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어울리는 장소’에 농성 천막이 66일째 서 있었다.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 입구에는 서 있는 농성 천막은 지난 11월14일 세워져서, 연말연초의 혹한을 다 지냈다. 전국공공연구전문노조 조세연구원지부(지부장 이정미)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16일부터 5일간의 파업을 시작했다. 지부는 “사쪽이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년에 100억원의 정부 예산지원을 받고 있고 공공기관이며, 국회 정무위에서 국정감사까지 받아야 하는 기관에서, 어찌 이리 시끄러운 일을 벌였을까. 노조가 요구한 단협안이 과해서일까. 일단 연전노조 김재헌 조직국장의 말부터 들어보자. “연전노조 산하에 27개 지부 중 단 3곳을 제외하면 단협을 체결한 상태다. 이번에 지부가 요구한 단협안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제시한 단협안의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쪽도 인정하는 바다. 현재 표면에 보이는 쟁점은 노조 전임자 문제다.

사쪽의 이근본 혁신전략팀장은 “이미 8차례의 교섭(심무교섭)을 진행하면서 122개의 단협 쟁점 중 60여개를 합의했다”면서 “사쪽이 교섭에 안 나오고 있다는 노조의 말은 사실이 아니”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은 “합의가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노조의 전임자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지방노동위는 반전임 인력을 두고, 그에 대한 성과급의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선에서 조정안을 권했지만, 사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김재헌 국장은 “현재 조합원이 24명이고 조직 대상이 60명에 이르는 지부에서 전임자 1명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연전노조 다른 지부에선 어렵지 않게 합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설립 한달만에 CCTV 설치

잠시 노조 설립 이후 벌어진 일을 살펴보자. 2005년 7월7일 노조가 설립된 이후, 한달이 안 된 8월1일에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사 조치를 단행했고, 같은달 5일에는 임금 3% 인상을 (노조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단행했다. 다음날에는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CCTV를 8곳에 설치했다. 10월1일에는 출퇴근 카드리더기를 설치해 근태관리에 나섰고, 같은달 22일에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노조 대표에게는 평균의 50%만 지급했다.

같은달 25일, 원장실 앞에서 연전노조 위원장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20명에게 징계조치를 했다. 노조가 쟁의에 들어간 11월7일에는, 20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이석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전직원 이석지침을 제정했다. 노조사무실에서 농성장으로 연결시킨 전화선과 랜선을 11월17일 단선했으며, 12월7일에는 회사 인터넷 계정(IP)를 농성장 컴퓨터에서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노조를 형사고발, 천막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받게 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노조 투쟁선포식과 총회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해 이석 지침에 따른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해 급여차감을 단행했다. 12월31일 성과급 지급 때에는 하위 등급인 C와 D 등급을 받은 사람 18명 중 15명이 조합원이었다. 12월28일에는 본교섭 불참을 통보하고 연구원을 나가는 원장과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지부 사무국장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을 ‘노조 전임자 문제가 합의가 안 되서’라는 이유로 설명하긴 어렵다. 노조쪽의 설명은 이것이다.

“조세연구원은 정부출연기관 어느 곳보다 상급자와 하급자의 임금 격차가 크다. 또한 대단히 패쇄적이고, 독선적인 구조로 운영돼 왔다. 예산 편성과 집행이 오랜 기간 한 사람에 의해 진행돼 왔다. 투명하게 공개하면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김재헌 국장)

“성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다. 박사급인 연구위원들은 그렇다고 해도, 행정직과 연구원, 연구조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호불호 관계로 성과가 평가되고, (성과급이 연봉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급여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 아니겠는가.”(이정미 조세연구원지부장)

노조는 “단협 체결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면서 “노조가 회사일에 개입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사쪽은 이 문제를 털고 갈 생각보다는 “사실이 아닌 말을 노조가 퍼뜨리고 다닌다”고 항변만 하고 있다. 단협 체결하고, 노사협의로 풀면 될 일 아닌가?

허성관 전 행자장관 '특혜'?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조세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위촉돼, 사무실과 비서, 전용기사와 차량을 제공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허 전 장관이 지난해 1월 장관에서 물러난 다음날부터 1년간 연구위원으로 초빙돼, “부원장급이 사용하는 크기의 연구실과 출퇴근용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았다”면서 “조세연구원의 통상 연구내용과 동떨어진 ‘공공부문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부 혁신의 이해와 전략’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