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준), 노실사 등 7개 단체는 1월18일부터 21일까지 겨울빈민현장활동을 진행했다. ‘주거, 공간의 박탈을 넘어 평등한 삶의 자리로’라는 주제 아래 주거의 문제를 돌아보고 권리로서의 주거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빈활진행팀은 1월 17일부터 서울역 구역사 광장에 실제 크기의 쪽방을 제작했다. 중2층으로 지어진 쪽방건물에는 한평이 약간 넘는 쪽방 10호와 공동세면실, 공동화장실, 복도가 만들어졌다. 쪽방 제작은 노숙을 하시거나 쪽방에 생활하시면서 건설일용직 노동을 하시는 아저씨들과 활동가들, 빈활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함께 했다. 제작한 쪽방에서 2박3일 동안 숙식을 해결할 것이기에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았다. 많은 언론이 제작된 쪽방에 관심을 보였고, 서울역 광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이나 노숙인 분들도 쪽방을 돌아보기도 했다.

쪽방, 사람이 살고 있어요

쪽방은 한평 남짓한 공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건물 한층에 20여개의 쪽방이 있고, 층마다 공동화장실과 공동세면실이 하나씩 있을 뿐이다.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거나 하루에 두 번 건물주인이 난방을 해주면 남은 열로 하루를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하루에 일세 5천원에서 8천원, 월세로는 15만원에서 18만원에 이른다. 이러한 쪽방의 열악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거’의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빈활참가자들이 지낸 쪽방에서의 이틀밤은 너무나 추웠고, 화장실이나 세면 등 본능적인 일을 해결하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지하도나 광장에서 그대로 노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부러운 공간이었다. 노숙인 분들은 언제부터 이 방에서 살 수 있는지를 물었고, 간혹 술을 마시고 오셔서 방을 비우라고 으름장을 놓는 분들도 계셨다. 얇은 합판이나마 쪽방이라고 지어진 우리의 공간은 그 자체로 주거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쪽방을 서울역 광장에 제작한 것은 쪽방의 열악함을 보여내고자 함은 아니었다. 쪽방은 가난한 이들의 최후의 주거지라고도 한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일세방은 열악하나마 하루의 휴식을 보장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주거공간이지만 그나마 쪽방은 주거가 불안정한 빈곤계층의 몇 안 되는 주거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쪽방이나 비닐하우스촌 등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주거공간이지만 일방적인 철거보다는 공간을 재생하는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저렴하고 부담없는 주거대책을 마련하여 주거불안정계층이 자연스럽게 쪽방을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열악한 쪽방이어도 그러한 공간조차도 들어갈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이 있으며, 이는 바로 쪽방이 세워져 있던 서울역 광장에서 펼쳐지는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빈활진행팀은 쪽방이 세워진 지 나흘만인 20일에 쪽방을 철거했다. 철도공사와의 약속이었다. 쪽방을 철거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계속 논의하면서 우리는 제작된 쪽방이 거리의 노숙인분들에게,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계속 열린 공간으로 존재하기를 바랬다. 결국 빈활참가자들이 이틀밤을 자고 철거돼 버렸으나 우리는 서울역 광장에 쪽방을 세우면서 ‘주거’가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한 권리임을, 물러설 수 없는 인권임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요지경, 다가구매입임대사업

빈활참가자들은 이틀째인 1월19일에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사업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2003년 서울시가 매입한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이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비어 있지는 않은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마포구, 은평구, 강서구로 나뉘어져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나 조사가 쉽지만은 않았다. 누군가가 찾아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주민들은 학생들의 요청에도 자세한 대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진행되는 상황도 제 각각이었다. 어떤 구는 전세로 전환되어 있었고, 또다른 구는 초기 계획처럼 1,100만원에 월세 10%수준으로 있는 곳도 있었다. 어떤 곳은 다가구주택의 창고를 구의원이 사용하고 있기도 했다.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의 문제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다르게 매우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보증금이 1,100만원~1,300만원에 이르고 월세도 이의 10%인 11만원~13만원이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월 3만원~5만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빈곤계층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주택인 것이다.

쪽방 등 불안정한 주거공간을 탈출하려면 보증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빈곤계층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일세방을 맴돌고 있다. 이러한 빈곤계층의 주거 마련을 위해 부담이 가능한 ‘저렴한’ 주거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거에 있어서 ‘점유의 안정성’이 보장될 뿐 아니라 부담가능한 비용이어야 하며,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나 서비스가 보장되고 일자리 등과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즉, 주거는 ‘공간’만의 의미가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구조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다가구매입임대사업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는 ‘집’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집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골목골목마다 빼곡이 들어선 집들이 올바른 ‘주거’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세밀한 대책이 필요함을, 비어있는 공간 곳곳에 주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리잡기 위한 조속한 계획이 필요함을 확인했다. 더불어 굳게 닫혀 있는 문들이 흔쾌히 열리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이 되기를 바랬다.


유령마을의 주거이야기

빈활 셋째날, 빈활참가자들은 웅장하게 서있는 타워팰리스 아래 서로 쓰러질 듯 지탱하고 있는 판자촌 포이동 266번지로 들어갔다. 주소지도 인정받지 못한 채 몇천만원이 넘는 토지변상금을 집집마다 떠안은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 빈활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주거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포이동 266번지 주거실태조사는 최저주거기준을 중심으로 1차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전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기본적인 주거환경 마련을 위한 요구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주소지만 인정되면, 토지변상금만 철회되면 지금의 상태도 좋다는 주민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포이동 주민들의 주거 실태는 매우 열악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거재료로 적합하지 않은 목재로 지어진 판자집에 나무는 오래 되어 썩어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모든 주민들이 집과 떨어진 곳에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의 수나 적합한 난방시설, 부엌시설 등을 세어 조사표에 작성하여 20여가구에 대한 1차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집집마다 방문하며 취지를 설명하고, 그 가정이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열악한 주거공간뿐 아니라 포이동 주민분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다. 아이가 아파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집도 있었고, 방의 구분이 없는 공간에서 부엌 마루 구분 없이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집도 있었다. 방이 따로 없어 부부만의 공간을 가지지 못한다는 한 여성분은 “주소지가 인정되어 집을 고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예쁜 잠옷을 사고 싶다”고 수줍게 얘기하시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보니…그제서야 내 삶도 있습니다.”

3박4일 동안의 짧은 빈민현장활동을 마치고 참여자들은 각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 참여자가 참여 후기로 올린 글에 “집에 돌아와보니 … 그제서야 내 삶도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모든 참여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모자란 잠을 청했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지만, 가서 쉴 집이 없거나, 집에 난방이나 전기, 수도가 들어오지 않거나, 부담스런 월세로 생활자체가 빠듯하거나, 그나마 언제 나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집’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집이 꼭 ‘내 집’일 필요는 없다. 누구나 적절한 주거를 누릴 수 있고, 적절한 주거를 누릴 수 있는 구조와 제도가 마련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거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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