자도 많지만 요즘은 사고 발생 2개월에서 2년 미만인 환자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재활환자들의 불안감의 빈도는 높아져 가고 있다.

내가 재활병동에 온 지도 8개월이 지났지만 평일 환자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사 들고 온 가족이 온 경우는 한 두 가정에 불과할 정도다. 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하는 환자들은 사고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여러가지 이유로 가족의 해체 상황까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30~40대에 장애를 입은 경우는 아이들도 어린 상황에서 친척집에 맡기는 경우도 많고 보호자가 생계를 잇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경우는 병문안조차 자주 오지 않는다.

산재환자는 휴업급여, 간병비를 받게 되어 그나마 경제적인 면에서 나은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경비, 용역, 청소, 건설현장 단순노동자들은 휴업급여가 10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산재로 입원한 경우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산재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서 일부 처방에 대해서는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도 있다. 특히 마비환자의 경우 욕창방지 방석, 기저귀 등 각종 소모품이 20~30만원을 훌쩍 넘는다. 간병비야 근로복지공단에서 나온다고 한다지만 공단에서 주간 간병만 인정받았는데도, 철야로 간병을 받아야 하는 경우 그 비용을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무척 크다.

이런 중증 장애인을 가정에서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호자가 없거나 장애인의 보호자가 25세 이하인 경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중증 장애인의 경우 퇴원을 해도 집에서 요양할 수 있으면 더욱 좋지만 가족이 없거나 부양을 못할 상황인 경우도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산재환자들에 대해서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케어센터를 경기도 화성에 세우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좀더 넓게 보면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의료보호 1, 2종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이런 장애인 전문 요양시설이 확충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민간 자원봉사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요즘 기업체에서 사회봉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중중장애인은 남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봉사활동도 남성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이를 활성화시켜 가족간병인을 도와주고, 가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시설을 확충하고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통해 안정적인 요양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우리가 함께 한다는 관심만 보여줘도 장애라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려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오랜 노조 전임기간을 마치고 병동으로 돌아와 보니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증 장애자들의 애환을 느끼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깊은 책임감과 함께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부명숙 전 산재의료관리원노조 위원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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