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상학)과 한국산업노동학회(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공동으로 산업공동화 대책에 대한 연구결과를 400여페이지 분량의 단행본으로 펴냈다.

민주노총은 17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산업공동화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기획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히 “산업공동화 해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자본 유치 등 규제완화정책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중심적으로 추구돼야 한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 “국내 섬유와 신발 등에서의 산업공동화 대응의 실패와는 달리 미국, 독일 등에서는 산업공동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사례가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전반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산업별, 지역별, 규모별로 나타난다는 점 △상대적 경쟁우위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열위 부문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친기업적인 환경을 만들자는 주장도 기존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책이 노동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를 배제해 현실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부당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산업공동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고진로 전략을 위한 산업고도화 정책’을 주요하게 내세웠다. 산업공동화 위협을 경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저진로 전략이 아니라 노동자의 직무능력 향상, 직업능력개발 강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고진로 전략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고부가가치 생산 지향정책,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단체협약 핵심쟁점화, 국산 부품의 사용의무 한도 설정, 신기술개발 지원, 원하청간 공정한 거래, 한계기업 지원 등 기업과 정부의 협력과 분업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사업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노동참여적인 정책, 중소기업 중심의 경쟁력 확보를 산업공동화 대응방안으로 내세웠다.

산업공동화 대응, 외국 성공사례는
미국·독일·일본 등 규제강화, 노사정 협력
산업공동화 대응에 대한 민주노총 보고서에서 제시된 ‘고진로 정책’과 ‘규제완화정책 반대’등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하고 있다.


부품산업 중심인 미국 위스컨신주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조업공동화 때문에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위스컨신주는 해결방안으로 엔진 제작, 정보통신, 생화학, 의료기기 등 10개 부분의 산업단지를 만들어 고숙련, 고품질, 고임금으로 이어지는 고진로 전략(High Road Strategy)을 구사했다. 보고서는 “위스컨신주의 고진로 전략은 민간이 주도하는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공공부문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지역의 자발성을 조직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규제완화정책 중심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이 확인된 사례라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위기에 봉착하면서 고임금, 작업장평의회를 통한 공동결정제도, 높은 사회적 규제 등으로 급격한 자본유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자본유출 추세가 역전돼 유출규모보다 유입규모가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


독일 폭스바겐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은 물론이고 지자체와 함께 하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내 기업 간 기술이전, 공동연구개발 등과 같은 산업혁신활동을 주도했으며 고용창출과 기업경쟁력 향상을 이뤄냈다. 보고서는 “노사 및 노사정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고진로 전략이 경쟁력을 확인해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일본 사례는 “산업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긴밀한 결합의 중요성과 노조가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조선과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과 경쟁하거나 주도권을 빼앗기고 아시아지역으로 제조업 생산시설이 이전하는 등 산업공동화가 심각했다. 이에 대해 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은 노조를 중심으로 기술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인적자원의 유지와 기술개발에 주력하였다. 또 노사정이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하고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능인력 보존과 재생산체제를 정비하는 등의 정책기조를 노사정이 합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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