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하반기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쪽은 공공부문노조들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이다.

전력노조는 17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법안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결의했고, 26일에는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들의 연대투쟁기구인 공공연대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또 30일에는 공공부문노조 공공행동의 날로 정하고 부분파업 등 구체적인 투쟁에 들어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기업퇴출과 관련해 민간부문 노조들의 투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29일 파업을 계획하고 있고, 금속산업연맹도 30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12월 들어서면 1일에는 대학노조, 2일에는 사무금융연맹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노동계의 투쟁은 12월 초순이 고비가 될 것 같다. 노동계는 구조조정 관련 쟁점과 법제도개선 쟁점들이 처리될 국회일정에 맞게 투쟁일정을 잡고 있다.

현재 법개정과 관련한 국회일정은 상임위원회는 12월 4∼7일, 본회의는 7∼8일이 마감시한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맞춰 민주노총은 12월5일 전국집회로 투쟁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한국노총은 12월6일 총파업 일정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동계의 투쟁계획은 상당한 가변성을 안고 있다. 그 가변성은 노동계가 투쟁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법제도 개선 쟁점들의 핵심 키를 정부와 국회가 쥐고 있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투쟁일정이 국회일정에 맞춰져 있는 만큼 국회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히나 지금처럼 여야간 가파른 대치전이 펼쳐지고 있는 국면에서 올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국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력노조의 경우 국회 산자위에서 23일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24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국회 산자위 일정도 정치권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 그만큼 노동계의 투쟁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 큰 변수는 정부여당과의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다. 현재 노동계는 노사정위원회에 탈퇴, 불참을 한 상황에서 장외투쟁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의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우 노사정위 논의중단을 선언해 놓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의 문을 아주 닫은 상태는 아니다. 민주노총도 대우차 사태와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서 각각 노사정 4자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을 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부여당과의 협상여지는 노동계 투쟁이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장외투쟁에 주력을 하고 있지만 이 투쟁은 한편으로는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투쟁의 성격도 띠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도 19일 한국노총 노동자대회가 지나고 나서 고위급 간담회와 같은 협상채널을 가동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노동계의 투쟁이 정점에 달하는 12월 초순 이전에 노동계와 정부여당과의 물밑 교섭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밑접촉이 어떤 형식을 띄느냐다. 다시 말해 노동계 파트너가 한국노총이냐 양대노총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노동계 파트너가 한국노총만 될 경우는 이후 전개과정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를 해서 협상을 하는 형식을 밟을 것이고, 양대노총을 포함할 경우는 노사정위 외의 다른 협상테이블의 형식을 띄게 될 것이다. 이중에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는 정부여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재 분명한 것은 정부와 노동계가 이런 변수들을 놓고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가 노동계의 투쟁일정에 또 다른 변수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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