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했던 중앙은행이 연초 환율불안 등을 감안, 결국 동결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콜금리 목표를 연 3.75%에서 유지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건설투자의 증가가 미약하나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유지하고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실물경제를 진단했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고유가 지속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이 잠재돼 있고 부동산가격이 국지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환율하락 움직임에 대해 박승 한은 총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다"며 "외환시장에서 교란 요인이 작동할 때는 정부와 협력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개입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최근의 환율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한국경제의 체질 강화에 따른 것이지만 일시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흡수력을 지나치게 넘어설 경우 정부와 협력해서 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최근의 경기흐름에 대해 "지난해 11월 이후 생산, 수출, 소비 등 모든 면에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회복세를 전망했다. 그러나 "환율, 부동산·주식시장의 안정 여부, 국제유가, 노사문제, 해외경제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도 보였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박 총재의 시장개입 가능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10.60원 하락한 974.00원을 기록해 8년 2개월만에 다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환율하락은 박 총재의 발언을 '소극적 개입'으로 시장참가자들이 해석한 데다, 롯데쇼핑의 상장심사 통과, 외환은행 매각 임박 등의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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