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의 업무특성, 성별, 연령, 기존의 질병유무, 근무상태 등을 참작하여 볼 때 ‘다발성경화증’의 불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감안하더라도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공무상 재해이다.

[사건개요]

원고는 2002.3.1. ○○고등학교 국어과목 담당교사로 신규임명을 받아 근무하던 중 2004.1.20. ‘다발성경화증, 중추신경계통의 탈추초성 병에서의 급성 횡단성 척수염, 시신경염, 상세불명의 대엽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고 공무상요양승인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 되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임.

[판결요지]

① 교사수급사정이 열악한 농어촌학교의 교과담당교사로서 학과 수업이외에 담임교사 및 과다한 행정업무까지 처리하였던 점, ② 신규로 발령된 교사로서 막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완수하기 위하여 과다하게 초과근무를 하였던 점, ③ 시력장애 등 건강이 열악한 상태에서도 학교평가와 관련된 공개수업이나 외부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준비가 학교형편에 따라 특별한 지원 대책도 없이 원고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숙소로 제공된 관사의 주거환경이 비위생적이어서 격무에 시달린 원고의 적절한 휴식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평소 건강했던 원고가 학사일정과 관련한 직무 이외에는 달리 역량을 소비할 개인적인 사정이 없었는데도 부임지에서 2년간 직무수행활동을 하는 더 이상 교사로서의 직무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기에 이른 점, ⑥ 그 외 원고가 수행한 교사로서의 업무특성, 성별, 연령, 기존의 질병유무, 근무상태 등을 참작하여 볼 때, 이 사건 상병은 불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수행한 직무상의 과로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추단함이 상당하다.

사건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사건(2005.11.30, 서울행법 2004구단8647)
원고, 항소인 김○란
소송대리인 민주노총법률원 여는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권영국, 권두섭, 서상범, 안태윤, 맹주천, 이은옥, 송영섭
피고, 피항소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변 론 종 결 2005. 10. 5.
판 결 선 고 2005. 11. 30.


주 문

1. 피고가 2004.3.31. 원고에 대하여 한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2.3.1. 전남교육청 관내 진도군 소재 ○○고등학교의 국어과목 담당교사로 신규임명을 받아 근무하던 중 2004.1.20. 가천의과대학교 인천길병원에서 ‘다발경화증, 중추신경계통의 탈수초성 병에서의 급성 횡단성 척수염, 시신경염, 상세불명의 대엽성 폐렴’이라는 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고 2004.2.경 피고에게 공무상요양승인신청 하였는 바, 피고는 2004.3.31. “이 사건 상병이 현대 의학상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져 있지 아니한 염증성 질환으로서 원고가 담당한 직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의 근무여건상 질병에 쉽게 이환될 만한 특이한 소인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공무나 공무상 과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공무상요양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한편, 그 무렵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위하여 휴직에 들어가 2005.5.31.까지 재활치료를 하고도 호전가능성이 없어 교사의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형편이어서 2005.6.28.자 전라남도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직권면직처분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전남대학교병원 등에서 이 사건 상병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지방고등학교의 초임교사로서 막중한 업무와 과로에 시달리던 중에 발병한 것이므로 원고의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간과하여 원고의 공무상요양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공무원연금법 제35조(공무상요양비)
①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다음의 요양을 하는 때에는 공무상 요양비를 지급한다.
1. 진단 2. 약제·치료재 및 보철구의 교부 3. 처치·수술 기타의 치료 4. 병원 또는 요양소에의 수용 5. 간호 6. 이송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29조 (공무상 요양비)
①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을 하는 경우에는 공무상 요양비를 지급한다.
8. 평소의 질병ㆍ발병요인 또는 악화된 건강상태와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직무수행과의 경합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 및 새로이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
다. 야간 근무를 계속하였거나 기타 이에 준하는 직무상의 과로
② 제1항 각호의 규정에 의한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세부 기준은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한다.
공무원연금법시행규칙 제11조(공무상 질병)
① 공무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로 인하여 새로이 질병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된 경우에는 이를 공무상 질병으로 본다.
11. 공무수행 중에 업무량의 증가, 초과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유발되어 발생한 질병 또는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
②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과 그 질병의 발생ㆍ악화사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다. 인정사실

(1) 직무 상황
(가) 원고가 신규 교사로 임용 받아 부임한 ○○고등학교는 원고가 1학년 교사로 근무하던 기간 중, 대부분 영세농 내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 가정이거나 결손가정의 남녀학생 100여명이 학년당 2개 학급으로 편성되어 교장·교감 외 15명의 교사가 34과목을 주 평균 14시간가량 수업하며, 원고가 담당한 1학년의 경우 2개 학급 35명의 남녀학생을 대상으로 12과목을 수업하는데, 원고는 정규수업으로 국어 8시간, 재량국어 2시간, 도덕 2시간, 특별활동 2시간 등 14시간을 담당하는 외에 학기당 20시간의 특별보충과정 수업과 방학중 교과 특기적성으로 20시간의 소설 감상 교육을 실시하였고, 1학년2반의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면서 담당학생들이 야기한 폭력사건을 수습하기 위하여 상당기간 노심초사하는 한편, 연구부에 소속되어 도서대장 정리와 도서대출대장의 관리, 부진아 지도를 위한 특별보충과정계획수립과 교사연구연수계획수립, 학습지도안 관리 및 연수관련공문 등 도서계와 연수계의 행정업무까지 처리하였다.
(나) 원고가 담당한 과목은 1학년 국어인데도 3학년 수능고사대비를 위하여 2003년 여름방학에는 연수중인 3학년 국어담당 교사를 대신하여 8.4.부터 8.8.까지 수능대비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였고, 2003.9.26. 학교축제기간 2003년도 특색사업으로 추진된 ‘1인1문집 만들기 사업’의 결과물을 전시하기 까지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양성평등관련 글짓기를 지도한 데 이어서 2003.10.23. 개최예정인 진도군민백일장대회 및 청소년을 위한 문학교실의 참가를 준비하기 위하여 대회 당일까지 1주일간 방과 후에 운문부 5명, 산문부 3명 등 8명을 지도하는 과외직무를 수행하는 등으로 같은 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일 4시간 이상(합계 2,840시간) 초과근무를 하여 통상 2시간 정도에 불과한 동료교사들보다 훨씬 많은 초과근무를 하였다.
(다) 원고는 1998.2.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미혼의 여교사로 20대의 연령에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전라남도 교육청 소유인 농어촌 면소재지의 관사를 숙소로 이용하였는데, 숙소에는 수도관 노후화로 누수가 지속되어 상수도 사용료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2003.3.경부터 2003.10.경까지 관사에 상수도가 공급되지 아니하여 음용수 기준에 맞지 않는 인근의 우물물을 펌프로 끌어다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혹한기를 제외하고 연중 지네 등 독충이 출몰하는데도 원고가 백반을 뿌려놓는 이외에는 별다른 방제대책이 강구되지 아니하였으며, 2003.9.경부터 양안시력에 문제가 있었던 데다가, 원고이외에 국어교과를 담당하던 교사가 2명이 더 있었는데도 3학년의 수능준비 등 학교내부사정을 이유로 장학지도사의 입회하에 학교평가를 위하여 실시하는 공개수업을 원고가 2003.10.24. ○○고등학교장의 지시에 순응하여 국어수업에 관하여 진행하기도 하였다.

(2) 진단 경위 등
원고는 석교고등학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특별한 질환이 없이 건강하였는데, 2003.9.경부터 안과적 치료를 받기 시작하다가 2003.11.22. 토요일 출근하여 근무하던 중 심한 두통과 함께 정신을 잃고 쓰러져 광주씨티병원에 후송되어 MRI 및 CT를 촬영한 결과 중추신경계통의 이상 증후를 발견하고 2003.11.24. 전남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18일간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아급성 상태의 다발성 뇌염’이라는 추정진단을 받았으며, 2003.12.31.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여 2003.12.29. ‘패혈증 및 헤르페스 바이러스 뇌염’의 추정 진단을 받은데 이어서, 2004.1.20. 가천의과대학교 인천길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의 최종진단을 받았다.

(3) 의학적 소견
다발경화증(한국질병분류기호 G35)은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성분의 염증으로 인하여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신경계 장애를 보이는 질환으로서, 외상ㆍ감염ㆍ임신ㆍ무리한 심신의 피로·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신체의 저항력을 감소시키면서 자기 신체의 조직이나 성분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이를 공격하는 면역계 이상 또는 변동을 유발하여 발병하며, 면역과 관련된 임파구의 CD4+ 와 CD4+의 비율 변동이 발병 및 악화의 병리기전으로 파악되어 있고, 이와 같은 자가면역기전의 이상으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 “학문적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원고와 같이 교사 업무 및 생활환경의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지속되는 야간근무 및 초과근무 등의 과로가 신체의 면역체계에 이상을 초래하여 발병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다 {그 외에 ‘중추신경계통의 탈수초성 병에서의 급성 횡단성 척수염(한국질병분류기호 G373)’, ‘시신경염(한국질병분류기호 H46)', '상세불명의 대엽성 폐렴(한국질병분류기호 J181)'은 각 ’다발경화성‘ 즉 ’탈수초성 질환‘과 의학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발생하거나 진행 또는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질환으로서 독립적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님은 피고가 이를 자인하고 있다}

라. 판단

(1) 공무원연금법 등 관계법령에 공무상 요양급여의 요건으로 정한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그 직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직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 공무원의 직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두8449 판결참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그가 수행한 직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환이나 기존질환이 직무의 과중등을 원인으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직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9.3. 선고 2003두1292 판결, 2004.3.26. 선고 2003두12844 판결 각 참조).

(2) 이 사건 상병이 원고에게 발병한 구체적인 시기나 의학적으로 규명된 정확한 발병원인은 알 수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교사수급사정이 열악한 농어촌학교의 교과담당교사로서 학과 수업이외에 담임교사 및 과다한 행정업무까지 처리하였던 점, ② 신규로 발령된 교사로서 막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완수하기 위하여 과다하게 초과근무를 하였던 점, ③ 시력장애 등 건강이 열악한 상태에서도 학교평가와 관련된 공개수업이나 외부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준비가 학교형편에 따라 특별한 지원 대책도 없이 원고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숙소로 제공된 관사의 주거환경이 비위생적이어서 격무에 시달린 원고의 적절한 휴식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평소 건강했던 원고가 학사일정과 관련한 직무 이외에는 달리 역량을 소비할 개인적인 사정이 없었는데도 부임지에서 2년간 직무수행활동을 하는 더 이상 교사로서의 직무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기에 이른 점, ⑥ 그 외 원고가 수행한 교사로서의 업무특성, 성별, 연령, 기존의 질병유무, 근무상태 등을 참작하여 볼 때, 이 사건 상병은 불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수행한 직무상의 과로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추단함이 상당하여 원고의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공무상 재해라고 판단된다.

(3) 따라서, 이 법원의 판단과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상병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저앙하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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