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와 1년마다 체결하는 계약은 도급계약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원청업체와 하청의 계약이 도급이 아닐 경우, 사실상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노동부가 현대중공업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울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박희승 부장판사)는 12일 현대중공업 협력사인 홍영기업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현대중이 그동안 근로자의 채용과 관리, 공사내용과 방법까지 통제해 왔던 점으로 미뤄 도급계약이라기보다 사실상 (인력중심의) 용역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용역계약상 책정되는 금액 25억7,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영기업은 현대중이 수주한 지난해 초대형 원유설비 공사에서 공사비가 예상 공사비의 3배 이상 들어가자, 원청인 현대중에 추가인건비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중이 물량도급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추가인원 투입분에 대해 지급할 수 없다고 하자,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번 판결과 관련,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현대중과 협력업체 사이에 불법파견 여부다. 법원이 도급계약은 아니라는 것은 명확히 했지만 불법파견 여부는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서인섭 변호사는 “이번 법원 판결의 쟁점이 불법파견 보다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이냐 아니냐 여부였다”며 “도급이 아닌 인력공급계약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 야근 여부, 업무 지시, 공사 방법 등 원청근로자와 똑같이 취급했다”며 “원청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차이점은 임금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협력업체의 ‘독립성’이 결여된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노무법인 참터 김철희 노무사도 “판결문을 봐야 보다 명확하겠지만 법원도 도급계약이 아니라는 근거로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채용 및 관리 등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이미 언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불법파견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물적 계약이 아닌 인적계약 등 용역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용역계약이 불법파견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인사노무·경영의 독립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주일 뒤)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판결문 내용을 확인하고 불법파견 요소에 대해 실제 확인을 거쳐 (불법파견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노위는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는 △현중 협력회사선정위를 통해 선정되고 △도급비 산정방식이 인원의 투입량과 시간의 양으로 결정되며 △하청기업들은 특별한 장비 등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인사 노무관리의 독립성 인정이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현대중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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