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에 실리는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열독률을 자랑하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신문의 마지막 면을 장식하는 <이러쿵저러쿵>입니다. ‘쿵쿵’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며, 때로는 박장대소케 하는, 때로는 아연실색케 하는 사연들로 독자여러분들의 호응을 받아왔는데요. 지금부터 2005년 한해동안 개제된 ‘쿵쿵’ 중에서도 ‘엑기스’만을 골라, 그 달콤 쌉싸름한 웃음의 기억들을 되살려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한가인을 정규직으로”

지난 4월에는 탤런트 한가인씨가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았다는 소식이 눈에 띠는군요. 지난 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한가인씨는 극중 세계적인 기업 LK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등장했었죠?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 1인시위를 하는 등 당당히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던 모양입니다.

5월에는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이 정부 단속반에 연행돼 청주보호소에 수감되는 일이 발생했군요. 이주노조 출범 직후 발생한 일이라 많은 이들이 아노아르 위원장의 연행을 안타까워 했는데요. 그런데, 아노아르 위원장이 청주보호소에서 뜻하지 않게 동지들을 접견했다는군요. 알고 보니, 먼저 잡혀온 20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단번에 위원장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아노아르 위원장님 아니시냐?”, “노조활동은 못해도 이주노조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인사를 전해왔다는 사연이네요.

6월에는 민주노총 내에 ‘한지붕 네가족’이 탄생했네요.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화섬연맹, IT연맹이 영등포 우성빌딩에 나란히 살림을 차렸다는 소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장기투쟁 중인 리베라호텔 조합원들이 주특기를 살려 포장마차를 차렸다는 소식도 관심을 끌었는데요. 1급 호텔요리사들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일식,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 포장마차를 찾은 연대 동지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군요.

“거 사람 보기와는 다르군”

8월에는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에게 8,5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지원됐다는 소식이 눈길을 끄네요. 김석진씨가 복직투쟁을 벌인 8년3개월 동안, 매년 1,000만원 가까운 후원금이 전달돼 왔다고 하네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김석진씨가 외롭지 않게 싸울 수 있었다는 훈훈한 사연이었습니다. 8월은 또 통일선봉대의 전국순회투쟁이 진행된 달이기도 한데요. 바쁜 일정으로 인해 밥 때를 놓치기 일쑤인 통일선봉대원들은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를 개사한 ‘꼬르륵 꼬르륵 배가 고파요~ 우리의 배는 텅 비었어요~’라는 애닲은 노래를 부르곤 했답니다.

9월에는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거 사람 보기와는 다르군~’이라는 동네 주민들의 힐책을 들아야 했다는군요.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가 산재승인을 요구하며 방 이사장 집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을 때인데요, 농성자들의 사연을 들은 한 주민이 “국회의원도 하고, 노동부 장관도 하고, 지금은 무슨 공단 이사장도 한대서 잠잖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보기완 다르군”이라며 혀를 찼다고 합니다.

10월에는 한국을 찾은 몽골 노사정위 대표자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 한국 노사정위 대표들이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당시 몽골 대표자들의 이름을 잠깐 소개하자면, ‘하드후 담딩수릉’, ‘다쉬발찌르 겅거르’, ‘바트 어르길 두스’, ‘바야르사이흥 어트겅수릉’, ‘칭바트 이쉬짬츠’, ‘나차그또르쯔 더브칭’, ‘돌마 람수릉’ 등인데요. 당시 한국 노사정위 관계자들은 도저히 이름을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You'라고 불렀다는군요.

“국회에도 긴조권을”

11월에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엘지아줌마에게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네요. 직장 내 따돌림으로 고통 받다가 자살을 시도한 아들이 산재를 인정받았다는군요. 아주머니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기뻐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가 하면, 사쪽의 노조 선거개입 정황이 드러난 코오롱이 노사관계를 취재중이던 기자를 '산업스파이'로 내몰아 경찰에서 연행하는 사건도 있었군요. 이 소식을 전해들은 화섬연맹 관계자들은 “무엇이 그리 다급했길래 신분을 밝힌 방송국 기자마저 산업스파이로 경찰에 신고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고 합니다.

12월에는 사학법 처리 이후 국회 공전이 거듭되자 ‘노동부장관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나라당에도 긴조권을 발동하라’는 비아냥 섞인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고요. 연말연시 송년회 자리에서 ‘11잔 중에 진짜 폭탄주는 두 잔만 있다’는 ‘황우석 폭탄주’가 술자리를 평정했다는 씁쓸한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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