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20년 만에 복직한 두 노동자가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박영제씨와 이정식씨입니다. 이들의 복직을 바라보는 여전한 해고자 동료도 있습니다. 바로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입니다. 이들은 86년 8월 회사와 어용노조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렸다가 해고 됐습니다. 그때 나이가 모두 20대 중후반, 지금 어느덧 50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김진숙만은 절대 안 된다.” 김주익, 곽재규 열사투쟁의 결과로 회사가 2003년 해고자 단계적 복직을 받아들이면서도 김 지도위원만은 예외였습니다.

- 김 지도위원은 “배가 아주 안 아픈 건 아니오나 … 그보다는 20년 동안 가슴 속 여기저기를 부딪곤 하던 육중한 쇳덩어리 하나가 철거되는 기쁨이 훨씬 큽니다 … 그 길고 둔중하던 (두 사람에 대한) 부채감을 이제야 내려놓습니다”라는 심정을 밝혔습니다.

- 부채감이란 뭘까요. 김 지도위원은 “저들이 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내가 먼저 떠날 수는 없는”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그들에 대한 부채감도 20년, 아니 40년이 걸리더라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부장관 물러난 뒤 참배” 약속 지켜

- 주택관리공단노조 조합원들이 2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 예, 새해를 열며 많은 노조들이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을 찾고 있는데요, 주택관리공단노조가 마석 모란 공원을 찾은 것은 좀 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 지난해 고 김태환 충주지부장이 숨진 이후 김대환 장관 퇴진 운동에 함께 했던 이들은 김대환 장관이 물러나는 날 고 김 지부장의 묘역을 찾아 참배키로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일 노동부를 포함한 개각 발표가 나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곧바로 묘역을 찾았다고 합니다.

- 묘역을 찾은 조합원들은 고 김태환 지부장에게 김대환 장관이 물러난 소식을 전하며 눈시울을 밝혔다고 전해졌는데요, 또한 이들은 그의 뜻을 이어받아 비정규직 철폐 등을 위해 올 한해도 열심히 노력하겠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준비된 장관?

- 노동부장관에 내정된 이상수 전 의원은 2일 청와대 개각 발표 직후 국회를 찾아 소견을 밝혔는데요. 오랜만에 국회를 찾아서인지 몇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고요?

- 예, 우선 지난해 10월 옮긴 기자회견장을 제대로 찾지 못해 당황했다는데요. 게다가 이 내정자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제가 회견을 한다고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 기자회견장 시스템은 각종 브리핑을 챙기기 위해 40~50여명의 기자들이 늘 ‘상주’하고 있는데 말이죠.

- 정말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가 봅니다. 최근 노동정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복잡다단해지고 있는데, 이 전 의원이 이를 제대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앞서는군요.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10년도 넘은 과거 경험속의 '노동관념'을 재빨리 털어내고, 현장 감각을 익혀서 '준비된' 장관으로 출발하길 기대해 봅니다.

산업인력공단 곤혹스럽네

- 산업인력공단이 좀 복잡한 일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뿌린 대로 거둔 것인데요.

-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공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 산업인력공단도 예외는 아니였죠. 98년 12월 노조와 협상을 벌여 최대 5살에 이르는 정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단 인사규정을 개정했던 겁니다. 그러나 당시 취업규칙 변경은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으며 결국 대법원은 공단 정년단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거죠. 어쨌든 단축된 정년 규정에 따라 퇴직한 직원이 69명 정도 된다고 하니 이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들에게 지급할 조기퇴직기간의 임금만 따져도 30억원이 넘고 복직 대상자만 20여명이 된다고 하니, 인력공단 관계자들의 머리가 아플 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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