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급계약 해지 → 해고 → 농성투쟁’ 지난해 금속 부문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가 정상적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선 여전히 지난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1차 워크숍에서 ‘금속부문 사내하청 노동자’를 발표한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이날 그간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검토하고 이후 금속부문 사내하청 노동의 조직화 방안을 제시했다.
단일한 통합조직 운영 시급
이날 워크숍에서 손정순 연구위원은 “자본의 대공장에 대한 노동유연화 공세, 노조 조직률의 지속적 하락, 금속부문 조직노동의 소극적 방어 전략의 한계”를 지적, 90년대 이후 민주노조운동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90년대 전투적 노조운동에 대해 자본의 신경영 전략은 기업별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으로 나눈 뒤 구조적으로 그 간극을 심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빠르게 증가해 왔다는 것. 반면 금속부문의 조직노동은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목적의식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손정순 위원은 금속부분의 전략적 조직화 확대를 위해선 “자생적으로 조직화 하기 시작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등 금속산업 노동운동의 단일한 통일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으로 시급히 옮길 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자본의 노동 분할 의도, 핵심-주변부 재편과 관련해 요구되는 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는 금속산업 전 사업장, 특히 대공장노조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화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자주적인 주체로 서야 하며,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하청 조직화는 금속산업 노동운동의 산별전환과 통일발전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순 위원은 또 사내하청의 조직적 투쟁이 지향해야 하는 세 가지 목표를 규정한다. △간접고용과 불안정고용의 일소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 실현과 차별철폐 △사내하청과 정규직 간 통일조직의 형성.
특히 사내하청과 정규직과 통일조직의 형성과 관련해 “노동시장의 경쟁단위로 짝지워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들이 서로 다른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결국 두 조직 간의 경쟁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노동자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야전사령부’ 역할로서의 지역본부
“지금까지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가 중앙 내지는 상급단위에서 기획된 조직화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지역 차원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기획, 조정, 집행할 단위, 구심이 필수적이고 이를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정순 위원은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기능과 역할 변화를 통해 핵심 지역조직화 단위로서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는 중앙 또는 상급단위에서 기획된 조직화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성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이같은 조직화는 현장 차원에서의 기획력과 더불어 정규-비정규직 간의 조정 및 동원 역량 또한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울산건설플랜트, 현대하이스코 등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장 차원의 정규-비정규직 중심에서 지역의 유사 직종, 업종으로까지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한다면 지역본부의 역할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자동차업종의 사내하청 노동과 달리, 조선·철강업종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에는 유동성이 높아, 이러한 유동적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기업 내 조직이 아닌 지역본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본부는 조직화 사업이 전개되는 지역 차원에서 금속과 비금속 부문을 아우르는 사내하청노동 조직화의 기획·집행역량의 구축 및 축적을 담당하는 '야전사령부'의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는 게 손 위원의 제안이다. 이는 민주노총 차원의 전략조직화사업단과 연계해 지역 차원에서의 기획·조정 집행 기능과 역할을 말한다.
이같은 지역본부의 역할 재조정과 함께 금속산업 부문의 취약 고리에 대한 전략적 사업 역시 마련되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취약지점은 모듈 사업장, 즉 모비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정순 위원은 “현재 무노조 사업장인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핵심 주요 부품 사업장은 사내하청 노동을 활용하고 있거나 기존 직영조합원 또한 실질적으로 사내하청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듈 사업장에서의 전략적 조직화 사업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일 뿐만 아니라 금속 산별노조 체계하에서 대자본의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매개고리로 역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연맹 산별전환, 비정규직 노조 어디로?
올해 10월 금속연맹은 산별노조를 완성하고 연맹을 해산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 등 대공장노조들 역시 연맹의 산별전환 일정에 수긍하고 올해 산별노조로의 전환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기업 내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노조들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마지막으로 손정순 위원은 금속부문의 조직편재와 관련해 몇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했다.
손정순 위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양한 조직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화 주체의 특성과 태도는 노동조합이라는 ‘준거집단’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의 ‘정체성 또는 자기동일시’를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현재 자동차 업종의 사내하청노조의 경우 기업(또는 사업장) 단위의 독립적인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형태로 건설되었다는 것. 이는 작업장 차원에서 정규-비정규직의 이해상충을 조정할 만한 역량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통합조직 형태가 곤란함과 더불어 사내하청 노동자의 객관적 존재조건을 반영한 차선책으로서 도출된 결과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미 독립적인 노동조합으로 존재하고 있는 직영-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산별 조직화 경로와 더불어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문제를 통합조직 안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산별노조 전환을 전제로 접근해보면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크게 현대차지부에 편재되는 방안과 두번째는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편재되는 방안이 존재한다. 현대차지부에 편재될 경우에도 직영의 각 지회에 직접 편재되는 방안, 또는 비정규직 지회의 형태로 편재되는 방안, 또는 현재의 현대차노조의 특별본부(정비, 판매본부) 형태로 편재하는 방안 등이 존재할 수 있다.<표 참조>
|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다양한 조직편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존 직영조합원의 이해상충을 최소화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자주적인 발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편재인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손정순 위원은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