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김창한)가 소속 부품사업장 55개 업체를 조사, 부품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2004년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서 밝힌 현재 부품업체 수는 913개 업체로, 이번에 조사한 사업장 수는 전체 부픔사의 6%에 그쳐 전체 부품업체 전반을 대표하는 표본조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금속노조는 부품사에 대한 경영현황, 생산현황, 노동과정, 부품조달시스템, 해외공장 현황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부품산업의 연관고리와 시스템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22일 오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금속노조 부품사 실태조사 워크숍’을 개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이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종탁 자동차연구모임 대표가 △부품사 경영실태와 내부격차 △모듈생산구조와 부품조달 시스템 △작업장 체제와 노조의 대응 수준 등 세 부분으로 나눠 발제를 진행했다.

내부 격차, 부품사 간 양극화 양상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발표된 완성차와 부품사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특히 부품사 간의 양극화 역시도 점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의 경우 매출액 500억원 미만의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고, 매출액 3천억원 이상 기업들은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듈공급업체들의 수익성 지표가 일반 부품업체 수준을 대부분 상회하고 있다는 것. 매출액이 높은 기업, 부품 재편 과정에서 상위 벤더에 위치한 기업들일수록 부품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성장성과 활동성 지표에서도 두드러졌다. 매출액 500억원 미만 업체와 매출액 3천억원 이상 업체 간 매출액 증가율은 2004년 현재 20%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서로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부품사 경영실태와 내부격차’에 대한 발제에서 이종탁 대표는 “보통 부품사 실태조사 혹은 자동차 산업 내 부품업 문제를 다룰 때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사이의 간극과 격차를 주목해 왔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 완성차와 부품사 간의 격차뿐만 아니라 부품사 간의 격차 또한 결코 적지 않으며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최근 완성차 재편이 완성된 조건에서 모듈생산시스템이 전일화되고 부품사 재편 역시 이전 시기보다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보여 부품사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격차는 부품사 종업원의 급여에서도 확인된다. 금속노조 부품사 종업원의 급여는 연간 매출액 3천억원 이상 기업에 고용된 종업원의 1인 평균급여가 거의 5천만원 수준에 이르는 반면, 매출액 1천억원 미만 기업의 종업원은 평균 2,4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부가가치 중 이러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3천억원 이상 기업과 매출액 1천억원 미만 기업이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큰 기업의 종업원/노동자들이 양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득과 분배가 높지만 그 구성 비중에서는 오히려 다른 규모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기업간 격차가 유지되고 기업의 규모와 부품생산 체제에서의 위치에 따라 경영 안정성이 결정되는 현 상황에서 노조의 ‘기업별 전략’은 기업(자본)의 지불능력 차이에 따른 노동자 내부의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대표는 “기업의 지불능력과 경영 상태에 따른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생애임금’ 테이블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최저임금이 아닌 사회적 기본급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차 부품의 조달 시스템의 변화, 모듈 시스템의 적용과 시스템화(아키텍쳐 시스템)에 의해 강제되는 노동조건 하락과 노동3권 저하의 요인을 차단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혹은 산업별 업종차원에서 해소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 ‘현대모비스’

금속노조 부품사들이 생산하는 부품의 생산제품과 모듈화 수준, 부품거래관계와 조달시스템, 부품사 내부의 생산형태와 기술력을 살펴본 ‘모듈생산구조와 부품조달 시스템’에서 이 대표는 “모듈화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이미 때를 놓친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대응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모듈화와 더불어 적기생산방식(just-in-time) 역시 이미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노조가 생산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듈화와 적기생산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품사들은 여전히 완성차 업체에 귀속당하고 있어, 부품산업 발전에 대한 노동자의 시각과 대안 마련이 고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표는 ‘현대모비스’로 대표되는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의 출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는데, 현대모비스의 모듈 생산공장들은 부품단가와 노동자 임금 등에서 이미 다른 부품사의 표준이 되고 있으며, 이것은 일반 부품업체들로 하여금 외주화와 도급화, 비정규직 도입 등을 서두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표 1, 2> 그러나 이 대표는 모듈시스템의 표준이 ‘현대모비스 공장화’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 1> 정규직이외의 고용 사업장 수  
정규직 이외의 고용없거나 10명이내10명이상
업체수 ; 49개16개33개

<표 2> 정규직이외의 고용 형태별 인원 수
 
정규직 이외 고용형태별 인원파견용역사내도급계약직촉탁및인턴
합계 ; 2746명917명
1441명296명92명

“일차적으로는 현대모비스의 비정규직 무노조 방침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아 반월공장의 정규직 이전 시도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한라공조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의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을 사회적으로 압박하는 구상이 전개돼야 한다.”

또 이 대표는 “개별공장, 사업장별 비정규직 노조, 지회를 설립하는 방식이 아닌 산별노조로의 전환, 즉 자동차 모듈공장과 부품사 비정규직의 조직화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가)부품사 비정규직 노조’를 금속노조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배제적 작업장’, 노조의 현장주도권 요구돼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되는 자동차 부품사의 시스템에 대해서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작업장 체제와 노조의 대응 수준’을 발제한 이 대표는 “현 부품산업 모두는 완성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독립적인 상태로 볼 수 없어 개별 사업장의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이며 상시적 구조조정·적기생산(유연생산)의 시대 속에서 진행되는 급격한 작업장 재편은 자본의 주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시적 구조조정의 시기에 노조(지회)의 대응력은 하락하고 전반적인 조직적 집합성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부품사 노조(지회)는 산업재편 및 작업장의 체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노동운동 진영에서 ‘High Road’ 전략을 주장하며 노동자의 ‘숙련’ 중심 시스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노동배제적으로 구성되는 작업장의 체계 속에서는 ‘숙련’ 향상 이전에 먼저 ‘노동배제적’ 작업장 시스템의 타파를 위한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는 “작업장에 대한 개입·통제 전략으로 노조(지회)가 현장주도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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