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남일반노조에서 지역명인 ‘경남’을 뗀 일반노조는 올 8월 현재 35개 사업장 1,1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자치단체, 휴게소 등 공공 분야가 22개 사업장으로 가장 많고, 레미콘 사업장이 8곳, 민간서비스 사업장이 3곳 등이다. 창원미화과, 마산의 기영레미콘, 통영, 신풍 레미콘, 진주의 우경산업, 신동, 해인레미콘 등이 신규로 가입했다.

진주CC 조합원 40여명은 올 7월경 민간서비스연맹으로 조직을 변경하고 탈퇴했다. 마산시예술단 조합원은 100여명에서 13명으로 감소했고, 강남태양열은 노조 해산과 함께 40여명의 조합원이 자동탈퇴 됐다.

신규사업장을 조직하다 보니, 기존 사업장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일반노조는 “올해 조직확대의 방향이 공공부문에 집중하기로 했으나,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확대 사업을 배치하지 못했다”며 “가입된 사업장의 대부분이 20여명 미만이어서 담당 상근자의 업무가 과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진주의 경상대 학생생활관 식당해고자 조합원들의 복직투쟁이 승리를 거둔 게 올 한해 큰 성과 가운데 하나다. 12월 들어 각 사업장의 투쟁은 대부분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힘들고 어렵게 투쟁하는 사업장이 어디 한두곳이겠는가.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업장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조활동이 이뤄지는 사업장을 찾아봤다.

“‘무늬만 노조’지 그기 어디 노좁니까”

ⓒ 매일노동뉴스

일반노조와 지근거리에 있는 창원시 상남동에 위치한 창원롯데백화점. 이곳에는 백화점비정규직 시설관리 노조원 28명이 가입돼 있다. 노조 만들 때 6명이던 조합원은 그 뒤 18명으로, 또 28명으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12월 일반노조에 가입한 지회는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지난해 임금 4.12%를 인상했는데, 올해는 6.62%를 오히려 삭감한다는 통보가 왔다. 이유는 원청인 롯데와 하청인 거림이엔지가 올해 계약단가를 ‘동결’했기 때문이었다. 하청업체는 1억여원이 적자라며 임금삭감을 통보했고, 노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

“왜 원청과의 교섭에서는 하청업체가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 피해를 우리에게 전가하려 하느냐.” 이상구 롯데백화점 비정규직지회장은 발끈했다. 시설기사 임금은 연 1,500만원 정도. 여기에는 잔업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손님이 없는 폐점 뒤 잔업이 일상화된 구조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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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백화점 직속 시설관리 매니저의 관리 지시는 일상적인 욕과 인격 모독을 수반한다. “너무 심각했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말 꼬리를 흐리는 조합원. 명절 선물이 나와도 정규직은 비싼 것을 주고, 비정규직은 대충 아무거나. ‘한 가족’이라고 늘 이야기하지만 일상의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이빨을 떨게 했다. 노조를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 노조를 만들기 위해 찾아간 곳은 한국노총. 그러나 상담 결과는 허탈했다. “용역에서는 노조하기 힘들끼다. 할라면 이리저리 하고.”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이미 롯데백화점에 한국노총 소속 정규직노조가 있었다.

전체 1,8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의 조합원은 200여명. 노조가 관리하는 자판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도 혜택은 정규직에게만 돌아갔다. “정직원에게만 대출을 해줘요. 주말 30분 연장근무도 회사는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에게는 알리지도 않았어요. ‘무늬만 노조’지 그기 어디 노좁니까.” 비정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규직노조에 대한 불만은 쌓여 있었다. 그래서 찾아 간 곳이 민주노총 산하 일반노조였다.

지회 현판을 떼어가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지문인식기를 동원하고, 현수막을 떼어가고, 천막농성을 못하게 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회사의 탄압은 집요했다. 그러나 일반노조 산하 지회의 ‘연대투쟁’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환경미화원, 레미콘 등 일반노조 조합원들 200~300명이 백화점 매장 안에서 피켓을 들고 ‘쇼핑투쟁’을 전개했어요. 회사 관리자들 눈이 휘둥그레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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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탄압은 전과 달리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원청인 ‘롯데’와의 싸움이다. 교섭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조 인정,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을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해야죠.”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는 이 지회장은 비정규직 설움을 떨쳐내기 위한 각오로 충만해 있었다.

지하5층 발전설비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최근 조합에서 탈퇴한 청소 아줌마들이 탈의실로 향하고 있다. 주차, 안전, 청소 등 다양한 창원롯데백화점 비정규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과제가 비정규지회에 놓여 있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무슨 노동자냐”

12월15일 저녁, 마침 ‘마산지역지회대표자회의’가 열린다는 마산체육관으로 향했다. 퇴근시간, 창원에서 마산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막힌다. 회의는 1시간여만에 일찍 끝났다고 한다. 마산시립예술단지회장과 마산시청비정규직지회장이 남아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왜 시립예술단이 체육관에 있는 걸까? 처음 드는 의문이었다. 마산에는 웬만한 시·군에도 다 있는 ‘문화예술회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현재 짓고 있는 중이란다. ‘문화의 불모지’란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닌 듯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무슨 노동자냐.” 마산시립예술단지회를 만들고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시에서는 마뜩찮았을 것이다. 예술노동을 바라보는 자본과 권력의 눈은 언제나 ‘백안시’였다. 오죽했으면 지노위 위원들이 부시장의 ‘노조관’에 대해 질타를 했을 정도였을까.

연주자, 합창단원들로 구성된 예술단지회 조합원들의 월급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70만원. 95년부터 2000년까지 60만원이었으니, 10년이란 세월 동안 임금은 10만원 올랐을 뿐이다. 거의 ‘기아임금’ 수준이다. ‘딴따라’, ‘날라리’ 취급을 해도 유분수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술단원들은 개인레슨으로 ‘밥벌이’를 대신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주3일 출근, 하루 3시간 근무에 그 정도면 됐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선수가 90분, 한 게임 뛴다고 해서 그 노동만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예술단원들도 마찬가지다. 경력 10여년의 호른 연주자 김종립 지회장은 2002년 8명의 해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노조의 핵심요구는 ‘오디션제도’가 부당하다는 겁니다.” 전세계에서 2년에 한번씩 오디션을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최초 오디션 한번 보고는 ‘종신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디션제도를 통해 지휘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악습이 존재한다. 개인의 실력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되기 때문이다. 전임 지회장도 지난해 말 오디션을 통해 해고가 되었다.

3년여 부당해고에 맞선 줄기찬 투쟁. 올 여름철 천막농성도 장기화 되자, 시와 예술단측은 “차라리 예술단을 해체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시의회조차 “더이상은 용납 못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12월 한달 동안 노조가 잠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괜히 사태를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노위에서는 해고자 8명 가운데 1명만 복직판결을 내린 상황. 100명의 조합원은 13명으로 줄었다. 남은 조합원과 해고자들은 많이 지쳐 있었다.

“공공부문이 이런데 아이고 민간부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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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지회는 존폐의 위기인기라요.” 옆에 있던 최태근 마산시청비정규지회장이 말을 이었다. 올 1월 마산시청의 도로, 하수도과에 소속된 조합원 33명이 만든 지회. 주로 눈, 비가 많이 오면 도로 복구나 제설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곳에는 또 무슨 문제가 있을까?

“22년 근무한 사람이 110만원 받습니다. 인근 창원은 180만원이에요.” 똑같은 일을 하면서 편차가 심한 임금구조. 어느 곳은 학자금에 명절 휴가비도 나온다는데. 경력 5년이 되어여 기본급 10% 올라가는 것이 전부다. 당연히 노조는 임금교섭을 할 것을 시청측에 요구했다.

그동안 노조는 1시간 파업, 4시간 파업으로 수위를 높여 나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당 2천원, 수당 8만원, 기본급 3천원 인상 등이었다. 노조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결국 11월에 들어서 잠정 합의해야 했다. 12월 중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퇴직자가 소급적용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단체협상은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노조를 만드니까 시에서 2천만원을 들여 ‘민간위탁’ 용역을 의뢰하더라고요. 우리가 나가면 뽑지 않겠다는 의도겠죠.” 담당국장은 용역을 철회했다고 하지만 노조는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처지. “공공부문이 이런데 아이고 민간부문은 상상조차 못하죠.” 정부의 ‘총액임금제’ 도입 방침에 최 지회장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는 듯 보였다.

총액임금제란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사업으로 오는 2007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내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선별해 시범 실시할 계획. 총액임금제는 연간 공무원 인건비 총액을 산정해 개개인의 급여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같은 직급의 같은 근무연수라도 자치단체에 따라 급여가 서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은 창원시와 그보다 적은 마산시의 임금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돈 많은 지방자치단체로 가는 것일까?

‘노조’가 무엇인지, ‘연대’가 무엇인지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최 지회장은 입을 굳게 다문다. 3명은 탈퇴했고, 다른 조합원들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해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갑갑할 노릇이다. 돈이라도 있으면 각종 선전물 제작 등 일이라도 벌일텐데. 지회 운영비는 13~14만원 정도다. 일반노조에서 지회활동비로 30%가 책정되지만 조합원수, 임금이 적다보니 어쩔 수 없다. 지회활동 자체가 지회장 ‘개인부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활동이 주춤하면 조합원들이 나서는 것도 아니다. “나는 노조에 ‘노’자도 모르는데 지회장, 간부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새록새록 움터 나온다. “노조 만들고 서로가 정도 생기고, 교감이 두터워졌죠.” 예전에는 누가 잔치가 있어도, 누가 죽어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 있다. “일반노조 활동을 하다 보니 여러 지회의 많은 노동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죠.” 노조가 무엇인지, 연대가 무엇인지. 참된 삶을 찾아 떠나는 일반노조 각 지회의 모습은 전국 비정규 노동자의 ‘희망을 찾는 길’과 일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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