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 큰틀에서 의견접근을 이룬 ‘합의안’은 사실상 기존 정부안과 크게 차이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안은 노동부의 요청으로 지난 2003년 9월 법학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가 마련한 안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이번 당정 합의안이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로 넘어올 경우 노사 의견을 듣겠지만, 법의 주요 ‘골격’이 되는 ‘당정 합의안’에 노동계가 그동안 강력히 반발했던 '정부안' 내용이 그대로 담겨 향후 논의에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당정은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대체근로 △직권중재제도 문제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 △경영상 해고 등 6개 미합의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표 참조> 당정은 지난해 11월 ‘노사관계 로드맵’ 34개 과제 가운데 24개를 우선 처리키로 하고, 18개 항목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으며. 6개는 미합의 상태로 남겨둔 바 있다.

노사관계 로드맵 주요 쟁점
쟁점당정 합의 내용
노조 전임자 임금2007년 1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다만 30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시기 유예(잠정안 2년)
복수노조 허용 및 교섭 창구교섭창구 단일화 하되, 과반수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교섭권 행사.
(단 과반수노조 없을 경우 투표로 결정)
직권중재제도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제도 폐지. 대신 공익사업 분야에 파업 시
최소업무 유지의무 부과, 대체근로 허용. 공익사업 범위확대
(증기·열·난방, 철도항공화물운송, 항만하역, 사회보험 등까지)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형사처벌 조항 유지, 다만 금전보상제·화해제도 등 구제방식 다양화

공공부문 단체행동권 약화


이날 당정 논의 결과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익보호라는 명분으로 공공부문 단체행동권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문제 ‘국가보안법’으로 취급되던 직권중제제도가 없어지고 필수공익사업 개념이 사라지는 대신, 공익사업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최소업무 유지 의무가 부여되고 대체근로도 허용된다. 또한 긴급조정권 발동 기준이 완화되는 동시에 파업금지기간도 30일에서 60일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익사업 범위도 확대된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조삼모사’에 오히려 ‘개악’이라고 지적한다.

직권중재로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경우는 없어지지만 파업을 해도 영향력이 미비해지거나 긴급조정 발동으로 언제든지 파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단체행동권은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된다는 것.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이 약화되는데 어떻게 원활한 교섭이 가능하겠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공공부문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가 허용되지만 조만간 민간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단체행동권을 제한받는 공익사업 범위가 기존 △정기노선여객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공중위생 및 의료사업 △은행 및 조폐사업 △방송 및 통신사업에서 △열·증기·난방 △철도·항공 분야에 화물운송 △항만 하역 △사회보험까지 확대, 웬만한 공공부문은 다 포괄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긴급조정 발동 완화는 민간부문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약화된다고 볼 수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00인 미만 2~3년 유예

당정은 2007년 1월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되, 300인미만 사업장은 2~3년 정도 시행시기를 유예하기로 했다. 시행시기를 놓고 정부는 2년, 여당은 3년 정도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전임자 임금은 100인이상~300인이하 사업장의 경우 1명의 전임자에 대해, 100인이하 사업장은 1/2 전임자에 대해 임금지급 금지를 유예하는 등 ‘전임자 수’에 있어서도 당정이 의견을 정리했다.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위원회의 ‘다수대표제’ 방식을 택했다.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해 일단 노사 자율로 맡기되 단일화 실패 시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투표로 대표를 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은 현행을 유지키로 했으나 해고자 가운데 원직복직이 기대되지 않는 경우 금전보상제 도입 등 다양한 구제수단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부분과 관련, 노동계는 상당히 민감해 하고 있다. 부당해고가 만연한 우리의 현실에서 금전보상제도가 도입되면 악의적인 사용자가 특정노동자를 ‘축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밖에 경영상 해고에 대해서도 정리해고 협의기간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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