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를 열고 설 명절 종합대책을 논의한다. 정부여당은 매년 설과 추석만 되면 노동자들의 ‘훈훈한 명절’을 위해 임금체불 해소에 주력한다고 밝혀 왔다. 이번에도 늘 하던 대로 물가인상 억제와 임금체불 대책을 빠뜨리지 않았다. 명절 때만 되면 강조하는 정부여당의 체불임금 청산 의지, 과연 믿어도 될까.

정부여당은 명절 때만 되면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집중지도를 해 왔다. 올해 설을 맞아 내놓은 정부여당 대책은 임금 체불 노동자에 대한 낮은 이자율의 생계비 대출과 임금체불 사업장 지도 강화,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정책자금 조기 지원 등이다. 지난해 추석 대책도 체당금 조기 지급과 생계비 대출 등 올해 설 대책과 유사했다. 정부여당은 매년 명절만 되면 똑같은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체불임금 규모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특단의 대책’을 비웃고 있다.<표 참조>

연도별 체불임금 및 체당금 지급 현황(단위 : 억원)
구 분1998 200020012002200320042005
발 생12,185 6,1188,8973,4615,21110,42610,291
미청산 5,1372,4391,0346182,2333,2052,631
청산율 58%60%88%82%57%69%74.4%
※ 체당금 1614587046291,2201,5911,602
주) 체불근로자 기준 :03년 이전 5인 이상, ’04년 이후 1인 이상 사업장 기준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체불임금 청산율은 58%였고, 매년 조금씩 청산율이 높아지다가 2003년에는 57%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후 2004년 69%에 이어 지난해말 기준 74.4%로 높아졌다. 사업자의 도산·파산으로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체당금 액수는 매년 늘어났다. 98년 161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1,600억원을 넘어섰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임금을 정부가 대신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그만큼 경기가 불황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정부여당이 명절만 되면 되풀이하는 ‘특단의 대책’이 실제 임금체불 사업자들을 압박하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언론플레이’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한 근로감독관은 지난 16일 노동부 홈페이지의 “노동부 ‘설날 대비 체불임금 청산대책’ 마련”이라는 홍보글에 단 답변에서 “노동부의 언론플레이를 위해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실효성도 없이 휴일 밤10시까지 대기하고 있다”며 “행정력의 낭비”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에는 추석을 앞두고 광주노동청이 3억여원의 퇴직금과 임금을 체불한 인터넷쇼핑몰 업체 대표를 근기법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부의 사업자 사법처리 등 ‘특별대책’은 ‘엄포’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의 정서이다.

실제 인천의 한 지방노동사무소에서 일하는 한 근로감독관은 최근 체불임금 진정한 노동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업자에게 독려하면 사업자가 오히려 우리에게 협박하냐며 큰소리 친다”며 “사장이 안 주면 우리로서도 별 방법이 없다”고 되레 호소했다. 이 노동자는 근로감독관의 태도를 보고 사업자의 선의만 기다리며, 체불임금 받기를 사실상 포기했다.

정부여당의 ‘특단 대책’이 이대로 계속되는 한 고의적 임금체불 행위자 등 ‘악덕사업자’들도 올해 설만 무사히 넘기면, 올해 가을 추석 때까지는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지내도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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