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하는 열 때문에 사고가 잘 되지 않는 상태인 몸을 이끌고 출근을 평소보다 늦게 하였다.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 두 명의 상근자가 근무하는 당사무실에서 결근은 예정된 일정의 포기를 의미하기에 몸이 아프다고 쉽사리 쉴 수가 없다.

칠곡 환경미화원노조 투쟁현장을 찾다

여성당직자로서의 자격지심이랄까 각종행사에 더 악착같이 참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이니까, 혹은 아이 엄마니까 하는 한계를 보이고 싶지 않은 욕심도 깃들여 있음은 물론이다.

오늘은 벌써 수개월째 농성중인 칠곡의 환경미화원 노조를 지원하기 위한 일정이 잡혀있었다. 당 방송차를 몰고 가야하기 때문에 방송차운전이 서투른 나로서는 긴장감이 절로 생겨 아픈 사실도 잊어버리고 칠곡을 향해갔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칠곡군청 앞 천막 안에 들어서자 오랜 투쟁으로 지친 듯 보이는 환경미화원 노조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런저런 투쟁과정 말미에 나온 “당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점에 대해 비판할 때는 “아직 당이 많이 부족하다”고 애써 부끄러움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천막 안 구석 한 켠에 놓여 있는 지역신문을 집어 들었다.

군수실 안에 양주병과 침대가 왜 놓여 있는지 해명하라는 기사는 지역상황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양주병에 침대까지…칠곡군수실을 점거해보니

12명의 환경미화원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 교섭조차 응하지 않는 군청을 바라보며 농성을 벌인지 수개월이 지났다. 이에 조합원들은 군수실로 면담을 요청하러 들어갔고 이를 빌미로 군수는 노조원들을 고소고발 해 위원장이 구속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환경미화원들은 한결 같이 군수가 전혀 사태의 해결의지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군수는 칠곡에 민주노총의 깃발은 절대 허용할 수가 없다고 한단다.

인구 11만의 작은 규모의 농촌에서 군수가 가지는 위상은 대단하다.

군수실에 버젓이 선물로 들어온 양주병과 휴식용 침대까지 갖추어 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칠곡군의 민주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곳에 환경미화원들의 생존권 요구가 군수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와 닿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을 먹고 지원을 온 사람들이 팀을 나누어 시내중심가로 면단위 마을로 대 군민 홍보전을 나섰다. 군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군수의 실정을 폭로하기 위해서였다.

시골이다 보니 고개를 몇 구비 넘겨야 마을이 나타나곤 했다. 그나마 시골이라 인적이 드물어 사람을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칠곡에 가지 않았더라면 마음고생이 더 심했을거야”

마을 어귀에서 방송을 틀고 홍보지를 투여하기를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일정을 마칠 수가 있었다. 추위에 온몸이 꽁꽁 얼어 천막으로 돌아와 이런 저런 상황을 공유하며 참으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구나하고 새삼 느낀다.

다음 기회에 다시 지원을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 내내 열이 올라 고생을 해야만 했다. 남편과 딸아이가 교대로 이마에 얹어준 물수건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그리고 기어이 남편에게 한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자기 몸도 재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 뭘 한다고 그러느냐”고 말이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네, 지금은 몸이 고생이지만 칠곡에 지원을 가지 않았다면 마음고생이 훨씬 심했을 거야” 라고 속으로 항변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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