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노총 경기도본부에서 여성간부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300인미만 규모의 중소사업장이 69.4%를 차지해 중소사업장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어 유효한 의미를 지니는 조사였다.

본 조사에서 여성 상근간부는 전체 상근간부에 5.2%에 불과한데 이는 2003년도 한국노총이 전체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간부 현황조사에서 나타난 6.2%의 비율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전임간부수에 있어 남성은 2.48명, 여성은 0.92명이고, 남성간부수는 평균 13.11명, 여성간부수는 평균 3.72명으로 조사되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직책의 45.6%가 여성부장이며 그밖에 총무부장, 교육부장, 문화부장이 5%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직책의 편중이 매우 심하고 직급 또한 낮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표자인 위원장은 2.8%, 부위원장은 16.0%로 나타나 여성의 대표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속에서, 특히 여성조합원 비율이 비교적 높은 사업장에서조차 여성이 대표를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본 조사에서 나타난 노동조합 조직에서 여성간부의 현황은 여전히 낮은 비율로, 한국사회 전체가 여성의 공적 영역으로의 진출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지속적으로 상승되고 있는데 반해 노동조합 내의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임을 볼 수 있다. 즉, 사회의 변화를 촉진해야 할 노동운동의 한 측면으로서의 노동조합활동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변화양상을 쫒아가지 못하고 있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부터 실시되는 한국노총의 대의원할당제는 매우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여성노동자가 전체의 22%를 차지하고 중소사업장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한국노총의 특성상 여성노동자의 대표성 제고를 통해 노동조합 내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고, 여성노동자의 참여공간 확보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을 제고한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할당의 의미를 지니는 수치인 3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16.5% 수준의 대의원 할당과 임원(간부)할당제의 미실시는 진정한 할당제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임원(간부)할당제와 관련하여 지난 12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여성의 52.6%가 당장 필요하다고 대답한 반면, 남성은 36.5%에 그치고 있으며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는 37.%,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15.2%에 달하고 있어 그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임원(간부)할당제의 추진을 위해 남, 여조합원 모두 ‘노조의 적극적 추진’을 들고 있어 이후 노조의 여성간부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개선 활동과 함께 다양한 교육사업들의 추진이 절실함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설문조사에서도 여성노동자에 대한 활동방향으로 교육사업을 통한 여성간부의 육성과 함께 여성조합원 가입확대를 위한 조직사업이 29%로 나타나 노조의 적극적 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성위원회 강화 및 할당제 추진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는 비정규직, 여성,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여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그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배려하는 것은 위기를 벗어나는 또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방향으로 할당제와 관련해서 30%이상 대의원할당제와 임원(간부)할당제의 단사, 연맹 등 모든 조직의 적용과 여성의 문제를 모든 회의 때 일정비율 포함시키는 의제할당제의 실시를 통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진 여성문제를 공식적 영역으로 끄집어내서 그 해결방안의 도모도 병행되어야 한다.

노동운동의 이념, 철학에 대해 거창하게 표방하지 않더라도 이념과 철학이 건강한 사회로의 발전에 복무한다는 원칙 하에 세상의 절반인 여성공간의 확보를 통해서 ‘국민과 함께, 현장과 함께’라는 실천적 행동과 직결됨을 인지하여야 한다.

여성의 취업률이 50%를 넘어섰다. 그러나 여성의 노동환경은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가사노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절대적으로 불합리한 조건 속에서 ‘빈곤의 여성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들을 노동조합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노동운동의 위기는 그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미로 속에 갇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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