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임원선거는 조합장(총연맹 위원장) 선거다.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향상하기 위해 만든 조직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하지만 조합원이 80만명이 육박하며, 조합원뿐 아니라 1,500만 노동자의 권익까지 챙기겠다고 자임하고, 또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총연맹 위원장은 ‘조합장’이라는 어감의 지위와는 다른 ‘위원장’으로 인식이 된다. 

그렇다면, ‘조합장’이 아닌 ‘위원장’이라는 어감에 맞는 선거를 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들끼리만 통용되는 언어로 경쟁하며 우열을 가려서는 곤란하다. 이렇게 되면 동심원 바깥은 끼어들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엄청난 차이…그러나 부각되지 않은 차이

이번 민주노총 보궐선거는 쟁점이 없었나? 아니다. 우선 지난 4기 지도부에 대한 평가 문제에서 세 후보 진영은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기호1번 진영은 양대 정파를 공히, 상층 노동관료라고 비난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핸들의 문제가 아니라 엔진의 문제”라는 그들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기호2번 진영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계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상, 명시적인 ‘수성 진영’이다. 따라서, 공세보다는 쏟아지는 공격에 대한 방어에 치중했고, 자연스레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선거전을 치렀다.

기호3번 진영은 ‘공성자’다. 그들은 4기 지도부를 ‘비상식적으로 민주노총을 끌고간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전 과정에서 중집회의 사례, 정오교통 사례 등을 계속 언급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두 번째 쟁점은 조직체계와 관련된 문제였다. 크게 직선제에 대한 입장과 산별과 지역조직에 대한 입장에서 세 곳의 선본은 크게 갈렸다.

기호1번 진영은 “선거 중단”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선거공약을 내세우며, 즉각적인 직선제 선거를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산별 구획을 정하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산별 논의는 상층 노동관료들의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면서 “지역연대를 되살리고, 운동의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내리기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들은 민주노총이 전면에 내걸고 나선 ‘산별전환투표’를 “세계노동운동사에서 유래 없는 방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기호2번 진영은, “직선제를 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면서 일종의 단계론을 꺼내들었다. 또한 현 민주노총의 선거 운영능력을 냉정히 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산별 전환에 있어선, 기존 산별의 틀을 존중하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기호3번 진영은, “차기 지도부 선거(2006년 말)부터 전면적인 직선제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다. 1번 진영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좀더 현실적인 혁신안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산별전환 투표와 관련해선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나 역시 산별전환 투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 지역 중심의 산별로 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어떤 이견도 없지만, 현존하는 성과를 기반으로 한발 한발 가야 한다.”(김창근 위원장 후보, <매일노동뉴스> 후보자 초청 토론회 중)
이밖에도 KT 노조에 대한 입장, ‘세상을 바꾸는 투쟁’ 대 ‘계급성의 복원’ 등등 공격적인 논쟁이 가능한 쟁점들이 적지 않았다. 진단과 대안을 두고 한판 설전을 벌일 조건을 갖춰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의 후보들의 차이를 ‘선수’들 말고는 그다지 변별하지 못하는 듯하다.


쓰는 단어, 10개가 안 넘는다

왜 그럴까. 우선 쓰는 단어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진정성”, “통합”, “상식”, “단결”, “연대”, “혁신”, “분쇄”, “투쟁”, “동원” 등 10개의 핵심단어가 주로 등장해 문장이 조합되다 보니, 각 후보진영 사이에 차이를 쉽게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리고 그 ‘핵심단어’들 중에는 노동조합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태반이다.

자, 후보들이 한 ‘말’들을 살펴보자.

“우리가 제도화된 타협체계와 선거 중심의 정당 지지로 가느냐, 아니면 민중의 저항을 조직함으로써 위기를 딛고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나아가느냐는 우선 민주노총의 혁신과 관료제 청산에 달렸습니다.”(기호1번 이정훈-이해관 후보)

“미국과 노무현 정권, 자본의 합작품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박살내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승리로 이끌겠습니다.”(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

“땅에 떨어진 지도력을 조합원의 손으로 복원하는 것, 민주노총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을 높이고 주인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 혁신의 돌파구입니다.”(기호3번 김창근-이경수 후보)

사실, 민주노총 임원선거 공보물에서만 볼 수 있는 어법이다. 우선 격하고, 더해서 생경하다. 물론, 오랜 기간 노동조합운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는 일상언어겠지만, 이른바 활동가들 말고는 익숙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맞추기 게임’하면 만점 나올까?

더해서 후보들의 선거 슬로건을 보면 좀, ‘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단결과 혁신, 민중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 “책임지는 투쟁, 중앙부터 혁신,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

첫번째 것은 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의 선거 슬로건이고, 두번째 것은 기호3번 김창근-이경수 후보의 선거 슬로건이다.

부위원장·여성할당 부위원장 후보들의 슬로건을 살펴보자.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노동자 분할통치 분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겠습니다”, “노동자의 조직적 단결과 진보세력의 총단결 실현”, “연대와 혁신의 기치로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나아갑시다”, “민주노총 혁신의 기관차가 되겠습니다”.

후보와 슬로건을 놓고 ‘맞추기 게임’을 하면 만점 받을 사람이 80만 조합원 중 몇명이나 될까. 아니, 926명 대의원 중 몇명이나 절반 이상을 맞출까. 참고로, 보름 가까이 선거를 취재해 온 기자도 절반이상 맞출 자신이 없다. 그럼 국민과 대중은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민주노총 선거는 대의원선거이기 때문에, 정책선거가 사실상 어렵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을 때는 몰라도, (현장의 주요 활동가인) 대의원들은 민주노총의 구조와 쟁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주장의 차이를 알고 있다.” 한 선거진영의 핵심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같다고 해서, 우리가 제기한 문제의식도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기호1번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라는 말. 그래서 민주노총 선거는 ‘조합장’ 선거처럼 보인다.<상자기사1 참조>


선거 자체가 쟁점이 되는 상황

필요하면 어법은 바뀐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노총 선거는 ‘필요’를 느낄 구조가 아니다. 간선제는 직선제에 비해 당연히 선거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한 선본에서 분석한 예상치에 따르면, 926명의 대의원 가운데, 표심을 알 수 없는 대의원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정파구도가 거의 공식화된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지형 상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이미 표심을 결정한 90%의 대의원이 표심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상자기사2 참조>

결국 선거가 (이미 결정돼 있는) ‘지분’을 확인하는 과정 정도라면 쟁점의 형성도, 그에 따른 역동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분 확인은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확인된 90% 가량의 대의원 표심에 선거의 답이 나와 있는데(본지 10일자, “기호2번 조준호-김태일 후보조, 압도적 우세” 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서는 좀더 설득력있는 언어와 행위로 표를 호소하는 데 힘을 쏟을 이유가 없어진다. 이리하여 슬로건의 차별성은 말만 봐선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쟁점은 선거 자체로 모아진다. 지난 3일, 국회 환노위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 일정이 나오자, 약세를 보이고 있던 진영에서 바로 “선거연기”, “선거중단” 주장이 강하게 펼쳐졌다. 넘기 힘든 조직세가 ‘거의’ 확인된 상황에서 굳이 참여할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는 말은, 이미 선거전 시작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다(물론 내세운 명분은 조직세 차이가 아니었다).

우세로 평가된 기호2번 진영은 타 진영의 선거연기 주장에 대해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비대위 체제를 접고, 서둘러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선거쟁점은 자연스레 선거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형성됐다. 이렇게 되면, 어느 후보의 말처럼 어느 쪽이 “진정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의지는 계량할 수 없는 법. 

여담이지만, 비정규법 처리 일정 때문에 민주노총 선거를 연기·중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한 민주노동당 의원이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밥은? 비정규법 처리한다는데 밥은 먹는데?”

쇠약한 사람에겐 감기도 위험하다

이같은 배경에서 열린 10일 대의원대회는 시작부터 ‘부분 파행’을 보이기 시작했다. 40명이 넘는 KT노조 소속 대의원들은 기호1번 진영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의 대의원대회장 봉쇄에 막혀 입장도 하지 못했다.

10일 정기 대의원대회 나온 긴급발의 안건 5개는 사실상 선거 자체를 쟁점으로 하고 있던 보궐선거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KT노조 징계 건’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하자 △‘임원 직선제 실시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2006년 6월 이내에 도입하자’ △선거를 연기하자 △ 5기 임원선거 직선제 추진위원회 구성 및 비정규직 악법과 로드맵 분쇄를 위한 대의원·단위노조 대표자 구속발의 특별결의안을 채택하자 △강승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민주노총 조합원에서 영구제명 하자 등 5개 안건 가운데 3개는 사실상 ‘오늘 선거하지 말자’는 말이고, 2개는 제기한 쪽이 '선거운동용'으로 발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와 금속연맹 중집의 현대차노조 신임 대의원 자격에 대한 ‘행정착오’가 불거졌다(누가 잘못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쇠약한 사람은 감기로도 사망하듯, ‘행정착오’는 대대 파행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상자기사 ①> 밖에서 본 민주노총 선거의 ‘말’들
“사회적 책임을 표현하고 있나?”
“노동운동이 다수의 보통사람과 접촉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그것이 반영된 자연스런 모습 아니겠는가. 그러니, 대중이 자신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만 사용하는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쓴소리를 해 온 ‘진보정치연구소’의 김윤철 실장의 말이다.


언뜻 이해는 가지 않는 말. 15명의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후보들은 한결같이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좋은 세상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국가와 자본 앞에서 분명 약자다. 하지만 시민사회 내에선 최대의 조직이며, 다수다. 노동운동이 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능동적인 정치행위다.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사회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리더십은 조직된 세력의 힘에 더해서 사회적 담론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때 나온다. 후보들은 조직을 더 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담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은 말하고 있지 않다. 한 부위원장 후보가 ‘언론대책팀’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 15명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통틀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실장은 민주노총 선거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선거를 잘하는 조직이 꼭 정치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선거를 못하는 조직은 절대 정치를 잘할 수 없다. 유권자를 설득하고, 조직할 능력이 없는 자가 어떻게 ‘정치’를 잘하겠는가.” 이어진 비판이다. “계급 중심성이 80년대에 읽히던, ‘조악한’ 텍스트적 당위를 강조하면 생기는 건가. 이론적 당위에 머물고 있는 강조에서 머물면 얻어지지 않는다. 인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고 성과를 내면서 확보되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후보들의 말에 대한 김 실장의 평가다. “운동권 언어의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과제를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 전혀 호응 여부와 반응을 체크할 수 없다. 그러니, 변별력이 생길 수 없는 것 아닌가.”

<상자기사 ②>  "더이상 이변은 없다"
1998년 3월31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세계일보 국제연수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2기 임원선거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조직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라던 정갑득-장운 후보를 누르고, 이갑용-고영주 후보가 위원장-사무총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당시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381명 중 205명이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이갑용-고영주 후보의 승리는 선거 전 일반적 분석과는 차이가 있었다.


“직선제를 정비하고 1년 후에는 물러나겠다”, “정리해고법을 인정하지 않고, 투쟁지도부 역할을 하겠다”는 이갑용 후보의 주장이 대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일까. 또한 1996년 6월 현대차노조 임단협에서 당시 위원장이었던 정갑득 후보가 16.9%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공식화 한 것에 대한 비토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9년이 지난 후에는 많이 변했다. 임원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심지어 “(비리로 물러난) 강승규 전 수석이 다시 나와도 당선된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9년간 무엇이 변했나. 우선 민주노총 선거 구도의 경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3기 지도부 선거에서 국민파-중앙파-현장파, 이른바 ‘1-2-3번 구도’가 고정됐고, 2004년 3기 지도부 선거를 거치며 국민파-범좌파 양대 구도가 굳어졌다. 여기에 2005년 봄 대의원대회 파행 사건 등을 거치면서 각 세력 간의 반목은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민주노조운동의 장기 침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998년 당시 선거는 어렵지만 밑에서부터 운동의 흐름이 맞춰지던 시기였다. IMF와 정리해고 합의 이후 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일반 정서가 있었다. 지도부의 전투성을 중심으로 단순논리만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더 중층적이다. 좌우 나눔으로 해법을 찾기 어렵다.”(이해관 사무총장 후보)


1998년 당시에 사무총장으로 당선됐던 고영주 과기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당시에는 노사정 합의, 파업 유도 등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컸다. 현장에서 시작된 역동성이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은 현장과 단위노조가 많이 약화됐다. 열정은 약화됐고, 냉소가 커졌다. 민주노총이 외형적으론 성장해왔지만, 관료화도 진행됐고, 정파운동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약해진 민주노총의 반영이라고 본다.”

<상자기사 ③>  인간의 언어로 해결될까?
1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한창 파행으로 치닫던 시간. 전재환 비대위원장이 '재석 확인'을 위해서, "참관인들은 참관인석으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말하자, 한 참관인이 강하게 항의를 했다.


"조합원들이 있을 참관할 공간도 없는 곳에서 대의원대회를 열면서 2층 구석으로 옮기라는 게 말이 돼! 조합원들을 무시한 처사 아냐!" 그러자, 한 대의원이 개 짖는 소리를 내면서, 항의하는 참관인을 비꼬았다. 비꼬인 쪽에선 "당장 이리로 와!"라며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화를 냈지만, 그 대의원은 계속 '개소리'를 냈다. 문제는 인간의 언어가 아닌 '개의 소리를 흉내냈지만' 정확히 '의사소통'이 됐다는 점이다. '개소리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니까.


대의원대회 전반적으로 욕설은 다반사였다. 주먹질도 참지 않았고, 몸싸움도 계속 벌어졌다. 결국 파행으로 끝나기까지, 말과 욕은 계속 공존했다.


'정책선거'는 그만두더라도, '쟁점'으로 평가받기 위해 모인 선거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미 굳어진 선거판세, 평행선을 달리는 노선의 차이. 대의원대회 대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선거를 하기 싫은 사람'과 '선거를 (무리해서라도) 진행하자는 사람'이 모인 자리는 아니었을까. 그러다 보니, 대의원대회의 최대 쟁점은 자연히 선거를 하느냐 마느냐에 맞춰졌고, 이날 벌어졌던 대부분의 행동은 그것으로만 설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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