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17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당정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 내용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부분일 수밖에 없다. 발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100인이상~300인이하 사업장의 경우 한 명의 전임자에 대해, 100인이하 사업장은 반(半) 전임자에 대해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2년이상 유예’ 하기로 했다는 것이 그 내용으로, 2003년 근로기준법 개악 시 효과를 발휘했던 차등 적용의 수법을 빼먹지 않았다.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는 시간의 문제일 뿐 사실상 노동조합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 전임자가 없는 노동조합은 그 전투성, 전문성, 연대성은 상실하게 되고 결국 사랑방으로 전락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을 요하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상 분명히 알고 있다.

상당수의 연맹이나 노동조합이 2006년도를 산별 전환의 마지막 기회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별 전환을 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기정사실화 하거나 그것을 전제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유급 전임자 유지와 그 확대를 위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산별노조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실은 조직 규모에 상관없이 전임자를 운용하고 있다. 규모가 큰 노동조합은 전임자 수가 많고 규모가 작은 노동조합은 반대로 수가 적을 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급 전임자의 존재 여부는 노동조합의 생명인 전투성, 전문성, 연대성의 지속을 결정짓는 중요 조건이다. 정권과 자본이 전임자 폐지 또는 축소를 시도하는 것은 바로 현실 노동조합의 그 생명력을 옭아죄려는 의도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제화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여러 입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중복되는 것은 피하고 여태 언급되지 않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부당한 이유를 추가하여 몇가지 지적하려고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것이 부당한 이유는 유급 전임자 제도가 큰 틀에서 보면 노사간 부조 관행, 제도의 한 유형으로서 노사간 상호부조제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데 있다. 전임자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 과정이 노동조합 요구와 힘에 밀려 사용자의 의사에 반한 모양을 띠고 있다손 치더라도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기업과 사용자가 노사 공생을 도모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곤란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 지원해 주기 위해 단체협약 상 전임자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체결된 것이지 동의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말라.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에서 전임자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만큼 노동조합의 양보가 분명히 있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전임자 제도를 비롯한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지원 여부와 지원의 범위는 너무나 당연한 단체교섭 사항이다. 그러함에도 정부가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나아가 범죄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가지는 단체교섭 대상을 축소하려는 의도, 즉 단체교섭권을 입법적으로 축소하려는 부당한, 위헌적 발상이다.

또한 발표된 법 개정의 내용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선언적 규정이라면 달리 볼 수 있다. 노사가 교섭력을 발휘하여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규정에 따라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금지 수준을 넘어 이를 범죄행위로 취급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나라가 할 짓인가. ILO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쉽게 동의를 받기 어려울 일이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에둘러 표현할 것도 없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조합 죽이기이다.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내세울 조직을 죽이기 위함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의도를 철회하고, 그 결정은 노사 자율 교섭에 맡겨라.

노동조합도 올해의 교섭의 내용으로 노동조합 활동의 내실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철폐를 넘어 전임자 확대, 노동조합 지원의 확대의 해로 반전시키자.

상담문의 :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042)862-7760 hanlab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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