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해고와 구속을 반복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운동을 해 오신 동지! 얼마 전 복직이 되어 업무파악과 새로운 체계를 익히느라 바쁘다고 넉살을 떠는 동지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었던 시절처럼, 96~97년 총파업 투쟁당시 조직하고 투쟁을 이끌어 왔던 것처럼, 현장 일선에서 그 역할을 또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동지!

요즘 노동운동이 위기라고들 합니다. 현장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저도 어렴풋하게 느껴집니다.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놓기는 하지만 언제쯤 이 '위기'란 것을 떨쳐버릴지, 새 세상은 반드시 오는 것인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오겠지요. 그래도 만들겠지요. 우리는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깜깜한 시절도 넘어섰고, 서슬퍼렀던 유신독재 시절도, 80년 5월도, 격변의 87년도 목숨 내걸고 넘어선 노동자들이니까요. 전노협을 만들고 노동자들끼리 연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 수배가 되었던 시절, 노동법 날치기 통과 저지투쟁,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넘어선 우리니까요. 그래서 요즘 저는 조바심 내지 않고 '위기'라는 요란한 소리에 너무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하려 합니다.

다만 한가지 마음 쓰이는 것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이나 조직노동자들을 보고 느끼는 감정들입니다. 뭐랄까, 시기심일 수도 있고 괜한 투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분명 그것이 차별감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 줄 울타리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민주노총은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이 울타리가 없는 자신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지 않은 것 같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인색한 것 같이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차별감이랄까 이질감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런 감정은 같은 민주노동당 당원 사이에서도 느껴진다고 합니다.

민주노조 운동진영에서 위기의 근거를 조직률이나 조직형태, 비정규직 문제에서 찾는 것을 보면 이런 느낌들을 단순히 비방 여론이나 흑색선전의 결과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10·26 재·보선의 뼈아픈 교훈으로 다시 한번 얻은 것도 다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래서 동지, 부탁이 한가지 있습니다. 조직되지 않은 많은 노동자들의 아픔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차별감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알려주십시오.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 자신이 그들과 공감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당신 자신이 편한 조합원들보다는 불편한 그들과 더 많이 부대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가까이에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주시고 그들의 일상에 한발 더 다가가 주세요. 그들의 아픔과 차별감에 공감할 수 있도록 힘써 주세요.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당 분회에서나 지역위원회에서 제가 더 많은 말을 하거나 조금 삐딱해 보인다고, 민주노동당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눈치주거나 타박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의 고민과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기다리겠습니다.

그래서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너무 작은 일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부터입니다. 그리고 더 큰 이질감을 느끼는 동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K동지!

자주 만납시다. 자주 얼굴 보며 서로의 생각과 서로의 부탁을 확인합시다. 그러다 보면 무슨 사단이 나도 나지 않겠습니까. 설도 지났습니다. 이번 설에도 임금체불 된 노동자들이 당에 상담하러 많이 왔겠죠?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보며 보내는 설이 되셨습니까. 그럼,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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