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시끌시끌하다. 공교롭게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무산과 맞물려 더욱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지난 10일 경총 최고경영자연찬회 릴레이대담에서 이수호 전 위원장의 발언을 이렇게 다뤘다.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이 ‘(민노총 내) 깽판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문제‘라며 ‘우리 조직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한 자성의 목소리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의 해석 또는 주장은 이랬다. “한국 노동운동이 살아남으려면 먼저 변화를 가로막는 내부 ‘종양’부터 스스로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인용된 발언의 내용은 비슷하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좀 뉘앙스가 다르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이날 자리에서 “그동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TV로 보면서 ‘요새도 저런 장면들이 있구나’ 하고 기억하실 분이 있을 텐데 이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대의원대회를) ‘깽판’ 칠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성사시켜 조직안정 하자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식대로 대의원대회를 사수하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당시 솔직한 심경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조직 내에는 여러 의견그룹 또는 노선 또는 정파가 있으나 기본적인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아까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극좌라고 표현했는데 스펙트럼으로 본다면 좌에서 우로 펼쳐질 수 있고 저도 왼쪽에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 관점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한다”며 “‘넌 아니야’라고 배제시키고 이야기 안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분명히 ‘자성’의 목소리는 맞으나 이 전 위원장의 말은 보수언론의 보도처럼 ‘종양(극좌)’을 도려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의원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부끄럽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지만 조직 내 이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속에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또다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무산됐다. 진정한 ‘자성’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진지하게 접근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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