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농성하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두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곳에선 유난히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방식구중 한분이 여기선 시간 빨리 가는 게 최고라고 하던데. 그래야 나갈 날짜가 빨리 온다고^^. 밖에서 고생하는 동지들 생각하면 너무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긴장하고 알찬 시간 보내야 할 텐데 그래야 덜 미안하겠지요?

수련회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보통 연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어찌 살지 계획도 세워보고 나름의 결심도 합니다. 혹시 수련회 때 그리 해보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동지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급합니다. 저는 올 한해가 여러분 모두에게 의미있는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 부당한 대우, 불만이 목까지 차올라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두 눈 꼭 감고 눅이며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애써 스스로 위안 삼던 우리가 지난 7월5일 당당히 우리도 인격 있는 사람임을 선언했습니다.


더이상 두 눈 감고 가슴 치지 않고 '똥이 무서워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위안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아직 문제가 순탄히 풀리진 않고 있지만, 그동안 쌓여 왔던 설움과 분노, 하고 싶은 말 모두 토해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대우하라’, ‘정규직화 실시하라’.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를 중단하라’.

생각보다 싸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정부는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더많이 만들어내고 악용할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정부나 국회가 노동자·농민들을 위한 논의나 법을 만든 적은 없었습니다. 늘 사업주나 돈 많은 사람들 소위 가진 자들만을 위한 국회고 정부였죠. 그렇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노동자·농민들입니다.

며칠 전 비정규직 노동자 한 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목을 맸겠습니까.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이렇게 죽어 나가야 하는지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동지들도 화가 나고 답답할 꺼라 생각됩니다.

동지들! 생계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순간순간 많은 고민들이 몰려올 겁니다. 그런데 그 고민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전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늘 얘기하지만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분명히 상황은 돌파됩니다. 투쟁하면서 우리도 힘들지만 우리가 힘든 만큼 기륭도 아세아도 노동부조차도 편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발 목에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불편해서 걷기가 힘들다고.’ 저들은 끝까지 아무런 대안 없이 버틸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은 돈이 있고 시간이 있기에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사정을 뻔히 아니까.

동지들! 우리 가진자들의 돈에 지지 맙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가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그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 줍시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공단 어느 곳엘 가도 파견이 아니면 취업할 곳이 거의 없습니다. 동지들! 우리 투쟁은 기륭 조합원들의 문제이자 전국의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싸움은 예전 갑을투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중요한 만큼 힘도 듭니다. 갑을은 퇴직금, 위로금 문제로 150일 동안 투쟁해서 승리했습니다. 단순 비교할 사안은 아니지만, 그냥 ‘돈’ 문제로도 150일을 싸워야 했는데 지금 우리 투쟁은 갑을에 비하면 훨씬 중요하니까 조금 더 걸리겠죠?^^ 비정규직을 박살내지 않는 한 살아 있어도 사람이 아닌 소모품으로 죽은 듯 살 수밖에 없고 끔찍한 고통에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지들! 2006년 다시 한번 새롭게 투쟁을 결의하는 힘찬 한해 맞이합시다. 가열차게 투쟁해서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갑시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투쟁!!

2005년 12월26일 밤에 김소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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