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공장 노조의 취업비리 및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비리로 인해 불거진 민주노총 혁신의 문제. 노동계 곳곳에서 조직혁신을 이야기하며 자체 정화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이 정책토론회<사진>를 개최해 ‘민주노총 혁신, 어떻게 할까’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논의들을 진행했다.

노동자의 힘, 사회진보연대, 전진 등 30여개 지역과 현장조직 중심으로 구성된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은 이날 토론회에서 특히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제기, 직선제 및 소수부문 할당제, 규율위원회 등에 대해 집중토론을 벌였다.


‘자신으로부터의 혁신’

‘민주노총운동 혁신 실천방안’에 대한 발제를 진행한 한석호 전진 조직위원장은 노동운동에서 혁신대상은 ‘자신’도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념과 노선의 혁신, 투쟁과 의제의 혁신, 비정규직·영세노동자 중심의 운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운동 내에서 ‘사회주의’ 이념과 노선을 공고히 하고 기업별노조운동의 한계를 탈피, 신자유주의 자본제의 확대재생산 기제인 사회적 양극화와 차별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인력과 재정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와 영세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비정규사업지원단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이같은 한석호 조직위원장의 주장에 동의를 표한 조대환(이윤보다 인간)씨 역시 “비정규직 문제나 산별건설을 둘러싼 각각의 이해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조직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노조 내에서 민주주의적 계급투쟁을 역설했다.

조대환씨는 “단계적 민주주의, 다수결에 만족하는 의회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소위 평의회 운동이나 이와 유사한 현장의 다양한 운동형태가 노조(운동)의 주요한 과제나 실천의 내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앙집권화 된 운동이 아닌 사회운동과 지역운동 등 대중의 자발적 운동을 통한 대안사회운동 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로 발제에 나선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노동국장은 민주노총의 조직혁신과 관련해 좀더 구체적인 제안을 던졌다. “비정규·이주·중소영세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표성을 행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열린 구조로 혁신해야 한다”는 그는 “예를 들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각 연맹과 지역본부의 의사결정 단위에 이들의 목소리가 상시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임시대의원대회 ‘혁신운동’에 집중해야

같은 맥락에서 양한웅 공공부문활동가연대(준) 소집권자는 이수호 집행부 총사퇴 이후 구성된 비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의 역할은 ‘사퇴’한 지도부의 공백을 메우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핵심적으로 당면한 투쟁과 민주노총 조직혁신이라는 과제가 주요했으나 이를 받아안지 못했다.”

양한웅 소집권자는 이어 “2월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 임원선거의 환상을 버리고 ‘혁신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며 “직선제, 대의원 선출제, 비정규·중소영세 단위에 대한 대의원 확대를 비롯해 비리 척결을 위한 규율위원회 재구성 등의 과제 선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발제를 맡았던 안재원 노동자의 힘 노동위원장 역시 앞선 발제자들과 같이 직선제 및 내부 혁신위원회, 규율위원회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소환제(민주노총 중집과 중앙위원) 및 일상적 업무감사로서의 회계감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이들 발제자들을 비롯해 참가자들은 민주노총의 조직혁신과 관련 직선제 등에 대한 의사결정구조 변화에 대해서 동의를 표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했던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은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있기 전 대규모 토론회를 다시 조직해 구체화된 입장을 정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날 토론회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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