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지난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유통서비스, 공공서비스, 사내하청, 건설일용직, 특수고용 5대부문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진행됐던 50억기금 모금 사업 및 조직활동가 양성사업은 지난해 지도부 총사퇴로 주춤한 상태이다. 하지만 전략조직화 사업
연재순서
① 외국사례
③ 유통서비스
⑤ 건설일용직
② 사내하청
④ 공공서비스
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구사업은 꾸준히 추진돼 지난 5일 워크숍을 열어 특수고용부분을 제외하고 1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4개 부문의 조직화 방안을 비롯해 외국 조직사례 등 이날 발표된 워크숍 내용을 바탕으로 각 부문 전략조직화 방안에 대해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 주>



‘도급계약 해지 → 해고 → 농성투쟁’ 지난해 금속 부문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가 정상적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선 여전히 지난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1차 워크숍에서 ‘금속부문 사내하청 노동자’를 발표한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이날 그간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검토하고 이후 금속부문 사내하청 노동의 조직화 방안을 제시했다.

단일한 통합조직 운영 시급

이날 워크숍에서 손정순 연구위원은 “자본의 대공장에 대한 노동유연화 공세, 노조 조직률의 지속적 하락, 금속부문 조직노동의 소극적 방어 전략의 한계”를 지적, 90년대 이후 민주노조운동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90년대 전투적 노조운동에 대해 자본의 신경영 전략은 기업별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으로 나눈 뒤 구조적으로 그 간극을 심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빠르게 증가해 왔다는 것. 반면 금속부문의 조직노동은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목적의식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손정순 위원은 금속부분의 전략적 조직화 확대를 위해선 “자생적으로 조직화 하기 시작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등 금속산업 노동운동의 단일한 통일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구체적인 계획과 행동으로 시급히 옮길 때”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자본의 노동 분할 의도, 핵심-주변부 재편과 관련해 요구되는 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는 금속산업 전 사업장, 특히 대공장노조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화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자주적인 주체로 서야 하며,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하청 조직화는 금속산업 노동운동의 산별전환과 통일발전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순 위원은 또 사내하청의 조직적 투쟁이 지향해야 하는 세 가지 목표를 규정한다. △간접고용과 불안정고용의 일소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 실현과 차별철폐 △사내하청과 정규직 간 통일조직의 형성.

특히 사내하청과 정규직과 통일조직의 형성과 관련해 “노동시장의 경쟁단위로 짝지워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들이 서로 다른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결국 두 조직 간의 경쟁을 필연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노동자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야전사령부’ 역할로서의 지역본부

“지금까지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가 중앙 내지는 상급단위에서 기획된 조직화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지역 차원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기획, 조정, 집행할 단위, 구심이 필수적이고 이를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정순 위원은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기능과 역할 변화를 통해 핵심 지역조직화 단위로서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비정규노동자의 조직화는 중앙 또는 상급단위에서 기획된 조직화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성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이같은 조직화는 현장 차원에서의 기획력과 더불어 정규-비정규직 간의 조정 및 동원 역량 또한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울산건설플랜트, 현대하이스코 등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작업장 차원의 정규-비정규직 중심에서 지역의 유사 직종, 업종으로까지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한다면 지역본부의 역할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자동차업종의 사내하청 노동과 달리, 조선·철강업종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에는 유동성이 높아, 이러한 유동적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기업 내 조직이 아닌 지역본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본부는 조직화 사업이 전개되는 지역 차원에서 금속과 비금속 부문을 아우르는 사내하청노동 조직화의 기획·집행역량의 구축 및 축적을 담당하는 '야전사령부'의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는 게 손 위원의 제안이다. 이는 민주노총 차원의 전략조직화사업단과 연계해 지역 차원에서의 기획·조정 집행 기능과 역할을 말한다.

이같은 지역본부의 역할 재조정과 함께 금속산업 부문의 취약 고리에 대한 전략적 사업 역시 마련되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취약지점은 모듈 사업장, 즉 모비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정순 위원은 “현재 무노조 사업장인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핵심 주요 부품 사업장은 사내하청 노동을 활용하고 있거나 기존 직영조합원 또한 실질적으로 사내하청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듈 사업장에서의 전략적 조직화 사업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일 뿐만 아니라 금속 산별노조 체계하에서 대자본의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매개고리로 역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연맹 산별전환, 비정규직 노조 어디로?

올해 10월 금속연맹은 산별노조를 완성하고 연맹을 해산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 등 대공장노조들 역시 연맹의 산별전환 일정에 수긍하고 올해 산별노조로의 전환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기업 내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노조들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마지막으로 손정순 위원은 금속부문의 조직편재와 관련해 몇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했다.

손정순 위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양한 조직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화 주체의 특성과 태도는 노동조합이라는 ‘준거집단’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의 ‘정체성 또는 자기동일시’를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현재 자동차 업종의 사내하청노조의 경우 기업(또는 사업장) 단위의 독립적인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형태로 건설되었다는 것. 이는 작업장 차원에서 정규-비정규직의 이해상충을 조정할 만한 역량이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통합조직 형태가 곤란함과 더불어 사내하청 노동자의 객관적 존재조건을 반영한 차선책으로서 도출된 결과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미 독립적인 노동조합으로 존재하고 있는 직영-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산별 조직화 경로와 더불어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문제를 통합조직 안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산별노조 전환을 전제로 접근해보면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크게 현대차지부에 편재되는 방안과 두번째는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편재되는 방안이 존재한다. 현대차지부에 편재될 경우에도 직영의 각 지회에 직접 편재되는 방안, 또는 비정규직 지회의 형태로 편재되는 방안, 또는 현재의 현대차노조의 특별본부(정비, 판매본부) 형태로 편재하는 방안 등이 존재할 수 있다.<표 참조>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편재
조직
편재
조직 형태
또는 예시
장 점단 점
기업
지부
직영 각 지회
직접 편재
- 완전한 통합조직화로서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지부 임단협 교섭 어려움
-작업장 차원의 직영-사내하청간의 이해 충돌의 가능성
-사내하청 노동자의 이해대변보장 무력화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차선으로서의 통합조직의 형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간의
일체감, 결속력 강화
-지부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자
발언권 강화
-일부 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립
-지부차원에서의 직영-사내하청 지회간의 정치적 갈등
-비정규직 지회 교섭의 실질적인 무력화 개연성
현대차 지부
특별 본부
-사내하청 노동자의 이해 대변 우대 보장-직영조합원의 반발
지역
지부
울산지부 비정규직 지회(현재의 아산, 전주공장 비정규노조와 동일)-직영조합원 동의 얻는데 유리-비정규노조 교섭 무력화
-작업장 차원의 사내하청 이해 대변 곤란
-상급단위의 부담가중 개연성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다양한 조직편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존 직영조합원의 이해상충을 최소화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자주적인 발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편재인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손정순 위원은 강조했다.

사내하청노동자의 조직화 경로
기업을 넘어, 지역·업종 차원 조직화가 과제
광주캐리어 사내하청노조에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까지
지난해 봇물을 이뤘던 금속부문의 사내하청 조직화. 국내에서 금속부문의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는 언제부터 본격화 됐을까.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초 한라중공업(현 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98년 9월부터 준비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독자적으로 사내하청노조를 설립, 사내하청노동자와 조직화 투쟁에 있어서 하나의 전형으로 남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2001년 광주캐리어 사내하청노조, 그리고 2003년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결성 등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소수, 그들만의 비정규직노조


손정순 위원은 2001년 캐리어 사내하청노조와 2003년 결성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의 조직화 전략과 방식, 조직화 경로를 통해 그간의 사내하청노조 조직화 과정을 평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 시도는 임박한 하청업체 구조조정,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임금·노동조건 하락을 두고서 의식적 현장활동가들의 투신을 통해 노조가 결성되는 양상을 보였다.


즉 2003년 이전의 사내하청 노조의 조직결성 방식은 ①현장조직 활동가의 현장 투신 ②현장 하청노동자와 결합한 소규모 학습 모임 운영 ③노조결성이라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는 제3자적인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거나 또는 최소한의 연대라는 원칙론 하에서의 사후적인 지지와 엄호가 전부였다는 것. 당시 대부분의 비정규직노조는 노조설립 후 도급계약해지, 해고, 농성투쟁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투쟁 속에서 사라져야 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①직영노조와 연대 하에 하청 활동가 현장조직 구성 및 공개활동 ②사내하청 현장조직의 확대 ③노조 결성의 과정을 밟는다. 여기서 직영노조는 과거의 방관자적 입장에서 적극 개입·동조와 함께 노조 설립 시 엄호를 함께 하는 양상으로 드러났다(사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GM대우차 사내하청지회). 또 연맹과 사내하청노조는 ‘불법파견 투쟁’이라는 법·제도를 이용한 투쟁전략을 적극 구사, 조직화 과정에서 노동자를 조직화 동력으로 활용한 점 등이 2003년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


이러한 조직화 양상에 대해 손정순 위원은 “그러나 뚜렷한 목적의식적인 목표 없이, 상급단위의 기획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 아닌 주로 소수의, 목적의식적 활동가층이 선도적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방식이라는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금속부문의 이러한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은 대공장 사내하청노조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여타의 고용형태와 달리 기업의 틀 내에서 직영노조와는 분리된 독립된 조직화의 유형을 보이고 있다.


첫째도 연대, 둘째도 연대


결과적으로 금속부문 조직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직영노조의 지지와 연대라는 점을 손정순 위원은 강조한다. 특히 직영노조의 지지와 연대가 부재한 하이닉스, 하이스코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연대’의 구체화는 사내하청노동 조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관건임이 분명해 보인다.


금속산별 과정으로서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는 무척 중요하다. 특히 정규직-비정규직 연대가 단순한 동조와 지원이 아닌 사내하청 노조의 주체화를 통한 궁극적으로 통일조직형성으로 나아가는 것이 분명하다면 현재의 조직화 수준의 한계는 분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사내하청 조직화는 기업 내 노동시장에 갇힌 조직화임을 지적했다. 손정순 위원은 최근 공단 내 중소사업체 사내하청 노동의 조직화 양상에서 드러나듯이 여전히 사내하청노동자의 조직화가 기업 내 노사관계를 넘어 지역과 업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손정순 위원은 “최근의 현대하이스코, 하이닉스, KM&I, 기륭전자의 사례처럼 중소사업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와 더불어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연대를 뛰어넘어 비정규직 간의 연대, 지역·업종 차원에서의 조직화 단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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