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동지들!

일한 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우리들의 힘으로 우리들의 처지를 바꾸어 보겠다는 각오와 결의, 그리고 기대와 희망으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를 설립했던 2005년 6월13일부터 매일 전개된 출근투쟁과 선전전, 절박한 마음으로 손때 묻은 우리들의 일터로 돌아가고자 벌였던 크레인 점거농성의 대중적인 결사투쟁, 그리고 추운 겨울날에도 언 손 비비며 투쟁하고 있을 우리 조합원 동지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투쟁과 생활, 외롭고 힘들었음에도 당당하게 투쟁한 우리 조합원들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2005년, 그 투쟁에 함께 했던 시민대책위 동지들, ‘노동자는 하나다’는 기치 아래 연대와 투쟁을 하기 위해 남도의 낯선 순천에 오신 전국의 노동형제들, 그리고 단위사업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 총파업을 성사시켜 노동자의 의리와 형제애를 몸으로 보여주었던 자랑스런 지역의 노동자들, 투쟁과 대량집단해고로 인하여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속에서도 눈물겨운 투쟁을 보여준 가대위 동지들과 가족들의 투쟁, 류기혁 열사를 비롯한 노동자 농민들의 가슴 아픈 죽음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와 똑같은 농민들의 설움에 찬 생존투쟁, 수많은 투쟁과 울분을 가슴속에 새기며 뜨겁고 가열차게 투쟁했던 2005년을 뒤로 하고 2006년의 새로운 희망을 기약해 봅니다.

시민대책위 동지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와 차별, 설움을 가슴속 깊이 이해하시고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로울까봐 지치고 힘이 들까봐 항상 저희들 곁에서 지지와 투쟁을 해주었던 동지들이 있었기에 저희 조합원 동지들이 힘있게 투쟁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하이스코의 불법적이며 비인간적인 노동탄압 규탄과 해고자 복직을 위한 수차례의 기자회견 그리고 해고자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 25일 지역 총파업 투쟁을 비롯한 수많은 집회, 크헤인 농성투쟁으로 춥고 배고프면서 결사적으로 투쟁했던 그날에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족같이 생각하며 함께 투쟁했던 시민대책위 동지들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침구들과 함께 보내고 있을 2005년 마지막 시점, 2006년의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있을 때 저희들에게 힘이 되고자 열어주었던 시민문화제처럼 또다시 송년회를 함께 한다니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2006년에도 저희 조합원 동지들이 손때 묻었던 일터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지역에서 어렵고 소외받는 이들과 비정규직지회가 시민대책위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족대책위 동지들과 가족들, 눈물나게 보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편이 해고되고 자식이 길거리로 쫓겨나자 두팔을 걷어 부치고 어린 애들을 보듬어 안고 시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투쟁했던 가족들이 있었기에 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지지를 해주었습니다.

가족들의 투쟁을 보면서 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권력을 쥐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설움을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때는 저희 조합원 동지들보다 더 열심히 절절하게 투쟁을 했습니다. 시민문화제 때 연극, 그 무엇보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조합원들도 하지 못했던 연극을 준비하면서 쏟았을 노력과 가슴 속의 눈물들, 그것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크레인 농성이 장기화 되면서 라면 반 봉지와 쌀을 씹어먹고 생수가 떨어져 소방호수 물을 먹으면서 힘들어 할 때 음식물을 반입하기 위해 정문 앞에서 바리케이트를 넘어서 달려오고 넘어지면서 통곡하던 가족들을 공장안에 있는 구멍을 통해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가족들의 절절하고 애절한 투쟁이 전국적인 여론이 형성됐던 계기가 됐습니다. 가족들의 가슴아픔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그 길에 조합원 동지들 함께 합시다.

조합원 동지들!

보고싶은 마음에 그리움이 솟구쳐 오르면 감옥안 창살을 통해 동지들이 있는 눈물겹도록 시린 파란하늘을 쳐다봅니다. 동지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 무슨 큰 반역죄를 지은 것 마냥 우리들을 대량해고 시켜 길거리로 내쫒았던 현대하이스코와 하청업체들 탄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한 동지들 보면 항상 미안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확약서를 써놓고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가슴 아픈 소식에 동지들의 심장과 가슴이 만갈래로 찢어질 것을 생각하면 그 죄스럼을 이루다 말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나서 탈퇴공작을 비열하게 벌이던 현대하이스코와 하청업체, 그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조합원 수가 늘어나자 정규직 대의원들의 성명서로 비정규직 지회를 흔들어 조합원 동지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조합원 탈퇴를 유도한 비열한 탄압, 조합원들과 함께 지회를 사수하고 힘있게 투쟁하기 위하여 전개한 현장순회 투쟁, 어떻게 알았는지 곧 바로 출동한 하이스코 관리직들의 현장방문 저지, 그리고 저를 비롯한 간부들의 전출, 출근 저지,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생계이며 생명줄인 회사를 위장폐업시켜 거리로 내몰았던 가장 비열하고 무법적인 탄압, 그런 설움을 항의하고자 열었던 집회조차도 불법으로 모는 현대하이스코, 수차례의 단체교섭에도 응하지 않는 하청업체, 쟁의행위 조정신청 압도적 쟁의행위 가결, 서울노숙투쟁,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 25일 총파업, 확약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찰서 조사, 민주노총이 생긴 이래 대규모적인 11명의 구속과 25일 지역 총파업으로 지회 조합 3명과 의장님을 비롯한 3명의 구속 그리고 아직도 지켜지지 않은 확약서. 이 수많은 투쟁이 가슴이 저리면서도 당당한 투쟁이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낫게 하기 위해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더욱더 생계는 어려워졌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생활을 했습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노동법에 뚜렷하게 쓰여져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그 죄 아닌 죄로….

병져 누운 부모님들, 아이들 간식비, 교육비까지 떨어져가는 어려운 가정살림, 그것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슬픈 눈물, 그리고 출산을 앞둔 조합원 동지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속에서도 비가 와도 거르지 않고 비옷 입고 전개한 투쟁, 아스팔트의 열기와 뜨거운 태양 속에서 지치고 힘들면서도 투쟁을 전개한 동지들을 보면서 남모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고 두 손 불끈 모으고 각오를 뜨겁게 했습니다. 반드시 투쟁에서 승리하자고.

그리고 결심했던 크레인 농성, 어떤 이는 무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장한 각오로 목숨을 거는 대중적인 노동자들의 투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투쟁해 이길 수 있다는, 그래서 현장으로 당당히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크레인 농성투쟁에 믿고 따라준 조합원 동지들 고맙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준 동지들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다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크레인 농성을 하면서 책으로만 보고 들었던 노동자들, 조합원들의 위대한 힘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그 안에서 자체로 해결하였습니다. 체포를 각오하면서도 먹을 것을 찾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피곤한 몸으로 경찰의 진압에 대비해 40톤 크레인을 우리가 손으로 밀어 진압을 대비했습니다.

공장 천정에서 경찰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아마 그때 경찰들과 회사측은 우리들의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만족스러웠지만 확약서를 쓰고 농성을 풀었습니다.

동지들의 가슴이 어떠할지 이해합니다. 어둡고 깜깜한 기름때로 범벅이 되어 시커먼 얼굴들 그리고 옷. 경찰특공대의 진압소식에 긴장됐던 그리고 살 떨렸던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11일간의 생활. 그러나 완전한 승리는 이루지 못했다는 마음이 동지들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현대하이스코가 노리는 것은 우리가 지치고 떨어져 지회가 와해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동지들!

우리가 승리해서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단결입니다. 단결하면 동지들은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감방 4~5년 사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제 행복일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날 투쟁할 동지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06년에는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우리들의 일터로.

그나마 교도소에서 동지들이 석방돼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단결! 투쟁!

2005년 12월27일 동지들을 사랑하는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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