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용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특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과잉인력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사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실정이며, 요즘 분규를 겪고 있는 사업장의 대부분은 바로 이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고용조정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방화·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으며, 기업 인수합병(M&A)의 활성화는 인력의 감축을 수반하게 된다. 이 같은 산업인력의 중도퇴장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으며 노사화합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이제 정년까지 한 기업에서 근무를 하다 퇴직하는 근로자가 10명중 1명 정도에 지나지 않아 조기퇴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재취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문제도 날로 그 비중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입사하면 정년까지 일하는 평생고용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일단 직장을 떠나게 되면 다시 재취업의 기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특히 40대 이후 중·고령층 근로자에게 더욱 그러하다.
상대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노동시장은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어떤 이유로든 설사 중도에서 실직된다 하더라도 재취업의 가능성이 높고 사회보장제도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잘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실직에 대한 후유증이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고용안정과 관련한 노력들이 그 결실을 맺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일정부분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제 실직상태에서의 재취업을 포함한 전직이나 이직의 문제가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단기적인 과제가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서 나도 직장을 옮길 수 있다는 근본적인 뉴패러다임에 기인하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하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Human Infrastructure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갖추어야할 필수적 요건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재취업지원 시스템을 보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의 고용안정 서비스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민간업체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규모가 영세하고 연계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제 늘어만 가고 있는 실직이라는 환경에 처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안정 문제를 정부 혼자 해결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을 대상으로하는 대(對)국민 서비스 분야는 민간차원에서의 지원이 더 경쟁력이 있고 효율적일 수 있다. 따라서 고용 관련 서비스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민간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노사가 함께 운영하는 노사공동 재취업지원센터의 출범은 상징성이 매우 크며 시의적절하다. 이를 통해 공공성을 띤 사업에 대한 민간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과 실직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1,500만 전체근로자에게 시급한 과제는 바로 고용안정이라 할 것이다. 최근처럼 일자리가 줄어들고 퇴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높은 임금과 복지향상은 상대적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고 하겠다.
우리의 노사관계도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투쟁이나 임금인상 문제에만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노사도 이제 투쟁하고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이익과 연관되어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사가 함께하는 재취업지원센터의 운영은 향후 노사협력사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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