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성공단에는 3,700여명의 북쪽 노동자가 남쪽이 세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고임금이 국가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던 이 땅의 자본가들에게 개성공단의 낮은 임금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보따리다. 세계 유휴자본의 블랙홀이라는 중국에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말이 통하고 물류비용도 적게 드는 등 모든 입지조건이 자본가들의 구미에 쏙 맞아 떨어진다.

한반도의 골드러시, 개성공단

그동안 문제가 됐던 전기와 용수도 남쪽에서 공급하거나 토개공이 공사를 해서 대준다고 하니 이마저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기업은 결산이윤의 14%, 장려부문 10%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남쪽은 최고세율이 25%). 이마저도 이윤이 나는 해로부터 5년간 면제가 되고, 그 다음 3년간 50%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이처럼 남쪽 자본가들에게는 축복의 땅인 개성공단이지만 북쪽 노동자에게는 기본권이 봉쇄된 '노예의 땅'이다. 개성공단이 규정한 최저임금은 월 50US$, 월 최저임금의 30%(7.5$)의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월 57.5$ 수준(6만원)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상승률은 년 5%로 제한했다. 주 6일, 48시간 근무에다 년 14일 정기휴가를 보장하지만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다. 파업은 물론 불가능하다.

1/23의 임금격차,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임금이 미화로 1,400달러 정도이니, 북쪽 노동자의 임금은 여기에 비해 거의 1/23 수준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의 연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있으니 10년이 지나도 이 격차는 메워질 수가 없다. 케도(경수로원전공사)에 동원되었던 북쪽노동자들의 임금이 50달러에서 200달러로 인상되자 보따리를 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남한 자본가들이 이번에는 아주 심혈을 기울여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지금 개성공단의 북쪽 노동자들은 일본이 한일자유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남측에게 요구한 소위 '진지조항'(유보조항)과 유사한 노동권 유보조항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권과 관련해 고작 북측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직업동맹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동맹이 임금협상의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 조건에서 직업동맹은 북쪽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아무런 힘이 될 수가 없다.

사실 개성뿐만 아니라 북쪽 노동자 전체가 온전한 노동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단체행동권은 물론 제약되고 단체교섭권도 불확실할 뿐더러, 단결권을 대표하는 직업동맹의 경우 이 단체의 역할이 주체사상의 교육선전기관인지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인지 헷갈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북한의 대외협력관련 법률에 의하면 외국과의 합자회사나 합영회사의 경우, 사용자와 직업동맹이 근로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으나 개성공단에는 이마저도 박탈함으로서 개성공단을 완벽한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앞서 보았듯이 개성공단 노무관리규정에 아예 파업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변명의 여지를 없애 놓았다. 따라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쪽의 노동자들은 교섭권, 쟁의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무장해제된 북녁 노동자들

사실상 노동자로서 무권리 상태에 놓여 있는 북쪽 노동자들의 상태는 개혁·개방이 지속되면서 반드시 요구되는 자본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케 할 것이다. 지금 남쪽의 자본이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북쪽을 시장경제로 전환시켜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통일로 가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노동자국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이러한 남쪽 자본의 엉큼한 공세에 버텨내기 위해서는 과도한 노동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자율적인 노동자 조직을 보장해야 한다. 개성공단처럼 월급도 남한 '사장님'이 직접 주고, 이에 따라 종업원의식이 높아지고 자본에 대한 저항은 꿈도 못 꿀 '고급노예'로의 삶이 정착된다면, 북쪽은 남쪽 자본에게 꿈의 저임금지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북쪽의 개혁개방, 다른 말로 제국주의자들과의 타협을 포함한 전략적 후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이후 국제적인 지원이 거의 소멸된 가운데 압도적인 제국주의 국가들의 포위 속에서 북쪽이 홀로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것은 공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타협이 불가피하고 남한자본과의 제휴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노동자계급의 자본에 대한 저항력, 문화적, 민주주의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통해 스스로를 방어하고 세계혁명역량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북쪽이 만약 이런 노력 없이 허겁지겁 개혁·개방으로 간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노동자계급의 무장해제로 이어진다. 이는 제국주의자들에게 가장 최소한의 비용으로 북쪽의 자본주의 복귀라는 반혁명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노동자의 연대

북쪽의 관료집단 내부에서 사태를 장악하고 이러한 조치를 시도할 집단이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회주의 관료집단의 속성상, 사회주의 체제가 그들의 이해와 일치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고, 현재 관료들이 현 체제에서 애착을 갖는 것은 노동당의 일당지배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장사회주의를 통해 자본주의로 복귀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의 관료집단과 동일하다. 중국공산당 관료집단이 시장 사회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자본주의 복귀 프로그램을 관료집단이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가 창출하는 부의 상당부분이 국가부문으로 귀속되고 이를 자신들이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혁명적 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농민계급이 주도가 되어 기틀을 마련한 '기형적 노동자국가'인 중국이나 북쪽 모두 지금껏 노동자계급의 자치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발전되어 오지 못했다.

따라서 이 체제의 내부로부터 변화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역량이 나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그렇다고 북쪽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홀로 이러한 흐름이 형성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것은 국제혁명역량의 지원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고, 당장은 남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역량과 결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노동자도 자기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남한 노동자계급의 의기가 북쪽 노동자계급의 무권리 상태를 폭로, 규탄하는 투쟁을 시작하고, 이를 계기로 북쪽 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이 결합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개성공단은 그러한 가능성을 시험하는 구체적인 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 남북 노동자계급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무권리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은 남한의 자본과 북쪽의 무기력한 관료집단, 모두에 대항하는 한반도 노동계급의 본격적인 투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자의 경우, 생산기지 해외이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쪽에서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세금감면 혜택에다 저임금까지 자본을 유인하는 해외로 공장이 이전하는 것을 막을 재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한쪽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제적인 유효수요 관리전략, 즉 저개발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저개발국의 내수시장이 확대되고,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완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선진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안정되고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지다.

사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같은 말이지만 백번 양보해 이것이 남북관계에서 만큼은 통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남쪽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북쪽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북쪽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 없이 남한 노동자들이 북쪽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대리투쟁을 할 수는 없다. 북쪽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대투쟁을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대투쟁은 남쪽 노동자 대중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에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혹은 북쪽 이전을 막기 위한 방책, 혹은 남쪽 임금을 유지하기 위한 소극적 의미의 연대가 아니라 자본에 대항한 저항의 전선을 한반도 전체로 확장하여 노동계급의 힘을 극대화 하기 위한 연대투쟁이 된다.

그렇기에 남한 노동자계급은 당장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쪽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당장 돌입해야 한다. 항의집회와 조사단 구성,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노동자들간의 접촉과 교류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북쪽 노동자들의 무권리 상태가 남한 자본가들의 오만, 불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남쪽 사람들의 삶의 질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남쪽 노동자와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북노동자의 강고한 연대투쟁의 성사는 첫째 북쪽의 노동자를 자신의 노동자국가를 혁신할 주체로 성장시킬 것이다. 동시에 남쪽 노동자는 연대투쟁을 통해 보다 계급적으로 각성할 수 있고, 이러한 각성은 남쪽에서 노동자국가수립을 위한 투쟁을 보다 강화시킬 것이다. 진정한 통일은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심장에 공동의 대의가 흐르고 있음을 세상이 공감할 때 이루어진다.

노동권은 하늘이 내린 권리다.
남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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