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기업과 민간대기업에서 관리직급에 있는 여성 30여명과 1박2일 워크숍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소위 말해서 ‘잘 나가는’ 여성들이다. 저임금에 낮은 직급, 인격적으로도 존중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업주부들로부터도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한 여성들이었다. 모임의 목적은 얼마 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하게 될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도입에 관하여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적극적 조치가 먼저 도입된 선진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여성들’이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고 할 때 보이는 반응은 찬성과 반대, 두 가지 상반된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반대하는 여성들의 심리상태는 ‘나는 당당하게 남성들과 경쟁하여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자신이 성취한 지위가 여성에 대한 배려로 주어진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적극 지지’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적극적 조치라는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잘못 알려진데 기인한 바도 크다. 우리가 도입하려는 제도는 동종업종의 다른 기업에 비하여 여성을 현저히 적게 고용하였거나 여성 관리직 비율이 매우 낮은 기업에 대하여 ‘간접차별’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모든 인사관리 단계를 점검하여 이를 개선할 방법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니까 특별히 여성을 우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관행을 개선하여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임에서 이런 태도를 가진 여성은 한두 명에 불과하였고,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관리직 여성이 보이는 태도는 절대적인 지지와 찬성이었다. ‘남성들의 사회’에 던져서 ‘유리벽’과 ‘유리천정’에 가로막혀 여러 번 좌절한 경험들을 뒤돌아보며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에 이 여성들이 쏟아내 놓는 이야기는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거두어 더 어려운 여성들에게로 돌리자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나름대로 절실한 것들이었다.

정말 죽어라고 열심히 일 했는데 그래서 여기까지 오긴 왔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결혼도 출산도, 그리고 승진도 모두 3~4년씩 뒤늦게 하게 됐다는 얘기는 차라리 너무나 평범한 얘기에 속한다. 여성들이 직원의 절대다수인 제약회사 기술개발부서에 관리직급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 아니면 여성들로만 구성된 병원 간호부에는 애초에 과장이나 부장 자리가 한두 명 밖에 안 된다는 것은 평소에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실들이다. 정시 퇴근할 수 있는 데로 보내준다고 생각해 주는 척 하면서 한직으로 보내는 것은 전통적인 수법에 속한다. 해외연수 자격시험에 세 번이나 합격했는데도 결국 안 보내 주면서 여자는 둘이 한 방을 사용할 수 없어서 비용이 더 많이 드니 보내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던 경험담도 나왔다.

“여성 관리직 없는 기업일수록 이윤 낮아”

경제학이론에 따르면, 경쟁적인 시장에서 차별을 하는 기업은 능력과 기여에 따라 공정한 처우를 하는 기업에 비하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이것이 차별적인 채용과 처우에 의한 것이라면 결국 이윤의 감소로 귀결될 것이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최근 한 경제학자가 여성고용과 기업이윤의 관련성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적게 고용한 기업일수록, 그리고 관리직급에 여성을 적게 두고 있는 기업일수록 기업이윤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대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대기업의 경우 차별을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차별을 지속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비정규직 사용이나 기타 다른 차별에 대한 연구로 확대해 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여성고용과 기업이윤의 관련성에 관한 이 연구는 독점적 대기업이 여성을 과소고용하는 것은 그 안에 차별적인 요소가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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