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노사관계의 모범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전근대적인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에게는 ‘대화와 타협’을 입버릇처럼 말하던 노동부가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는 노동자들의 가장 약한 고리인 징계권을 여지없이 휘두르는 등 ‘힘의 논리’와 권위를 앞세우고 있다. 징계 이유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최근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지침에 따라 ‘노동부장관 퇴진’ 대자보를 붙인 직원상담원노조 전임 위원장 등 2명의 간부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해당 지방노동관서에 보냈다. <본지 2월 7일자 참조> 물론 징계 사유는 불법집회 등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노동부 장관 퇴진 대자보 문제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노동부 장관 퇴진을 조직적으로 결정하고 단위노조에 대자보 부착 등의 지침을 내렸다. 노동계의 노동부 장관 퇴진 요구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지만 핵심은 비정규법안 문제였다. 비정규법안은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노동계는 정부 법안을 ‘개악’으로 봤고 노동정책의 수장인 장관에 대한 퇴진을 투쟁의 한 방안으로 삼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노총 소속인 직업상담원노조 간부는 서울노동청 안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 창문에 ‘장관 퇴진’ 대자보를 붙인 것이다.

직업상담원들은 노동부 직원이기 이전에 ‘노동자’다. 노동부장관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에서 성역인가. 노조가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법안을 만든 노동정책 수장을 비판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노동부의 이번 징계 추진은 그나마 힘의 원리가 작용하는 노동부 직원들만이라도 정부 비판을 못하도록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정부는 올해 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약속했다. 직업상담원들은 그 중심에 있다. 노동부의 이러한 ‘전근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직업상담원들이 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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