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를 미치는 화학물질들 다수가 제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이를 다루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대한 신뢰성 평가 등에 더 중심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장(보건대학원 교수)은 23일 오후 한국노총 7층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자의 알권리 강화와 건강권확보를 위한 전문가회의’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및 이를 시행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최 소장이 분석한 ‘국가별 유해화학물질 차이’에 따르면, 각 국가별 관리대상 유해화학물질 3,469개 중 한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은 1/3에 불과한 1,150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는 2,319개의 유해화학물질이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발암물질로 판명된 1,212개의 화학물질 중에서는 873개가 관리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미 1급 발암물질로 판정된 145개 물질은 현재도 관리대상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최 소장은 전했다.

그는 또한 작성된 MSDS는 내용이 전문적인 데다가 노동자들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문구마저 통일돼 있지 않아, 현장 노동자들이 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MSDS 작성 과정에서도 △1차 근거자료가 부재하고 △적절한 검토과정과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으며 △작성과정에서도 전문적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연구기관 또한 부재한 탓에 MSDS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각 사업장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MSDS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용 중인 화학물질의 건강영향 인식도에서 관리자 21.7%, 근로자 11.9%만이 ‘자세히 알고 있다’라고 응답했으며, MSDS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는 관리자 75.5%와 근로자 64.1%가 ‘내용을 쉽게 하고 정확하게 바꾸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최 소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MSDS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MSDS에 대한 노동자의 인지도 및 활용도 강화 △산업안전보건전문가, 의학전문가, 환경전문가가 포함된 자문위원회 또는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MSDS 교육프로그램 개발 △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MSDS 신뢰성평가 사 업실시 △MSDS 검토위원회 설치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현욱 가톨릭대 산업보건대학원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이같은 내용에 대부분 동의를 표한 뒤, 특히 “상황이 이러함에도 사업주의 무관심과 정부의 감독소홀 및 전문성 부족으로 방치돼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또한 그는 “MSDS에 언급된 내용이 현장에 실제 비치돼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영숙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장은 “무엇보다 노동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사업주가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고 않고 있다”며 “2005년 초에 발생한 노말헥산으로 인한 집단 다발성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 직업병도 이 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현장 노동자에게 제고하지 않았기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같은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MSDS의 신뢰성 확보 등에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및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란 화학물질의 유해, 위험성, 취급방법, 응급조치요령 등을 설명해 주는 자료로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설명서를 말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근거하여 화학물질을 제조·수입·사용·운반·저장 하고자 하는 사업주가 MSDS를 작성, 비치하고 화학물질이 담겨 있는 용기 또는 포장에 경고표지를 부착하여 유해성을 알리며 근로자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제도로서, 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996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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