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해 노동단체와 경영단체 간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노동계는 “새로운 대안도 없고 문제의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내용”이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경영단체들은 “성장과 사회화합을 위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발전방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시의적절한 연설이었다”고 환영 의사를 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한 직후인 19일, 노동단체와 경영단체들은 각각 논평을 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 싸늘…"대안은 없고 의지만 밝혀"

먼저 한국노총은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경제, 사회전반의 문제점과 현상에 대해 근본적이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책의지만 밝힌 구태의연한 내용이었다”며 “사회양극화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사회통합’과 ‘사회안정’을 위한 것이 아닌 경제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로 일관하고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 대통령이 사회양극화 핵심에 비정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대책도 없이 대기업 노동자들의 양보만을 거론하는 것은 ‘책임전가’에 불과하다”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물론 노조활동을 규제하려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설에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고 거의 힐난에 가까운 비판의 뜻을 표시했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지난해 양대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이를 추진해 왔지만 현 정부는 비정규법안을 훼손하는 등 찬물만 끼얹었다”며 “이제 와서 노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와 사회적 대타협의 희망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우리는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노 대통령의 연설은 한마디로 진부했다”고 냉정한 입장을 취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양극화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지만 근본원인에 대한 진단은 없었다”며 “김대중 시절에 본격화 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자들에게는 정리해고, 농민들에게는 수입개방으로 생계파탄을 불러왔지만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이를 가속화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일자리 창출로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동의한 바 있다”고 밝힌 민주노총은,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국제자유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교육과 의료의 시장화, 산업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불온하고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민중들의 교육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자체에 대한 차별을 확대해 불평등을 더욱 재생하고 부추기며 헤어날 수 없는 빈곤에 빠뜨려 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병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진통제만 투여하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 연설의 골자이고 이런 정책으로는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계기였다”며 “채널을 돌려도 똑같은 방송만 나오는 사회에서 우리 민중들의 절망은 더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경영계, 찬사와 환영…"신규투자로 일자리 창출"

한편, 경영계의 목소리는 찬사와 환영으로 점철됐다. 먼저 경영자총연합회는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균형적인 시각으로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발전방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양극화 문제의 핵심적 해법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총은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활성화가 관건인 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과 노사관계 안정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 등 제도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법안도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밝힌 경제관련 국정시책 방향에 대해서 환영한다”며 “무엇보다 양극화 문제를 일자리 창출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에 공감하며 이를 위한 서비스산업의 육성 등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극화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당면현안인 사회화합을 이루기 위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며, “우리 기업들도 신산업 진출이나 신규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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