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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같은 GO, 드라마보다 못한 신년연설
  • 김지예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서울신관중 교사)
  • 승인 2006.0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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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의 대대적인 선전과 황금시간 생방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의 신년연설은 3사를 합쳐 22%의 시청률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된 드라마는 오히려 기존기록을 깨며 2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국민들은 정치보다는 드라마를 택했나 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확인시킨 자신의 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하면 된다. 신년연설은 그간의 과정과 의지를 통해 앞날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 며칠 전부터 양극화 문제에 대한 입장발표를 예고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한 것에 비하면, 시청율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거 같다. 오히려 과세논쟁으로 비화되며 역설적이게도 후폭풍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 김지예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서울신관중 교사).
어떠하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막상 그 내용을 보니 누구 말대로 안이하고 진부하다. 양극화 문제가 어제 오늘 생긴 일도 아닌데,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는 이제서야 호들갑스럽게 제기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지금이 혹시 대선 후보자로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때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집행책임자가 아니라 정책제안의 주체인 노조나 시민단체로 역할을 혼동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님 앞으로 양극화시대가 올 것이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던 20년쯤 전의 국민계몽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노대통령의 취임 후 일성은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였다. 노동자 편인 척했던 그는 노조권력을 비판하면서 노노 간의 이간을 시작했고, 그 결과 대기업 노동자는 강자로, 노동운동은 집단이기주의로 몰려 세워지고 있다. 임금격차를 줄이고 정규직이 양보하면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총생산량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IMF 이전에는 12%선이었으나 지금은 9%대로 떨어져 있다. 정규직 몫이 커져 비정규직의 임금이 낮아진 것처럼 호도하는데 그럴려면 적어도 그 총액이 변함없이 유지될 때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용자는 비정규직으로 채워가며 임금을 아끼기 때문에 노동자는 가난해지고 소비 진작이 안 되며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사상최대의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기업은 투자를 안 하고 일자리를 안 만드니 양극화는 심화될 뿐이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2004년 2월, 노동계를 뺀 채, '깜짝쇼' 하듯 맺은 사회적 협약 결과가 무엇인지 정부는 국민 앞에 보고해야 한다. 이제 와서 새삼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 13만개 운운은 무슨 얘기이며,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니 DJ정부가 알짜기업을 전부 팔아넘기면서 일할 자리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하다.

주40시간제 도입은 애초부터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산술적으로도 10%의 인원을 확충해야 하며 교대근무를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그 지도·감독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찌했는가. 인력확충 요구를 묵살한 채 단체행동을 직권중재로 갈아엎지 않았던가.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보호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핵심을 놓치고 모든 걸 ‘네탓이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아무리 골든타임에 동시 생방송이라 해도 누가 보려고 하겠으며, 설혹 시청율이 높았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부의 역할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면 병은 더욱 깊어진다. 위기진단 합네 하며 노동자를 잡을 바에야 차라리 태평성세라고 우기는 게 낫다. 노동자 없이 어떻게 나라가 존재하겠는가? 절대다수가 노동자요, 그 가족이 전 사회구성원이다. 다 같이 망하자는 게 아니라면 노동자가 자기 몫을 확보해가는 진보의 길을 사회적 통합의 눈으로 바라보고 함께 가야 한다.

김지예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서울신관중 교사)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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