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건, 곽태원 후보조 두팀이 출마해 오는 24일 임원선거를 예정하고 있는 사무금융연맹이 18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방침 △구조조정 △비정규직과 여성 등 차별철폐 △조직 발전 등 네가지 주제를 놓고 후보자들이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과정에서 사무금융연맹 내 양대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자들은 상대 후보 진영의 지난 사업과 공약을 놓고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았다.


산별건설 업종별이 먼저냐, 대산별이 먼저냐

먼저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방침에 대해 기호2번 곽태원 후보에게 질문을 던진 기호1번 정용건 후보는 “현재 많은 연맹들이 산별로 전환하고 복수노조 시대 등을 앞두고 산별노조 건설이 시급한데도 지난 3년간 업종별 공동투쟁이 부족했고, 업종별 협의회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업종본부가 약화됐다”며 곽태원 후보의 지난 임기를 평가했다. 이어 정 후보는 “곽 후보가 다시 산별건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 신뢰성을 확인하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곽태원 후보는 “2001년 김형탁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산별 건설을 위한 3개년 계획을 제시했지만 실천은 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김형탁 전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을 잇고 있는 정 후보 진영을 비판했다. 곽 후보는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서는 산업과 관련된 정책 고민을 중심으로 고용안정 등에 기여하면서 공동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화두로 한 공동투쟁의 모범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곽 후보는 “김형탁 전 집행부처럼 산별건설 3개년 계획을 내놓고 있다”며 “단계론적인 산별 건설이 가능한지 보완 설명해 달라”고 정후보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김 전 집행부의 산별 건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공동투쟁의 성과가 없어서”라며 2006년 업종별 공동투쟁, 2007년 사용자단체 구성 및 산별교섭 쟁취, 2008년 대산별노조 출범을 제시했다. 정후보는 “투쟁의 성과 없이 당위성만으로는 산별 건설이 어렵다”며 “소산별노조를 강화시키면서 힘있게 대산별로 나가자”고 주장했다.

반면 곽 후보는 “올해 노사관계로드맵 저지투쟁을 힘있게 벌이고 대산별 건설을 위한 찬반투표를 묻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금융법, 대안 마련이냐 폐지냐

가속화되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에서도 두 후보는 차이를 보였다.

정용건 후보는 2007년부터 시행되는 통합금융법에 대해 “법이 시행될 경우 20%이상의 금융노동자 퇴출이 예상되는데도 지금까지 연맹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 놓지 못했다”며 “선거가 끝나는 대로 반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곽태원 후보는 “통합금융법은 금융감독기준을 규제 위주에서 완화로 변경시키는 것이라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개편이 논의돼야 하는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진출 저지 등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며 정 후보 설명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통합금융법 시행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이 거대 외국기업과 맞서기는 힘들다”며 “법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합금융법 시행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법자체 폐지라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이밖에 연맹 내에 산적된 구조조정 투쟁에 대해 정용건 후보는 “다양한 업종별 정책논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도 지난 3년간 이에 대한 연맹 정책은 실종됐다”고 지적하며 곽태원 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곽 후보는 “다양한 사업장의 실무간부들이 참가해 투쟁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가져 왔고 협동조합 노조들의 입장차도 직접 나서 조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며 정후보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후보는 “협동조합노조 입장차를 조정하기 위해 나섰지만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특수고용직 노동권보장, 조직화해야

비정규직과 여성 등 차별철폐 투쟁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비정규투쟁 및 조직화 방안과 관련해 서로에게 대안을 물었다.

정용건 후보는 “각 소산별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비율을 연맹 차원에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곽후보가 지난 임기 동안 해 온 비정규직 사업과 조직화 방안을 물었다.

곽 후보는 이 질문에 대해 “보험모집인과 함께 제2금융권 특수고용직의 한 축인 채권추심노동자들을 민주노총의 3단계 조직화전략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관철했고, 방카슈랑스저지투쟁도 30만명에 달하는 보험모집인 생존권보장 투쟁을 위한 결단의 투쟁이었다”고 평가했다.

곽 후보는 이어 “특수고용노동자 조직과정에서 나타나는 정규직들과의 갈등이 고민”이라며 “정규직-비정규직 갈등해소를 위한 방안이 있냐”고 정 후보에게 물었다.

정 후보는 “지금까지 비정규법안 논의과정에서 제외된 특수고용자 노동3권 보장을 위한 투쟁에 연맹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단체협약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을 열어 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중적 연대투쟁’ vs ‘조합원들의 자주적 단결’

정용건 후보는 조직운영 및 발전방안과 관련해 각종 위원회 체계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곽태원 후보는 “연맹 사업이 분산될 우려가 있고, (전대석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통합하면서 나온 고육책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용건 후보는 “노동운동의 위기는 시스템 작동의 위기에서 비롯된 이유가 크다”며 “여수신업종만 보더라도 카드와 상호저축은행 등 사업장이 다양한데 정책실장 한사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위원회를 통해 인적자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대중적 연대투쟁 강화와 관련해 “연맹 내 단위노조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싸워 왔고 민주노총도 비정규투쟁 등을 벌여 왔지만, 그 투쟁의 중심에 있어야 할 연맹은 당당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상층간부 몇사람에 의한 즉자적이고 형식적인 집회가 아니라 통크고 단결된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곽후보는 “투쟁을 통해 조직을 강화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사업 작풍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내세우는 ‘조합원들의 자주적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투쟁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두 후보의 토론 종반부에는 내홍이 끊이지 않았던 연맹을 의식한 듯 ‘민주집중제’가 주요 화두가 됐다. 정 후보는 “곽후보가 ‘종파적 분열을 넘어서겠다’고 공약에 밝혔지만, 함께하는 동지들에게 이런 표현 쓰기가 갑갑한데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곽 후보는 “위원장에 당선되면 그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민주집중제의 원리”라며 “하지만 지난 집행부 시절 위원장에 당선되자마자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공격이 잇달았다"고 주장했다. 곽 후보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그런 갈등이 해소되고 결과에 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도 “곽후보가 연맹 통합을 위해 공약이 잘 지켜지길 바란다”며 “우리도 공약을 지켜서 힘 있고 변화발전하는 연맹을 만들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