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때문에 웃고, 황우석 때문에 울어야 했던 사람들.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스펙터클한 거짓말’의 충격은 컸다. 황우석 파동에 누구보다 ‘공황’상태에 빠진 이들은 바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제 우리도 희망이 보입니다. 그 희망이 곧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오늘은 아프고 힘들지만 내일은 웃으며 살 수 있겠지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황우석 박사님께 희망을 걸고 줄기세포허브에 신청했는데…. 실망했어요.”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는데, 줄기세포 연구로 저 혼자 걷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말 속상하네요…” 한 희귀난치 환자모임의 게시판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결정성경화증’ ‘다카야수동맥염’ ‘러셀실버증후군’ ‘베체트’ ‘말단비대증’ ‘부신백질이영양증’ ‘페닐케톤뇨증’ 등등. 한센병 정도 대략 알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5천여종에 이르는 희귀·난치 질환을 열거하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병명에 놀라게 된다. 국내 추정 환자수는 무려 80여만명. 또 한번 놀라게 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종영된 ‘병원24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각종 뉴스에서. ‘사형수’의 처지처럼 ‘천형’을 받고 있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면 정상인으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리는 경우 등. 라디오 ‘윤선아의 노래선물’을 진행하고 있는 윤선아씨는 태어날 때부터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그는 최근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는 책을 통해 남편과의 결혼, 그 뒤 아이를 갖기 위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김구라씨는 최근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는 8년여 동안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인 ‘루게릭병’으로 고생했던 터였다.

단지 손목 다쳤을 뿐인데 희귀병이라니…


“아이가 한번씩 안아달라고 보챌 때가 제일 힘들어요.” 사랑하는 아이의 ‘안아줘, 놀아줘’ 응석을 받아주지 못하는 아빠. ‘어깨 골다골증’ 합병증세까지 겹쳐 팔을 제대로 들 수도 없다. 무심코 내지르는 아이의 손에 맞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당한 몇 번의 경험 때문이다.

지난 연말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의 한 아파트 단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는 이용우(36)씨를 만났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뼈를 깎는 통증이 불시에 찾아오는 병. 그가 이런 희귀병을 앓게 된 사연은 기가 막힌다. 버스의 급정차로 손목을 다쳤을 뿐이었는데, 통증이 온 몸으로 번진 것이다.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통증으로 온몸이 굳어지고, 심한 경우 기절까지 하게 되었다. “산모가 아이를 낳는 통증이 6이라면 환자들은 7~9정도 됩니다.”

그는 미국까지 가서야 그의 병명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란 것을 알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는 사고가 난 해인 2002년 말 ‘척수신경자극기’를 몸 안에 삽입했다. 척수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그 자극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수술비로 1,600여만원이 들어갔다. 통증완화제 등 한달 약값만 30~40만원, 한달에 한번 꼴로 병원치료를 받으면 100만원 이상이 치료비로 들어간다. 잘나가던 컴퓨터 엔지니어로 벌어놨던 돈은 바닥이 났다.

겉으론 너무나 멀쩡해서 가족들에게조차 병으로 이해 받기 힘든 병. 그래서 가족들조차 처음에는 ‘꾀병’ ‘엄살’ 정도로 치부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아프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남자가 뭘 그리도 못 참나 싶었죠.” 이씨의 아내도 처음에는 ‘꾀병’으로 인식할 정도였다. “CRPS 진단을 받고서야 그 때 처음 위험한 병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의료비 경감이나 신약 개발 등으로 병세가 현상유지만이라도 되길 바라는 아내.

간호사인 아내가 든든한 동반자로 있음이 이씨에게는 큰 힘이고, 위안이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약을 먹고 자살하려는 충동도 여러 번. 그러나 아내와 아이에게 빚을 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씨는 마음을 다잡았다. 2002년에는 환우회를 만들어 ‘병 알리기’에 주력했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자료집’도 펴내고, 7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권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2003년 1월 그는 국가인권위에 ‘법정 장애’ 인정 진정을 냈고, 지난해 ‘법정장애 제도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회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자극기 수술비는 270만원대로 낮아졌다.

드러나지 않는 고통 ‘칼로 긋는 느낌’

“장애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사협회는 장애를 인정하는데 왜 우리는 안된다고만 합니까. 더 이상 장애제도의 사각지대에 (희귀병 환자들을) 방치해선 안됩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버스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법원의 획기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버스회사는 항소를 준비중이다. 교통사고 뒤에 찾아온 불시의 통증을 ‘꾀병’과 예전부터 앓아 온 ‘기왕증’으로 치부하는 보험회사와도 싸워야 한다. 또 있다. 난치 질환에 대해 장애등급조차 내주지 않는 보건복지부, 고통을 호소해도 군대로 끌고가고, 제대로 치료조차 해주지 않는 국방부 등 싸움은 끝이 없다.

이씨에게는 4가지 소원이 있다고 했다. ‘의료비 경감’, ‘척수자극기 보험화’는 지난해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장애인정’과 ‘통증센터’ 건립이다. “워낙 새로운 병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은 또 온전히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할 몫이죠.”

지난해 전역 뒤 보름 만에 암으로 사망한 노충국씨 사건은 군 의료체계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 가운데는 군 입대를 앞둔 이들과 군입대후 의가사제대한 경우도 있다. 엄살 부린다며 몽둥이를 들이대고, 따돌림까지 당해야 하는 고통. 오승현(29)씨는 의경으로 군 입대 후 발이 삐끗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가볍게만 여겼던 통증은 시시때때로 칼로 긋는 듯한 통증을 안겨 주었다. 의가사 제대 후 집에서 쉬고 있는 오씨는 보이지 않는 고통과 매일같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몰핀 성분의 진통제를 황급히 찾는 오씨의 고통. 그때마다 무언가에 데인 듯 펄쩍펄쩍 뛴다. 본인은 말할 것도 없이 옆에서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아프기만 하다.

같은 질환인 또 다른 여성환자는 2년 전 수영장에서 외상을 당한 뒤 계속되는 통증과 약물 부작용으로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약 먹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 만지지도 대신 아플 수도 없는 심정은 아릴 수밖에 없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산재환자는 지난해 이맘 때 쇼크사로 사망했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아들 때문이었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살든, 죽든 치료비는 안들지”

환자의 고통은 환자에 머물지 않고 가족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잘사는 이들은 중산층으로 중산층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끝내 자살로 이어지는 삶.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를 찾아 환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연합회는 2001년 설립 이래 57개 희귀난치 회원단체 35만여명이 가입되어 있다.

연임을 계속하고 있는 신현민 회장은 그 자신 희귀병인 ‘다발성경화증’ 환자이다. 다발성경화증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면역체계 이상 질환이다. 시력 상실, 평행 및 운동 장애, 언어 및 감각 장애, 하지 마비, 성기능 및 배뇨·배변 장애 등이 주요 증상. 심하면 전신마비가 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오진으로 인해 뇌종양, 중풍 치료를 받았죠. 희귀질환인지 조차 몰라 미국만 3번을 갔다 왔어요.” 거동조차 못하는 상황, 그는 비행기 좌석도 한번에 4석을 예약해야 했다. 누워서 가야했기 때문이었다. 발병한 지 8년여, 총 3억여원의 치료비로 인해 신 회장의 살림형편도 말이 아니다. 그나마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가정파탄에 이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식약청이 지난해 전재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희귀약품센터가 공급한 의약품 110개 품목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품목은 31개(28.2%)에 그쳤다. 72%가 ‘비보험’인 것이다. 환자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희귀·난치성 질환자 9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의료비 300만원 이상 지출이 270명으로 28%에 이르렀다. 전체 응답자의 51.6%인 498명은 의료비 과잉지출로 ‘가정해체’ 위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71개 질환에 대해서만 의료비지원을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말 정부는 12개 희귀난치 질환 의약품, 103개 품목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했다. 160억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하지만 관련단체들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으며 ‘새발의 피’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적용받지 못하는 소수의 환자들은 더 큰 상실감에 빠지기 때문이다.

2조원에 이르는 일본의 희귀난치질환 예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체 705억원에 불과하다. 환자들의 외래 택시비까지 지원하는 외국에 견줘 환자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희귀약품센터에서 조달하는 약품도 80%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암 환자에 대해 지난해 9월부로 본인부담률은 50%에서 10%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희귀질환자들은 2001년 이후 20%에 묶여있다.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희귀난치 환자들은 사보험도 안받아주고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살든, 죽든 치료비는 안들어가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희귀난치 환자 수치조차 정확한 파악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110개 질환, 50만명 희귀난치 환자가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한 환자 데이터베이스(DB)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00년도 과거 통계를 가지고, 언제까지 보건복지부는 110개 질환이라고 할 건가요.” 신 회장의 불만은 높았다. 미국에서는 5천여종으로 상향조정했고, 국내에 조사된 희귀난치병만 300여 가지가 넘는 상황. 만성신부전, 류머티스 등을 포함하면 국내에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오아시스’를 찾는 이들에게 물을

“결혼한번 해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는 40대 미혼 환자. “처방전이라도 한번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는 희귀병 환자들. “대물림 되는 유전병을 비관해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집안에 폐 끼칠 것을 걱정해 굶어 죽는 길을 선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 회장은 ‘나는 살고 싶다’는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절규와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황우석 사건으로 환자들은 한마디로 ‘공황상태’입니다.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지속도 중요하지만 성체줄기세포, 제대혈 등 여러 방면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도와준다고 말은 하면서 수박 겉핥기식의 대책 아닌 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 “정부가 이쯤되면 줄기세포 허브 대책 등 무엇인가를 발표해야지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요구의 수위는 높았다.

암센터 수준의 ‘희귀질환센터’도 그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올해 10억원의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추진하는 복지관 개념의 ‘케어센터’가 그나마 위안이다. 환자들의 정보공유와 함께 기본적인 DB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은 생긴 셈. “근골격, 신경, 호흡계 등 분야별 사회복지사와 의료진 등 기본적인 인력과 최소 운영비용은 따로 또 만들어야죠.” 건물임대만 간신히 할 수 있고 관리비가 책정되지 않아 신 회장의 고민은 깊어간다.

구리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간이나 뇌에 축적돼 간경화와 뇌손상을 일으키는 윌슨병 환자 동생의 편지를 조용히 읽고 있는 신 회장. 사막에 홀로 떨어진 듯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이에게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아파서 병원을 가도 병의 원인조차 모르거나 병명을 알았더라도 치료방법이 없어 쩔쩔매야 하는 상황. 치료법을 알았더라도 천문학적인 치료비에 애태우고, 쩔쩔매는 상황을 언제까지 못 본 채 할 것인가? 소리 없이 죽어가는 희귀난치병 질환자들의 신음소리. “나는 살고 싶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이제는 두 귀를 열어야 할 시점이다. 복지사회는 성장 뒤 내일의 문제가 아닌 오늘의 문제이기에.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길’ 찾아야
주거·의료·재활 등 포괄 지원책 절실…의료 산업화 어두운 그림자 걷어내야
대한민국 최고과학자이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희망이라 불리던 황우석의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모두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진위논란으로 쏠려있는 동안, 정작 황우석 연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회자되었던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은 다시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


잠시 동안이나마 치료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고통과 절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힘겨운 삶을 버텨가던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게 황우석의 거짓말을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자는 말은 너무나 잔인할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의 줄기세포 연구가 진정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희망은 아니었고, 황우석의 몰락이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절망은 아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종류는 5천여 종이 넘고 이 중 80%는 유전적 질환이다. 즉, 황우석 연구가 진짜라서 당장 치료에 쓸 수 있다 하여도 80%의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는 치료적인 의미가 없다.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에 있는 황우석 교수, 노성일 원장,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속해있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의료 기술을 이용해 주식회사 병원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돈 벌이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곳이다.


이렇게 상업화된 첨단기술은 부자만을 위한 명품 서비스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난치병 환자에게 꿈의 성배를 찾아줄 것으로 믿어왔던 이 기술에는 의료의, 생명의 상업화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안규리 교수의 고백은 황우석이 그간 수차례 밝혀 왔던 숭고한 목표가 애초부터 ‘접대성 발언’으로 전락할 운명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비롯한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도 황우석 사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우선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자. 제대로 된 희귀·난치성 질환자 지원 대책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아직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분명한 규정조차 없다. 당연히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기초 통계도 부실하다.


조기 진단을 위한 의료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도 않다. 진단을 받아도 그 후에 치료 및 관리와 요양·자활을 위한 체계가 거의 없다. 대도시 전문종합병원에서만 처치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간접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부분적인 의료비 보조만이 아니라, 주거·의료·재활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신의료 기술 개발은 ‘공공특허’와 ‘국제연대’를 기본 방향으로 하자. 신의료 기술은 공공적 개발과 활용을 전제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연구는 높은 개발 비용에 비해 성공이 불확실성하고 오랜 연구개발 기간 등으로 민간 투자가 어렵다. 민간 주도로 개발에 성공하여도, 사적 특허는 비싼 대가를 요구할 뿐이다. 다국적제약사의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높은 가격 때문에 백혈병 환자의 절망이었던 때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희귀·난치성 질환은 말 그대로 소수라서 한 국가 중심의 기술 개발로는 한계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확보된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국제 공용특허로 하자. 그래서 앞으로 어떤 나라에서 어떤 줄기세포 성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인류 공통의 것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질환 연구를 위한 국제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이런 연구를 한 국가나 한 기업이 수행하면 과다한 보상에 대한 욕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용은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그동안 아무런 검증 없이 오로지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앞장서며 658억 원을 연구비로 지원하였다. 논문 조작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천억 원이 넘는 돈이 아무 의심 없이 지원되었을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을 위한 대가는 너무나 작다. 불과 수십억이면 이들에게 필요한 희귀 의약품을 무상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다. 백혈병 치료에 필수적인 기반인 골수기증자를 현재 10만명 수준에서 30만명 수준으로 높이면 25%에 불과한 조직적합율을 8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200~300억원이면 충분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약간의 보조장비만 있으면 충분히 사회생활을 영위하며 우리와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수는 적지 않다.


이제 하나의 희망이 거짓으로 밝혀져 헛되이 사라지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는 언젠가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을 보다 즐겁게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또 다른 희망이 필요하다.


홍춘택 민주노동당 보건의료분야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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