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법안 관련한 투쟁과 협상이 해를 넘어 계속되어 연말을 앞두고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년을 넘어 계속된 공방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는 ‘쟁점 아닌 쟁점’으로 배제되고, 비정규 노동자를 결코 보호할 수 없는 비정규 보호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통과냐 아니냐의 상황에 놓여 있다.

과연 무엇이기에 연내 통과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일까? 이에 대하여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진위논쟁보다도 더 첨예한 논쟁이 바로 과연 현재의 수정된 정부안이 과연 비정규 노동자를 부족하더라도 보호할 수 있는가 아니면 비정규 노동을 더욱 고착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국사회의 핵심의제인 사회 양극화, 그 핵심구조로서 노동의 빈곤화와 비정규 문제는 제도로 된 토론과 논쟁 없이 정치적인 판단 속에서 결정 시기를 놓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있다. 정치적 판단 속에 밀어붙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논리적 설득은 공허하고 이를 막아낼 힘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난 19일 학술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권리보장 요구와 함께 이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확인하고 이에 여론을 확인하고자 한길리서치에 의뢰하여 전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국민의 뜻은 '사유제한, 불파 고용의제'

이번 여론조사는 우선 현재 국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과 아울러 쟁점 아닌 쟁점으로 배제되어 있는 비정규 노동기본권리 보장 요구, 그리고 법안의 처리방향에 관한 것이었다. 우선 기간제 법안과 관련하여서는 여당의 수정안 즉, 2년 뒤 고용보장에 대하여는 38.9%가 찬성한 반면 필요시만 계약직을 고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안, 즉 사용 사유제한에는 57.1%가 찬성하였다.

이는 지난 6월의 비정규노동법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66%)보다 적은 수치이지만 2년의 기간제한을 담은 여당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음에도 다수의 정부안의 지지(38.9%)보다 훨씬 많은 절반 이상의 국민은 사유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울러 대규모 해고 발생 때문에 사유제한을 도입할 수 없다는 여당의 의견에 대하여 정부안대로 되었을 경우 기업들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62.1%의 국민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할 것이라고 응답하였고, 33.5%의 국민이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응답하여 국민 대다수는 정부안이 기간제 노동의 고용불안을 고착화 시키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견과 관련하여서는 여당은 고용의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여당안대로 하면 국민의 다수(51.3%)가 과태료만 낼 뿐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여 역시 파견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3000만원이 건당이냐 인당이냐를 가지고 자중지란을 벌여야 하는 실효성 없는 과태료의 실태를 포함하여 여론조사를 하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자못 궁금하다.

다음으로는 쟁점이 아닌 쟁점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인 ‘원청사용자의 사용자성 인정’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것이다. 지난 6월의 공대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2.2%가 원청 사용자성 인정에 지지를 하였기에 이번 여론조사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이번 법안에 포함하여야 하는지를 물었는데 국민 77.2%의 지지를 확인하였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하여 국민의 80.3%가 지지를 하였고, 이는 지난 6월 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68.4%)에 이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마지막으로 이번 법안의 처리방향과 관련하여 비정규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하여야 한다는 데 69.6%가 찬성함으로서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26.5%)보다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하였다. 이번 전국민 여론조사를 통하여 여당에 의해 수정된 비정규직의 보호를 빙자한 정부법안은 보호의 ‘부족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과 내용 자체가 ‘보호’될 수 없는 어긋난 법안이라는 것을 국민여론을 통하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 입법예고 이전부터 국민의 뜻은 확고했다

지난 9월 비정규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노무현 정부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기간제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 하였다. 정부의 비정규 보호법안이 발표되자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은 정부의 비정규 ‘보호’ 법안에 대하여 ‘보호’를 빙자한 개악법안으로 규정하고 열린우리당을 점거하고 정부법안의 철회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농성을 전개하였다. 이에 이부영 당시 당대표는 이 요구를 수렴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104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비정규 노동법 개악저지와 비정규 권리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비정규노동법공대위)’를 구성하고 사회적 연대전선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작년 정기국회에서 정부는 약속을 어기고 비정규 개악안을 국회에 상정하였고 이에 분노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국회 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벌였고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였고 비정규노동법공대위는 국회 앞 농성투쟁을 전개하면서 정부 개악안의 철회를 요구하였다.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반대에 직면한 여당은 노동부의 강행처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회 각계의 여론 수렴을 위하여 법안 처리를 연기하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여론수렴 절차 없이 1월 정부법안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실시 결과를 발표하였고 그러나 자의적인 여론조사 내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아랑곳 하지 않고 이를 명분으로 강행처리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서는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당사자의 합의 없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막혀 비정규 법안을 위한 교섭 틀을 제시하고는 법안 처리를 유보하였으나 진전이 없었다.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 정부는 더이상 끌 수 없다면 국회 주도의 법안처리를 주장하고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에서 정부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인권위는 실질적인 차별해고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명문화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사용사유 사유제한을 골자로 하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서 정부법안이 잘못되었음을 국가기관이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으로 사용사유 제한은 절대로 받아 드릴 수 없다며 오히려 국가인권위에 대하여 ‘모르면 용감’, ‘길가에 돌부리’ 운운하며 정부법안의 고수와 강행처리를 주장하였다.

이에 단병호 의원실에서는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통하여 기간제 사유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파견제 확대 반대에 대하여 각각 69.9%, 82.6%, 70.7%의 국민의 지지가 확인되었고, 72.2%의 국민이 인권위의 의견을 수렴하여 법안처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노동계와 사용자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처리가 연기되었다.

이에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는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며 노동계의 양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압박하였으며 노동계는 투쟁으로 맞서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에 비정규노동법공대위에서는 비정규 관련 쟁점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사용사유 제한에 대하여서는 66%,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하여서는 89%, 파견제 확대 반대는 65.3%의 국민이 지지를 보냈으며, 파견제의 철폐를 지지하는 국민이 파견제의 확대를 지지보다 많은 것(28.5%)으로 나타났고, 86.7%의 국민이 파견제의 업종변경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6월 여론조사에서는 정부 법안에는 없지만 비정규 노동의 핵심요구였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각각 68.4%와 82.2%의 국민이 지지를 밝혔다. 아울러 법안처리와 관련하여서는 81.8%가 당사자와의 합의를 통한 입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여론조사는 정부법안에 대한 쟁점뿐만 아니라 비정규 노동의 요구에 대한 국민여론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힘 모자라도 비정규 차별철폐 원칙 버리면 안돼

국회에서 비정규 법안관련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류기혁 열사와 김동윤 열사가 비정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자결하였다. 이러한 비정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과의 공감을 통하여 한국노총의 수정안이 제시되었고 일부 시민단체가 이와는 입장을 약간 달리하여 연내입법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여 비정규 법안의 처리가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에 결렬하게 반대를 하고 30여개의 학술시민사회단체는 최소한의 원칙마저 포기하는 수정안에 대하여 비판하고 제대로 된 비정규 법안을 위하여 비정규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였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에 대하여 반대를 명백히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국민여론조사가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현재 수정안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쟁점들도 국민의 여론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의조차 되고 있지 못한 비정규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쟁점에 대하여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대다수 국민들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렴해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여론의 지지가 있다 한들 한쪽에서는 무시하고 한쪽에서는 이를 현실화시킬 힘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은 노동의 미래와 한국사회의 희망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가 정부 여당에 던져지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성희 소장 기고2편은 내일자로 실습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