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학기초가 되면 각 대형유통업체에는 공책, 필통, 볼펜 등 새 학용품을 특별 판매하는 부스가 설치되곤 하는데요. 까르푸의 경우 지난 봄 학용품 판매대를 설치하며, 많이 파는 직원들에게 상금을 주는 방식의 콘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 콘테스트 결과 지난해에 비해 무려 9.2%의 매출 증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학용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4개 매장에 각각 100만원씩 주기로 한 상금을 여태까지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 이에 직원들은 회사를 ‘사기죄’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인데요. 한 직원은 “행여나 까르푸식으로 상금마저 깎으려 들거나 '회사 어렵다'고 칭얼대는 유치한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정말로 사기죄로 고발당하는 수모를 당하기 전에 약속한 상금을 내 놓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화하택

-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한자성어로 선정한 '상화하택'에 대해 금융노조 간부들 사이에서 많은 말들이 있다고 하죠.

- 예, 그렇습니다. '상화하택'은 주역에 나오는 말로 불은 위로 타오르고 연못의 물은 아래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서로 등지려 한다는 뜻인데요. 올해 초부터 내부 갈등을 겪어온 금융노조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 돌이켜 보면 한 해 동안 금융노조 내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갈등'과 '분열'이었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중 하나인 금융산업, 그리고 그 한 축인 노동조합이 겪은 어려움들이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교섭장소로 빵집? "노사교섭이 '미팅'인 줄 아나"

- 1년6개월째 '욕설과 감시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다'는 처절한 요구를 갖고 농성 중인 성진애드컴 인쇄노동자들의 교섭이 불발에 그쳤다면서요?

- 예. 성진애드컴분회는 올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사옥을 기습점거하고 사실상 '옥쇄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지난 21일에는 사쪽에서 용역을 투입해 쇠파이프 등을 들고 진입하려하자 분회 조합원들이 석유까지 뿌리며 저항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성 3일만에 교섭일정이 합의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만 교섭장소 문제로 무산됐습니다.

- 교섭장소가 왜 문제가 된 거죠?

- 이번 교섭은 서울노동청의 중재로 어렵사리 잡혔는데요, 사쪽이 교섭장소로 빵집을 제안해 노조로부터 한차례 거부되기도 했습니다. 성진애드컴 노동자들은 "지금 미팅하는 것도 아니고 노사가 신의성실에 입각하여 교섭에 임하고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자리를 빵 냄새 맡고, 우유한잔 마시면서 진행하자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어이없어 했습니다. 노조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회의실 등을 교섭장소로 제안했으나 사쪽의 거부로 결국 사업장 근처 호텔에서 교섭을 진행키로 했는데요. 사쪽이 이번엔 호텔 '한식집'에서 음식을 주문한 채 교섭을 진행하자고 나와 결국 교섭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 '인간적 대우를 받고 싶다'는 영세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이 아직도 '사장님'에게는 먼 소리인가 봅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 형사처벌 '칼바람'

- 이달 들어 구속을 포함해 집행유예 선고 등 민주노총 대구지역 전·현직 활동가들이 잇달아 형사처벌의 칼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 지난 21일 2003년 세원테크 투쟁과 관련해 정우달 대구본부장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사무국장도 정 본부장과 같은 형량에다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는데요. 김명환 전 사무처장도 징역에다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 뿐만 아니라 채장식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까지 지난 9월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투쟁과 관련해 지난 5일 구속되기도 했는데요. 지역본부장과 사무처장 잇달아 실형을 선고 받은 셈입니다.

- 두 가지 사건으로 잇달아 형사처벌이 이뤄진 것이지만, 유독 대구지역본부 소속 활동가들이 많군요.

- 매년 연말이면 그 해에 구속된 노동자들의 통계가 나오고는 하는데요. 하필이면 연말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노동자들의 형사처벌 소식이 노동계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