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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안은 비정규직을 고착화 시키는 방안
  •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승인 2005.12.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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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고통과 저항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도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기존 질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며 예의주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판에 새로운 제도라고 내놓은 정부의 비정규법안이다.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면서 남용을 억제하는 장치라는데, 알고 보니 비정규직 활용 촉진법이라는 것을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이 누누이 지적해 왔다. 노사관계 개혁한다면서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노동시장 유연화 조처만 전격 도입한 김영삼 정부 시절과 형식화된 노사정 합의기구를 거수기 삼아 IMF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한 김대중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현행 제도가 악법이 아니라 비정규 폭증 현상에 대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생긴 제도적 공백 지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공백 지점만 제대로 메우면 되는데 정부안은 여러가지를 덧씌우다보니 복잡해져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더구나 법원의 판례가 불법, 탈법 상황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정부는 관행화된 불법, 탈법 상황을 기화로 공백 지점을 메우긴 하되 비정규 활용을 촉진하는 유연화 지상주의라는 불순물로 채워놓은 비정규법안을 내놓았다. 현행이 차라리 나은 건지, 악법조항 빼면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건지 정확한 판단을 못내리는 대목이 계속 발생하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또한 이런 혼돈을 가중시킨 데는 법안을 만든 노동부조차 이 법안이 적용될 때 비정규직이 얼마나 증가 또는 감소할지, 과연 보호가 어느 정도 되는 건지 정확한 예측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외치고 마는 노동부는 무능력한 건지, 무책임한 건지 도저히 분간할 길이 없다.

정부법안이라도 약간 손질해서 한국노총안이든, 7개 시민단체안이든, 여당안이든 통과시키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다수 실업자가 될 것처럼 말하는 노동계 출신 여당의원의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뭐 알고 말하는 협박인지, 뭔지 모르고 말하는 더듬수인지 알 길이 없다. 왜? 현재의 제도적 공백 지점과 정부안의 관계나 정부안에서 약간 손질한 여당안의 차이가 분명하게 해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 내부의 대응방식을 놓고 끊임없는 혼선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법체계의 공백지점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고통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핵심적으로 네 가지다. 과연 정부안과 여당안은 현행보다 진전인가? 현행 제도에서 고통 받는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그 고통을 줄이는 안인가?

차별금지, 형식적으론 진전이나 효과는 장담할 수 없어

공백지점의 첫 번째는 비정규직 전반에 가해지는 가공할 차별이다. 서구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격차는 12~14%인데 반해, 우리의 경우 50%에 육박한다. 정부안은 차별금지조항을 두기는 하되, 차별 판단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안이 없다. 아마도 ILO의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금지 협약을 비준했다는 보고용으로 만들어놓고, 세부조항은 관련 당사자 간 논의 중이라고 마냥 지연시킬 형식적 장식물이 아닐까 판단한다.

여당안은 동등 또는 유사한 기술, 능력에 경총이 요구하는 성과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는 수준이나 여전히 협상용일 뿐이다. 여당안은 정부안보다 진일보 할 수도 있고, 관련 조항이 없는 현행보다 일단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진전이기는 하다.

문제는 이 조항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고, 시간도 한참 걸려서나 효과가 발휘되도록 설계돼 있어 형식적으론 진전이나, 내용적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별행위 처벌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만 설정되어 있다는 점도 시정효과의 유효성을 의심케 한다. 정부안대로라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막연한 규정으로 구제받을 비정규직이 과연 몇%일까? 또한 노동부의 용역안대로라면 불합리한 차별 시정효과라는 게 현재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 약 50% 중 4% 정도 밖에 안 된다(김성희·황선웅, <정부 비정규법안의 한계와 정규직화의 사회적 효과>, 단병호 의원실, 2004 참조). 후하게 쳐서 5년 후 한 발 진전이라고 하자.

기간제 남용, 주기적 실업이 일반화 된다

둘째, 상시고용처럼 활용되는 기간제 남용현상과 계약해지로 인한 주기적인 실업의 문제이다. 한국의 기간제, 계약직, 임시직의 비율은 38.4%로 전체 비정규직의 약 70%에 육박한다. 이들은 정규직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아 상시고용되어야 할 자리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비정규직 악용사례이며,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거의 없는 남용현상이다(김성희, <기간제 사유제한은 비정규해법의 핵심이다>, 매일노동뉴스 2005. 7 참조).

현행 법안은 기간을 정한 계약은 1년 이내에만 가능하다. 법에 문외한인 사람으로선 2년, 3년, 5년 등의 기간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병역특례자에 대해 강제근로금지 조항을 적용한 판결로 이런 계약도 인정되었다는 점이나, 이를 근거로 1년 이상 기간제가 더이상 불법이 아닌 것으로 해석되었다는 법률적 판단에는 복선이 깔려 있다.

법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기간만료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지노위의 결정에 이르면 과연 개별 기간제 노동자를 해고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전체적으로 기간제가 남용되어 관행화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 문제는 곧 기간제에 대한 2년 또는 3년의 기간제한이 과연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진일보한 방안인가 하는 점에 대한 판단에 혼선을 초래하는 이유이다.

정부안은 3년, 여당안은 2년의 기간제한을 두고 그 기간이 지나서 계속 사용하면 기간제로서 해고를 제한하는 방안인데, 기업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첫째, 기간제 활용을 2(3)년으로 종료하고 새로운 노동자를 교체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유는 사람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지, 직무에 대한 제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2(3)년이 넘어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인지 여부는 사용자의 재량권이다. 해고제한이 적용되는 중규직(정규직과 차별은 있되 상용직과 유사하게 기간만료로 해고는 되지 않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이 열사 투쟁 끝에 얻은 결과를 보라)으로 계속 고용할지,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인데, 기간제 2(3)년을 정규직이 되는 필수코스로 만들어, 정규직을 기간제로 먼저 활용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물론 이 확률은 높지는 않을 것이나, 이로 인한 개인적, 집단적 교섭력 약화와 사용자 주도권 강화 현상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셋째, 이제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2(3)년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제가 자유롭게 사용되어 3개월, 6개월, 9개월 심지어 1개월 단위의 기간제의 최종 기간제한 범위에서 수차례 반복갱신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허용된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먼저 기간제 남용현상 제어 여부는 기업의 반응행태에 따라 다를 것이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간제한은 사람을 교체해야 하는 수고만 빼면 기업의 기간제 활용에 큰 장벽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특히, 2005년 8월 통계로 기간제의 80.2%가 2년 이내 근속이며, 3년까지는 89.2%에 이른다(계약기간으로는 3년 초과는 5.8%에 불과하다). 나머지 20% 또는 10%의 노동자의 경우 외에는 기업 활용의 장애가 없다.

그런데, 나머지 20% 또는 10%의 기간제를 정부안이나 여당안이 입법화되었을 때에도 계속 고용할 것인지 여부는 기업의 재량권이며, 이는 계속 필요한 일자리였고 이들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는 게 낫다고 기업이 판단하면 기간제로 계속 고용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초점은 이렇다. 상시고용으로 전환될 일자리가 현재와 마찬가지로 기간제 일자리로 고정될 뿐이다. 다만 노동위나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할 것이 기업이 재량권을 갖는 형태로 법에서 명문화될 뿐이다. 기업의 칼자루를 쥐어주며 극히 일부의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구체화한 조항이 과연 진전인가?

기간제 고용 명시,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

또 한 가지,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간제의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는가? 아니다. 현재도 기간만료를 이유로 매년 말이면 비정규직은 계약만료 통지서를 받아든다. 그 비율은 80%이거나 90%의 비중이다. 기간제한을 골자로 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 사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기간제로 이동할 가능성, 기간제 고용이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고용형태로 완전 정착할 가능성은 확실히 높아진다. 올해 통계청 조사결과에서도 기간제 고용은 254만9천명으로 전년 대비 73만명, 40.1%나 급증했다(<월간 비정규노동>2005년 11월호 참조). 기간제 고용 증가는 임시직 감소 등 다른 비정규직 고용형태에서 명시적 기간이 설정된 고용계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며, 정부가 기간제 고용을 3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로 추정된다.

이런 기간제 고용의 증가 현상은 비정규직이 고착화, 제도화되는 현상으로 해석되며, 비정규직 보호의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 기간제 월 평균임금은 133만원으로 전년도 134만5천원에서 1만5천원이나 내린 것으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기간제 임금은 정규직 대비 60.5%로 전년도 63.7%에서 2.2%나 낮아졌다. 기간제 법안이 제출된 잠정적 효과는 기간제 고용을 명시화하는 현상을 통해 기간제 고용의 노동조건을 악화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안은 한마디로 기간제 고용을 정규직을 대체하는 고착화된 고용형태로 만드는 방안이자, 약 10% 정도를 중규직으로 만들 수도 있는 보호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방안이다. 과연 대량해고는 어디서 발생하며,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결단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22일자로 파견법 비판이 이어집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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