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선거운동이 진행중인 어떤 노조의 한쪽 후보자 진영에서 전화가 왔다. 전통적으로 회사의 노무관리부서 역할을 해 왔던 노동조합에 새 바람이 불어 자주적인 노조운영을 기치로 내세우는 후보자가 기존 위원장과 맞붙었다.

선거관리규정에 부정선거운동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는데, 그에 대한 해석이 후보자 사이에 서로 다르단다. 부정선거운동을 할 경우 선관위에서 경고를 할 수 있고, 경고가 누적되면 후보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으니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선관위 회의를 제대로 소집하지도 않고 기득권을 갖고 있는 후보쪽에서 일방적으로 선관위를 휘둘러 처리를 했을 터이지만, 이번에는 이 문제로 회의를 열어서 선거관리규정대로 해석을 하겠단다.

전화한 한쪽 후보자측 조합원의 말. “선관위가 양쪽 후보자 2명씩 추천하고, 현재 집행부 추천 2명 해서 6명인데, 과반수로 결정하면 우리가 불리하거든요. 완전히 망한 거죠? 절차를 다 거치니까요.”

절차만 거쳤다고 선관위 해석 정당하지 않아

노조 선거관리규정을 보니, 선관위의 직무 중 하나로 ‘본 규정에 대한 해석과 결정’ 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선거관리규정에 있다고 해서 선관위의 해석이 무소불위인 것은 아니다. 제대로 해석을 해야 정당하고, 유효한 것이지, 선관위 회의를 해서 해석했다고 해서, 선거관리규정에서 선관위에 해석권을 위임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에서는 흔히 규약이나 규정에 있는 대로, 또는 회의를 거쳐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정당성이 모두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켜지지 않던 과거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또, 노조자치주의라는 대의와 원칙이 강조된 관성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사례의 경우 결국, 선관위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후보자에게만 유리하게 선관위 규정을 해석했다. 또, 그 해석은 선관위 규정의 문리적(국어적) 해석에도 명백하게 어긋났다. 결국, 신진세력은 선관위의 해석대로 또 한번의 경고를 받게 되었고, 경고가 누적되어 후보자격이 박탈되었다. 이 경우 법원에 선거효력정지가처분(위원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자격이 박탈된 후보는 가처분 신청을 포기했다.

상급단체 해석도 절차·내용 정당성 갖추어야

위 사례는 그나마 주먹구구식으로만 운영되던 노조였는데, 규모가 꽤 크고 운영도 내실있게 하는 곳에서도 엉뚱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전국에 지부가 산재해 있는데, 지부 운영규정에 대한 해석권이 본조의 규약상 본조의 중앙위원회에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논란이 많은 지부의 운영규정에 대해 본조 중앙위원회가 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조의 해석 내용을 검토해 보니 본조의 다른 규약 내용과 상충되는 등 올바른 해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지부 운영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특정 조합원에 대한 제명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었는데, 본조 규약상 중앙위원회가 운영규정에 대한 해석권이 있다는 것만 금과옥조처럼 믿다가 큰 혼란이 올 수 있을 사안이었다. 제명된 조합원이 소송을 걸면 지부가 패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전했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지, 본조의 해석만 믿고 있던 지부 간부는 “아니, 그냥 본조가 멋대로 해석한 것도 아니고, 규약에 본조의 중집이 해석권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잘잘못을 법원이나 노동부에서 따진다면 자율성 침해 아닌가요?”라는 말을 거듭했다.

노조자치의 원칙도 노동관계법과 일반정의 관념에 조응해야

흔히, 법률적 사안을 판단할 때 위헌이니, 헌법이 정하는 권리의 침해니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다. 그것이 행정부의 처분이든, 기업이나 개인의 행위이든, 아무리 정해진 절차를 다 거치고, 이해관계인들의 합의를 다 거쳤다 하더라도 헌법에 어긋나면 무효라는 점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도 마찬가지. 노조가 어떤 결의나 처분을 하는 것, 그것도 규약이나 규정에 정해진 절차나 권한에 따라 한다 하더라도, 헌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반 법률, 규약이나 규정의 다른 조항(해석상 더 상위에 있는 조항)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 알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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